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국적 유권자들이 나서야 할 때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자유-민주 진영이라 할까, 아니면 더 넓혀서 비(非)좌파라 할까,
    뭐라고 부르든, 어쨌든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가 이번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이제는 마음을 정해야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촛불도 들었을 것이다.
    일부는 광장엔 안 나갔으나 마음속으로 촛불을 지지했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생경스러운 구호나 과격한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일부는 집안에 앉아 "박근혜가 잘못한 건 사실이다. 어쩌자고 저런 인간형(型)에게
    폭 빠져 저런 꼴을 당하나, 하지만 이 틈을 타 일부가 군중을 계속 어느 한 방향으로 몰아가려는 징후에 대해엔 "저것도 싫다"며 걱정할 것이다.
    이젠 이런 애국적 유권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이렇게 선언했으면 한다.

      1.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앞에 '권력의 비밀스러운 사유화'를 초래한 데 대해
         진심으로 자책하고 사과해야 한다. 

      2. 새누리당은 일단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게 죽는 것인가? 자유주의-보수주의-자유경제-한미동맹에 기초한
         투철한 자유통일 이념에 앞서, 한 개인을 사이에 두고서
         정치를 온통 친박-비박 어쩌고 하는 데로만 끌고 갔던 그간의 졸렬함에 대해
         진심으로 자괴-자책하고, 스스로 창조적 파괴를 결행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한 아이콘이 있었기에 그를 중심으로
    정치적 거취를 취한 것엔 물론 그 나름의 까닭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자격 있는 정치인이라면 한 개인에 대한 호불호에 앞서
    일정한 노선, 철학, 이념, 가치관, 역사관 세계관에 더 투철했어야 한다.
    그 동안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는 사실이 창피스럽지도 않은가?
    그걸 어떻게 지성인이라 할 수 있는가?
    정치인이 되기 전에 먼저 일정한 수준의 지성인이 돼야 할 것 아닌가?

     다시 살아난다는 건 어떤 것인가?
    친박-비박 아닌 자유주의-보수주의-자유통일-자유시장의 대원칙에 충실한
    가치의 결사(結社)체로 거듭나는 게 그것이다.
    새누리당은 과연 이럴 수 있나? 그럴 수 없다면 망해 싸다.
    그런 대한민국적 '정통주의-원칙주의'의 테두리 안에서라면
    필요할 경우 합리적 진보의 복지처방도 선별적으로 참조할 수 있다.

     3. 야당(민주당과 국민의 당)과 운동권은 이번 촛불 사태를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대규모 군중 진출은 좌파만의 힘으론 불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엔 일찍이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자유민주 보수 유권자들의 정의감이 섞여들었기에
    그런 인파가 출현할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줄었어도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은 늘어난 바 없지 않은가?
    야당과 운동권이 이걸 간과한 채 박근혜 대통령의 비(非)자발적, 비(非)헌법적 하야를
    강제하려 한다면 그건 중대한 과오가 될 것이다.

      4.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총리 추천을 마다한 것은 치명적 실책이었다.
    과욕과 무능과 오판의 산물이었다. 이제 와 "다시 그렇게 하자"고 한다면 그건 염치없는 일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애초에 뜻이 알쏭달쏭한 거국-중립 내각 운운한 것부터가
    될성부르지 않은 소리였다.

      5. 외교-안보-대북-국제공조의 분야에선 일관성 있는 원칙과 자세가 변함없이 유지돼야 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현상, 김정은의 핵-미사일 집착, 이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력' 그리고 사드 배치 등 여러 안보 현안에 있어선 조금의 흔들림도 있어선 안 된다.
    이점에서라도 '야당과 함께 내각을'은 있기 어려운 일이었다.
    사드 배치 찬성과 반대가 어떻게 한 내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는 애국적 국민이 '박근혜 시대' 끝내기 국면의 주도권을 잡아 행사해야 한다.
    자유민주 헌정질서를 사랑하는 애국적 유권자들의 참여야말로 이번 사태의 주력군이었다.
    그런 마큼 그들이 편향된 집단을 제치고 시국의 대주주로 나서야 한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