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국 자유게시판에 '보도국장·간부 비판 글' 릴레이 게재2012년 1월 당시 기수별로 'MBC 성토 글' 올리던 때와 유사

  • 4년 전, MBC에 크나큰 생채기를 남겼던 '총파업 사태'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MBC노동조합(공동위원장 김세의, 임정환, 최대현)은 10일 공식 성명을 배포, "지난 7일 오전부터 2012년 1월에 있었던 일을 예상케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보도국 자유게시판에 김OO 기자의 글이 올라온 뒤, 여타 기자들이 '(뉴스데스크 시청률 하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보도국장 등 간부들이 물러나야 한다'고 동조하는 글을 속속 올리는 모습은, 흡사 4년 전 특정 기자가 글을 올리면 그에 따라 각 기수별로 한명씩 글을 올리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고 밝혔다.

    MBC노동조합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본부노조)가 10일 오후 조합원 비상총회 및 결의대회를 소집키로 한 것은 사실상 '총파업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디 4년 전 적지 않은 MBC 구성원 가족이 노조의 정치파업으로 큰 상처를 입었던 사실을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MBC노동조합은 "본부노조 집행부는 당시 파업으로 인한 징계가 '훈장'이 돼 영웅이 됐을지 모르겠지만, 정작 노조원들은 170일간의 파업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던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며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MBC 구성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반드시 돌아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MBC노동조합은 "김OO 기자의 글과 함께 이후에 이어지는 글들을 살펴보면, 2012년 이후에 들어온 경력기자를 '김재철 키즈' 혹은 '안광한 키즈'로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등, 여전히 '선민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상대적 약자'인 경력기자들에게 강요하는 '폭력'을 저지르고, 경력기자의 명예를 실추시킨 일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MBC노동조합은 일부 기자들이 보도국장과 편집회의 간부들에게 시청률 하락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것과 관련,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 경중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은 회사의 잘못이 크지만, 뉴스 벨류에 대한 '주관적 판단'의 문제를 마치 MBC 회사 측에서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근거를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MBC노동조합이 배포한 공식 성명 전문.

    총파업을 위한 수순이 아니길 바란다!                   

    11월 7일 오전 일과 시간, 보도국 자유게시판에 김 모 기자의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을 본 사람들은 바로 2012년 1월에 있었던 일을 예상했다. 특정 기자가 글을 올리면 그에 따라 각 기수별로 한명씩 글을 올리는 상황 말이다. 안타깝게도 그 예상은 전혀 빗나가지 않았다.

    김 기자의 글과 함께 이후에 이어지는 글들은 뉴스데스크 시청률 하락의 책임으로 보도국장 등 간부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안타까운 점은 여전히 선민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력기자에 대한 비판 역시 빼놓지 않았다. 2012년 이전에 들어온 경력기자와는 철저하게 구분한 채, 2012년 이후에 들어온 경력기자를 ‘김재철 키즈’ 혹은 ‘안광한 키즈’로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정 생각을 강요하는 일 역시 폭력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MBC가 보도에서 전혀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뒤따라가게 된 상황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왜 우리는 TV조선과 JTBC가 저렇게 활약을 할 동안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했는가에 대해서 반드시 반성과 비판이 필요하다.

    하지만 특정 집단에게 비판을 받는다고 그것을 마치 진리인 것처럼 내세우는 것은 비약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 2005년 ‘황우석 사태’ 당시를 잊었는가? 노무현 정부 당시 영웅으로 떠받들던 황우석을 MBC가 나서서 당당히 문제 제기를 했다. 하지만 황우석을 비판했던 MBC에 대해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카메라기자가 촬영을 하면 황우석 지지자들이 그 카메라를 마구 흔들며 방해하고 비난을 해댔다.

    당연히 시청률은 바닥을 쳤고, 불매운동으로 뉴스데스크에는 단 하나의 광고도 안 붙을 때가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황우석 지지자들의 비난과 시청률 하락의 책임 등을 물어 당시 회사 간부들의 사퇴를 외쳤어야만 했나?

    뉴스의 가치 판단은 주관적인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 경중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은 회사의 잘못이 크다. 다만 그 판단은 TV조선과 JTBC가 잘 한 것이고, 다른 수많은 언론사들도 잘못 판단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이러한 주관적 판단의 문제를 마치 MBC 회사측에서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근거를 제시해주길 바란다. 최소한 언론인이라면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 충분한 근거 없이 무책임한 의혹 제기만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경력기자들에게 더 이상 ‘김재철 키즈’ 혹은 ‘안광한 키즈’가 아니라는 증명을 하라고 한 글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겠다. 경력기자들이 그 증명을 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상대적 약자인 경력기자들에게 강요하는 일은 바로 폭력이다. 무슨 근거로 부당한 주장을 하는 것인가? 경력기자의 명예를 실추시킨 일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다.

    회사는 지금이라도 뉴스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현재 MBC 뉴스데스크는 최악의 위기 상황이다. 종편의 등장 이후 시청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고, 8시로 옮기면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SBS 8시 뉴스에도 거의 매일 큰 폭으로 지고 있다.

    MBC를 사랑하는 구성원으로서 아무리 애정을 갖고 MBC 뉴스데스크를 보려고 해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SBS 8시 뉴스보다 내용이 알차거나 재미있는 점을 찾기 어렵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SBS를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SBS는 ‘스브스뉴스’, ‘비디오머그’ 등 온라인을 활용한 뉴스 콘텐츠를 강화해 스마트폰 시대에 적합한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 상황인가? MBC 기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 기자의 시대는 이미 사라지고 있는데도 아직도 SNS에 공급하는 뉴스 콘텐츠에 대한 노력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유배지에 끌려갔다고 회사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뉴미디어 콘텐츠 개발은 어려운 실정이다.

    부디 회사를 망치는 정치파업은 없기를 바란다!

    설마 이렇게까지 예상대로 진행될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상황이 마치 정해진 것처럼 돌아가고 있다.

    언론노조 문화방송 본부(이하 본부노조)가 11월 10일 저녁에 조합원 비상총회 및 결의대회를 연다고 한다. MBC의 수많은 구성원들은 지난 2012년 170일간의 파업을 경험했다. 적지 않은 가족이 그 기간 중에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많은 상처를 입었던 사실을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본부노조 집행부는 징계가 훈장이 되어 영웅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지난 170일간의 파업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던 노조원들의 고통을 잊지 말기 바란다. 아울러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MBC 구성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반드시 돌아보길 바란다.

    MBC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