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들, 선전매체가 보여주는 한국 시위대 보다 사람들 복장, 거리 모습에 더 관심
  • 최근 북한은 노동신문 등 선전매체를 동원해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를 연일 집중보도하고 있다. ⓒ美VOA 방송 관련보도 화면캡쳐
    ▲ 최근 북한은 노동신문 등 선전매체를 동원해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를 연일 집중보도하고 있다. ⓒ美VOA 방송 관련보도 화면캡쳐


    최근 북한 김정은 집단은 선전매체를 총동원해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와 ‘최순실 게이트’를 이용해 연일 대남비방을 해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행태가 오히려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심을 심어주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4일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탈북자들과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을 인용해 “北선전매체들의 ‘박근혜 퇴진 시위’ 보도가 북한 주민들에게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2014년 탈북해 미국에 거주 중인 김마태 씨의 이야기를 먼저 전했다. 김 씨는 “북한에 있을 때 관영매체가 전하는 한국의 시위 장면을 통해 남한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누리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고 답했다.

    북한 체제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집회, 언론, 출판, 결사의 자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설명이었다.

    당국이 동원하지 않는 집회라고는 상상도 못하는 북한 주민들의 눈에는 ‘국가지도자 퇴진’을 요구하면서 수십만 명이 모이는 모습이 전혀 달리 느껴진다는 뜻이었다.

    ‘미국의 소리’와 접촉한 미국 거주 탈북자 데이빗 김 씨 또한 “북한은 한국을 가리켜 썩어빠진 자본주의 사회, 그런 교육을 하지만, 얼마나 자유스러우면 저렇게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고 나올 수 있느냐는 생각을 한다”면서 “북한은 지도자가 안 바뀌지만 한국은 수시로, 5년 마다 바뀌는 것을 보고는 굉장히 부럽고, 그런 곳에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980년대 TV를 통해 매일 방영되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보면서, 시위에 나선 남조선 사람들의 옷차림과 거리 모습이 인상깊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탈북자 마영애 씨 또한 80~90년대 북한 선전매체를 통해 보도되던 한국 대학생들의 시위를 본 뒤 북한의 체제 선전이 왜곡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거지가 넘쳐난다”던 서울 시내는 깨끗하고, 거리도 웅장한 건물들이 가득한 모습에 놀랐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또 다른 탈북자는 몇 년 전 인터뷰에서 1989년 법을 어기고 북한을 방문했던 임수경 씨가 이후 한국에서 정치인이 된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당시 인터뷰했던 탈북자는 북한이었으면 엄한 처벌을 받았을 임수경 씨가 정식 재판을 거쳐 5년형을 선고받고, 이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소리’는 탈북자 출신이자 英북한인권단체 ‘유럽북한인권협회’ 박지현 간사의 이야기도 전했다. 박지현 간사는 “민주주의 사회와 북한을 대비해서 봤을 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언론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 또한 北선전매체들이 한국에서의 ‘촛불 시위’를 보고, 북한에서도 권력에 항의할 수 있는 집회와 시위의 권리가 보장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수전 숄티 美디펜스 포럼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시위를 할 수 있다면, 100만 명이 아니라 전 국민이 일어섰을 것”이라며, 북한의 전체주의 독재체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의 보도는 마치 1970년대 초반 동독과 서독이 상호 TV방송 시청을 허용한 뒤 일어난 상황들을 떠올리게 한다.

    동독 정부는 1973년 국민들에게 서독 TV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때는 유럽 전역에서 좌익 진영이 활개를 친 뒤여서 서독 체제를 비판하는 언론 보도나 주장들이 많았다. 시위 또한 곳곳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서독 TV방송을 본 동독 주민들은 시위대의 복장과 거리의 모습, 이들의 일상생활을 보고서는 서독을 동경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과 이들이 인터뷰한 탈북자들의 말처럼,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생활을 알게 될수록 결과적으로는 북한 김씨 일가 체제에는 상당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