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혁명적 방식 대신 합헌-합법(合憲-合法)적 방식 해야 "
  • 차아뿌라 서푼짜리 '혁명 놀이'

  • 요즘 ‘비상시국회의’ 구성 등 심상치 않은 담론들이 횡행하고 있다.
    여-야 협의도, 국회 논의도 아닌 이런 생경스러운 기구로 시국을 작위적으로 조작(繰作)하고 정권을 접수하자는 식의 언사들은 한 마디로 설익은 ‘혁명적' 발상이다.
    ’파리 콤뮨’ 아닌 ‘서울 콤뮨’이라도 만들겠다는 소린가?
    고등학교 아이들이 “혁명정권 수립하자”고 한 거야 청소년이니까 그랬다 치자.
    그러나 한다하는 야당 지도자들이란 사람들이 그 따위 서푼짜리 혁명적 논리를 띠어올리는 건 무책임한 짓거리다.

    박근혜 대통령이 심지어는 자신의 건강관리까지 청와대 의료팀 아닌 비선(秘線) 최순실 자매에게 일임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런 점에서도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주었던 유권자들조차 고개를 가로저을 노릇이다.
    그래서 박근혜 시대는 어차피 끝내기 과정에 들어갔다고 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도덕적 문화적 정치적 헤게모니는 다시 살아나기 힘들다.

    하지만 그 끝내기는 혁명적 방식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합헌-합법(合憲-合法)적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대한민국과 국민은 발전된 문명국이고 선진적 문명국민이다.
    이런 나라와 국민에겐 매사 합헌적이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처리되는 게 합당하지,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나 위로부터의 쿠데타 같은 방식으로 하려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1960년대도 1980년대도 아닌 ‘산업화되고 민주화되고 정보화되고 세계화된 대한민국’엔 지금 과거와 같은 독재, 탄압, 권위주의, 언로(言路) 폐쇄, 물리적 억압이 없다.
    이런 나라에선 무엇을 추구하든 혁명이라는 낭비적인 과정을 거쳐야 할 이유가 없다.

    무엇이든 법절차에 따라 진행 시키면 그걸 원천적으로 못하게 막는  ‘나치 헌법’이나 ‘김정일 폭정’ 같은 게 없는 까닭이다.
    박근혜 시대 끝내기도 따라서 법에 따라 진행시키면 그만이다.
    예컨대 헌법이 정한 탄핵 같은 방식이 그것이다.

    이럼에도 일부는 박근혜 대통령을 다중의 위력으로, 비(非)자발적으로, 법률에 의하지 않는 방식으로 밀어내자고 하는데, 이건 절대로 안 된다.
    민주-법치 국가의 원칙상으로도 안 되고, 군중혁명과 혁명권력체(소위 ‘비상시국회의’ 같은)에 의한 정권접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훼손할 위험이 있기에 더욱 안 된다.  

    오늘의 시국은 그래서 중대한 고비에 와 있다.
    이 고비의 성격을 정확하게 투시해야 한다.
    지금은 박근혜 시대 끝내기의 방식을 두고서 정통주의와 급진주의가 부딪히고 있는 국면이다.
    아니 부딪혀야 할 국면이다.

    대한민국 헌법질서와 법치주의를 지키면서, 그 테두리 안에서 박근혜 시대를 순리로 끝내야 한다고 믿는 대다수 애국국민(정통주의)이, 그 끝내기를 굳이 초헌법적 군중봉기 방식으로 하려는 일부 ‘혁명적’ 발상(급진주의)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해야 한다.

    다수(51%) 유권자들이 문재인 후보에게 정권이 갈까봐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

    그런데 그 표들이 지금 갈 곳을 몰라 헤매고 있다.
    왔다갔다 표 일부는 물론 야 쪽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30%의 고정표는 지금 멘붕 상태에서 사태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그렇다고 야당으로는 가지는 않을 표다.
    이들은 그런 가운데서도 나라가 어찌 될지 걱정하고 있다.
    이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이제는 애국적 발상이 고개를 쳐들어야 한다.
    그리고 외쳐야 한다.
    혁명적 방식은 노(No)라고.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