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파견해 정치권 동향 수집… '조기 대선' 출마 '몸풀기' 나선 듯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최근 핵심 최측근 인사를 국내에 파견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로부터 정치적 조언을 청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5월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고 귓속말을 나누고 있는 반기문 총장의 모습. ⓒ뉴시스 사진DB(중앙일보 제공)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최근 핵심 최측근 인사를 국내에 파견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로부터 정치적 조언을 청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5월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고 귓속말을 나누고 있는 반기문 총장의 모습. ⓒ뉴시스 사진DB(중앙일보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게 기정사실이 된 가운데, 범(汎)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의미 있는 운신을 시작했다.

    반기문 총장은 최근 핵심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원수 유엔사무차장을 국내에 파견해 정치권 동향과 전망을 수집하고, 다양한 인사들로부터 정치적 조언을 청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원수 사무차장은 외무고시 출신의 외교관료로, 지난 2007년 이래로 유엔사무처에서 다양한 보직을 맡으며 반기문 총장을 10년 가까이 지근거리에서 보필해온 핵심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제주에서 열린 한국~유엔 군축·비확산회의 참석차 지난 15일 일시 귀국한 김원수 사무차장은 회의가 끝난 18일 이후에도 국내에 2~3일 더 체류하며, 주로 새누리당 비박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여러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국내에 체류한 시기가 주말에 해당하긴 하지만, 공무로 귀국한 김원수 사무차장이 유엔 복귀를 늦추면서 국내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한 것은 반기문 총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5월 일시 귀국한 반기문 총장과 제주에서 접촉을 가졌고, 추석 연휴에도 미국을 방문해 반기문 총장에게 대권 도전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번에도 김원수 사무차장과 별도의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993~1995년 3년간 한국일보 워싱턴특파원으로 있던 시절, 주미공사로 미국 워싱턴DC에 머물고 있던 반기문 총장과 같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김원수 사무차장과의 이번 회동 과정에서 내년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는 화두를 제시하며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을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과 관련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30일 "(김원수 사무차장을) 만나서 대화를 나눈 사실이 있다"며 "국내 정치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동향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걱정을 나눈 자리였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반기문 총장이 귀국해서 최종적으로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지 여부는 아직 잘 모르겠더라"면서도 "반기문 총장이 네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갖고 (우리나라에) 돌아와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고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반기문 총장에게 전달한 조언은 △청년실업 △양극화 △고령화 △개헌의 4대 화두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같이 내년 대선에서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큰 화두들이다.

    반기문 총장의 대선 출마를 전제하고 이를 위한 조언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정진석 원내대표는 "(반기문 총장으로부터 대선 출마 여부에 관한) 메시지는 없었다"면서도 "(반기문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지 여부는) 다음 기회에 말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원수 사무차장은 정진석 원내대표 외에도 군축·비확산회의가 열린 제주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면담했고,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과 나경원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계의 '임시 지도부' 격인 비상시국회의 핵심 구성원과도 두루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수 사무차장과 접촉한 일부 국내 정치권 인사는 "반기문 총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국내 정치 동향 전개에) 상당히 디프레스된 상태"라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반기문 총장이 귀국 시기를 늦추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더라"고 전했지만, 굳이 최측근 인사를 국내로 파견해 조언을 청취하는 것으로 볼 때 조기 대선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정진석 원내대표는 "반기문 총장이 언제 귀국해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알 수 없다"며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면서까지 대선을 앞당겨야 하는데,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하는 게 의회지도자들이 할 일"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