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가정마다 ‘사적물 보관 지원금’ 강요, 김씨 일가 기념물 이동용 자재도 수탈
  • ▲ "아니, 전쟁나면 동상이랑 초상화부터 대피시켜야지. 동상이 무슨 죄가 있냐고?" 최근 북한에서는 김씨 일가의 '사적물'을 대피시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아니, 전쟁나면 동상이랑 초상화부터 대피시켜야지. 동상이 무슨 죄가 있냐고?" 최근 북한에서는 김씨 일가의 '사적물'을 대피시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집단의 특이한 행태가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김정은이 각 도마다 있는 ‘사적물(史蹟物)’의 대피 준비를 올해 말까지 끝내라는 지시를 주민들에게 내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0일 보도했다.

    문제는 소위 ‘사적물’의 대피에 필요한 자금과 자재 등을 모두 주민들에게 부담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도내 사적관에 비치된 김일성 사적물의 유사시 대피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며 “전쟁 등을 대비한 사적물 대피 장소 마련과 그 운반에 필요한 자재들까지 마련하라는 자세한 지시가 하달됐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집단은 함경북도 청진시에 있는 김씨 일가 관련 사적물들은 유사시 청암구역 문화동에 만든 지하동굴에 보관하도록 지시한 뒤 주민들에게 “이것은 충성의 지원사업”이라며 필요한 자재, 운반수단까지 북한 주민들이 ‘자체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소식통은 ‘김씨 일가 사적물’을 운반할 때 담을 자루마저 신발 수리공들에게 강제로 만들어 바치라고 했다면서 “도당에서 지정한 자루는 방수천으로 만들어야 하고 길이, 너비, 폭 모두 1m의 규격”이라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신발수리공들이 사적물 보관 자루를 만들면 밥벌이를 할 수 없다”고 김정은 집단을 비판했다고 한다.

    다른 함경북도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접촉에서 “한 세대 당 5,000원 씩을 ‘사적물 보관 지원금’으로 거두고, 각 가정마다 초상화 보관함도 따로 마련해 동 반장의 검열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초상화 보관함은 폴리에틸렌 수지로 만들어야 하며, 초상화 액자를 제거하고 사진이 손상되지 않도록 벨벳 원단으로 싸서 넣은 뒤 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앞뒤에 양초로 땜질을 하도록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장마당에서는 1m당 2,000원도 하지 않던 폴리에틸렌 농업용 합성수지 가격이 며칠 사이에 3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벨벳 원단과 양초 가격도 대폭 상승했다고.

    이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 중앙의 사적물 보관 지시에 좋아하는 건 장사꾼들과 당 간부들뿐”이라면서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누가 사적물이나 초상화를 나르고 있겠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북한에서는 김정은과 그 일가를 기념하는 물건이 다른 전쟁물자는 물론 사람보다 먼저 대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몇몇 동상의 경우에는 전쟁에 대비해 지하로 수납할 수 있는 장치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한국 사회에서는 ‘전쟁 조짐’이 보인다고 하면, 공항과 항만에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붐비고, 마트에서 라면, 통조림 등을 사재기하는 양상이 나타나겠지만, 북한에서 ‘전쟁 준비’를 한다는 조짐은 전국 곳곳에 세운 동상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김정은 일가의 기념물이 어디론가 이동하는 행태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