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북한 경비정에 예인됐던 `800 연안호' 선원과 선박이 나포 30일 만인 29일 무사 귀환했다. 연안호 선원 4명과 선박은 이날 오후 5시께 동해 NLL을 넘어온 뒤 3시간여 항해를 거쳐 오후 8시께 속초항에 입항했다. 이로써 지난 13일 개성공단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가 억류 136일만에 석방된 데 이어 연안호 선원들도 풀려남에 따라 북한 지역에 억류됐던 우리 국민의 귀환 문제는 일단락됐다.

    속초해양경찰서는 오후 5시께 강원 고성군 제진(옛 저진) 동북쪽 약 29㎞ 지점(북위 38도 37분, 동경 128도 44분) NLL 상에서 북측으로부터 연안호 선원 4명과 선박을 넘겨받았다. 북측 경비정은 NLL 북방 1.8㎞ 지점까지 호송한 연안호가 항해를 계속해 NLL 선상에서 우리 해경 경비정에 인수되는 것을 확인하고 북측으로 되돌아갔다.

    연안호는 NLL 이남 0.9㎞ 지점에 대기하고 있던 우리 해군 경비정의 호위를 받으며 자력으로 속초항으로 이동했다. 해경은 연안호를 인수하자마자 선장 박광선씨를 비롯한 선원 4명의 건강과 선박의 이상 여부를 선상에서 1차 확인했으며, 일단 선원들의 건강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경비정이 NLL상에서 연안호를 인수할 때 우리 해군 초계함과 구축함 등이 NLL 인근까지 북상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지만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동해상에는 파고가 2.5m로 다소 높게 일어 연안호의 입항 시간이 지연될 것이 우려됐지만 연안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예상시간에 무사히 도착했다.

    고성 거진항 선적으로 29t급 오징어 채낚이어선인 연안호는 지난달 30일 오전 5시5분께 GPS(위성항법장치) 고장으로 제진 동북쪽 37km 상의 NLL을 13km가량 넘어갔다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장전항으로 예인됐었다.

    북측은 나포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동해지구 군사실무책임자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통해 "조선인민군 해군 경비함이 7월30일 동해 우리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한 남측 선박 1척을 나포했다"며 "해당기관에서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선원들과 연안호 문제가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 발생 후 정부는 북측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선박과 선원의 조속한 송환을 거듭 촉구했고, 이에 북한은 이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과 북한 고위급 조문단의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 방남 때 연안호 선원의 석방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늦었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우리 선박과 선원이 무사 귀환한 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가정보원과 군, 해경 등 관계기관으로 합동조사단을 꾸려 속초 인근 군부대에서 연안호 선원들의 월선 경위와 북한 체류 당시의 생활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속초·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