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대선 투표 시스템 공정성 확인”…트럼프 “수백만 무투표권자 확인하자” 역공
  • 대선 후 침묵하던 힐러리 클린턴 美민주당 대선후보가 녹색당 '질 스타인'이 추진하는 재검표에 참여하기로 했다. ⓒ美NBC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대선 후 침묵하던 힐러리 클린턴 美민주당 대선후보가 녹색당 '질 스타인'이 추진하는 재검표에 참여하기로 했다. ⓒ美NBC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美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재검표’에 숟가락을 얹었다.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니아에서 ‘재검표’를 하자고 주장한 ‘질 스타인’ 녹색당 대표의 주장에 찬성한 것이다. 하지만 ‘재검표’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매우 불리해 보인다.

    ‘질 스타인’ 녹색당 대표는 지난 11월 9일(현지시간) 美대선이 끝난 뒤 위스콘신州와 미시간·펜실베니아州의 개표 결과가 이상하다며 재검표를 주장해 왔다. 그는 ‘재검표’에 드는 비용 250만 달러를 모금하기 시작, 지난 11월 23일(현지시간) 목표액을 훌쩍 넘는 480만 달러가 모이자 모금액을 540만 달러로, 다시 700만 달러로 상향조정했다. 그래도 기부금은 모두 모았다고 한다.

    ‘질 스타인’ 녹색당 대표의 ‘재검표’ 주장이 호응을 얻고, 위스콘신州 선거관리위원회가 재검표를 결정, 12월 중순까지 시행하기로 하자, 힐러리 클린턴 측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대선 투표 시스템의 공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워 동참하기로 했다.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 美현지 언론들은 “대선 투표 시스템에 대한 해킹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위스콘신 재검표 과정이 이제 곧 시작될 만큼 공정한 진행을 확인하기 위해 참여할 것”이라는 힐러리 클린턴 측 변호인의 주장을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측이 위스콘신州 대선 재검표에 참여한다는 뜻을 밝히자, 도널드 트럼프보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현 정부가 먼저 말리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재검표’ 소식이 전해지자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은 “이번 대선은 자유롭고 공정했으며, 해킹은 없었다”면서 재검표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 힐러리 측이 '질 스타인'의 대선 재검표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은 트럼프 당선자는 "그렇다면 수백만 명에 이르는 '무투표권자'의 선거참여도 가려내자"는 주장을 폈다. ⓒ美ABC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힐러리 측이 '질 스타인'의 대선 재검표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은 트럼프 당선자는 "그렇다면 수백만 명에 이르는 '무투표권자'의 선거참여도 가려내자"는 주장을 폈다. ⓒ美ABC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힐러리 클린턴 측의 ‘재검표’ 참여 소식에 대해 “그렇다면 ‘무투표권자’의 대선 투표에 대해서도 확인하자”고 맞받아쳤다. 2008년 대선과 2010년 중간선거 당시 투표권이 없는 외국인 영주권자, 유학생, 불법체류자 수백만 명이 투표를 했던 사실을 언급한 것이었다.

    국내 일부 언론은 “트럼프의 무투표권자 주장은 이 보도가 나왔을 당시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재미교포들을 위한 한인 매체 등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을 정도로 ‘무투표권자’의 선거 참여는 적지 않다.

    재미한인매체들은 2014년 관련 조사결과가 나왔을 때 “영주권자나 유학생과 같이 ‘무투표권자’가 선거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강제추방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고와 당부를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치르는 선거 때마다 참여하는 ‘무투표권자’는 최대 800만 명에 이르렀으며, 이 중 80%가 민주당 후보에게 ‘무조건 표를 주는’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이 같은 ‘무투표권자’의 대선 참여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불법체류자 강제추방을 유예하는 대통령령(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어 가능성이 꽤 큰 부분이다.

    즉 트럼프 당선자는 CNN이나 뉴욕타임스 등 ‘親힐러리 언론들’이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 힐러리가 6,400만 표를 득표, 트럼프보다 192만 표를 더 얻었지만, 선거인단 확보에서 져 대선에 패배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공공연히 행해지던 ‘무투표권자’의 투표를 일일이 확인하면, 힐러리의 실제 유효표는 수백만 표가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이 같은 ‘힐러리의 숟가락질’과 트럼프의 반박과는 별개로, 대부분의 美현지 언론들은 위스콘신州를 비롯해 미시간·펜실베니아州에서 재검표를 해도 결과는 뒤집히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한 트럼프 지지자가 공개한 美전역의 트럼프와 힐러리 득표 지도. 붉은 색이 트럼프, 푸른색이 힐러리다. ⓒ유튜브 관련영상 캡쳐
    ▲ 한 트럼프 지지자가 공개한 美전역의 트럼프와 힐러리 득표 지도. 붉은 색이 트럼프, 푸른색이 힐러리다. ⓒ유튜브 관련영상 캡쳐


    펜실베니아州에서는 트럼프가 6만 표 이상을 이겼고, 논란이 되는 위스콘신州에서만 2만 225표 차이로 트럼프가 이겼기 때문이다. 즉 ‘재검표’ 요청을 받은 3개 주에서의 재검표로 확보 선거인단 숫자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또한 트위터 등 SNS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향해 “당신은 사기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 스타인’ 녹색당 대표의 ‘재검표’ 주장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었다.

    ‘빌 스타인’ 녹색당 대표는 위스콘신州에서 불과 3만여 표밖에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재검표’를 요구하는 것은 이번 대선에 화가 난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자들로부터 돈을 모금한 뒤 ‘먹튀’하려는 의도를 가졌다는 것이다.

    실제 ‘빌 스타인’ 녹색당 대표는 7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은 뒤 지지자와 기부자들에게 “재검표를 하는데 필요한 비용에 사용하겠다”면서도 “만약 재검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좋은 곳’에 이 돈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의 한 작가는 "질 스타인의 재검표 추진은 사기"라며 관련 증거를 공개하기도 했다. ⓒ마이크 다이스 유튜브 채널 화면캡쳐
    ▲ 미국의 한 작가는 "질 스타인의 재검표 추진은 사기"라며 관련 증거를 공개하기도 했다. ⓒ마이크 다이스 유튜브 채널 화면캡쳐


    힐러리 클린턴 측이 ‘빌 스타인’ 녹색당 대표의 계획을 따르다 만약 재검표에서도 트럼프가 승리하는 결과가 나오게 되면, 힐러리는 마치 한국의 모 정치인처럼 ‘대선불복 대선후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