'4월 퇴진' 확약되면 당내는 쇄신, 국회는 총리 추천 국면으로 전환
  • 비상시국회의 간사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사진 가운데)은 2일 야권의 5일 탄핵안 처리 제안을 거부하면서, 7일까지 여야는 진지한 협상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 시점을 분명히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비상시국회의 간사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사진 가운데)은 2일 야권의 5일 탄핵안 처리 제안을 거부하면서, 7일까지 여야는 진지한 협상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 시점을 분명히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야권이 2일, 5일 등으로 분분했던 탄핵소추안 처리 계획을 접고 9일로 일정을 재조정했다. '탄핵 시계'가 내주 후반으로 미뤄짐에 따라 내주 초~중반 박근혜 대통령의 4차 대국민담화가 나올지 여부가 주목된다.

    탄핵소추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은 2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5일 본회의를 개의해 탄핵소추안을 처리하자는 야권의 제안을 일축하고 오는 7일까지 '대통령 퇴진 로드맵'에 대한 진지한 여야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시국회의 간사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탄핵안은) 9일 처리하는 게 좋고, 7일까지 합의안 도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야당이 아무 것도 합의하려고 하지 않는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그외 비교섭단체 야권 의원들을 다 합하더라도 171명밖에는 되지 않기 때문에 새누리당 비박계의 협조 없이는 탄핵안을 결코 의결할 수가 없다.

    이러한 국면에서 새누리당 비박계가 5일 본회의 개의를 통한 탄핵소추안 의결을 명시적으로 거부함으로써, 전날 국민의당이 제안했던 '5일 탄핵안'은 자동적으로 폐기되는 운명을 면치 못하게 됐다.

    그러자 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직후 국회에서 야3당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탄핵소추 관련 일정을 9일 본회의로 재조정하기로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취재진과 만나 "분위기가 조기 탄핵을 요구하고 있더라"며 "오늘 발의를 해서 8일 본회의에 보고하고 9일 처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국민의당은 확실하게 탄핵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비박계를 설득할 시간을 가지려고 처리 시점을 9일로 미루려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친노·친문패권 성향 군중들의 항의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소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탄핵안 처리 시점은 9일로 원상복귀한 꼴인데도, 친문 난동에 혼줄이 난 국민의당은 이날 중으로 탄핵안을 발의해 가결되든 부결되든 일단 투표를 해보겠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굳힌 것으로 해석된다.

    여론의 향배에 이리저리 떠밀리듯 움직이고 있는 민주당 추미애 지도부의 무전략 행보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2일 발의, 8일 보고 후 9일 본회의에서 부결될 공산이 매우 커졌다.

    물론 새누리당 비박계는 7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9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의 처리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명시적 전제와 한 가지 숨은 전제가 있다.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등 야권 원내대표들은 2일 국회에서의 긴급회동을 통해, 2일 탄핵안을 발의해 8일 보고하고 9일 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확정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등 야권 원내대표들은 2일 국회에서의 긴급회동을 통해, 2일 탄핵안을 발의해 8일 보고하고 9일 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확정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명시적 전제 중 첫 번째는 7일까지 여야가 성의 있는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날 야3당 원내대표들이 회동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로 하고, 이후 사태 전개에 관계없이 9일에 표결에 부치기로 함에 따라 여야 간에는 이렇다할 협상의 여지가 없어졌다.

    여야 합의를 위한 진지한 노력이 없다면,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야권의 탄핵 움직임에 가세하는 것은 정치적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7일 오후 6시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진퇴 시점 등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비상시국회의는 전날 '내년 4월 30일까지'라는 퇴진 시점을 못박은데 이어 이날 그에 수반하는 여러 가지 요구 사항을 상세히 밝혔다.

    황영철 의원은 "명확한 퇴임 일정과 함께 모든 국정을 총리에게 넘기고, 2선 후퇴하는 모습을 천명해달라"고 촉구했다.

    7일은 내주 수요일이다. 빠르면 월~수 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4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4차 대국민담화에는 새누리당 비박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4월 30일 뿐만 아니라 국회가 시점에 합의한다면 그 이전에라도 물러나겠다 △퇴진 이전에 국회가 국무총리를 추천한다면 조각(組閣)을 포함한 대폭적인 권한 이양이 가능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대국민담화를 통한 발표 외에도 개별적인 소통 노력도 이어질 조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가오는 주말부터라도 정진석 원내대표는 물론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유승민 전 원내대표, 정병국·김재경·나경원·주호영 의원 등 비박계 주요 의원들과 연쇄 회동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과 선수(選數)별 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국민담화 발표와 함께 개별적 소통 노력이 병행된다면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에 참여할 동력과 명분은 더욱 떨어진다.

    숨어 있는 전제 조건인 세 번째 사항은 당권의 이양이다. 새누리당 비박계는 탄핵을 앞두고 '탄핵에 찬성해 가결시킬 수도 있다'는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는데, 그냥 탄핵을 하지 않기로 해버리면 이 힘은 흩어져버리고 만다.

    힘이 최대한 결집돼 있을 때, 친박계로부터 당권을 넘겨받아 '4월 퇴진~6월 대선'에 앞서 당을 전면적으로 쇄신할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비박계의 셈법이다. 이와 함께 새롭게 '당의 얼굴'로 나서게 된 비박계 당 지도부가 야당과 국무총리 추천 협상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친문(親文) 여론에 밀린 야당은 9일에 어쩔 수 없이 탄핵소추안 표결을 시도해보겠지만, 비박계의 가세 동력이 대국민담화와 개별 소통 등으로 상실되면 부결로 끝날 수밖에 없다"며 "4월 퇴진이 명시되면 대선은 불과 7개월 앞이므로 당권을 인수한 비박계가 당 쇄신을 주도하면서 대선에 대비한 체제 정비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