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원조 톱모델' 박영선, '불타는 청춘'서 털털한 '반전 매력' 과시

  • 한때 늘씬한 수퍼모델들이 브라운관을 누비던 시절이 있었다. 170cm 이상의 장신에, 서구적인 마스크와 몸매를 지닌 이들은 여성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고, 남성들에겐 꿈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로망'이었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던 이들 중에서도 박영선은 독특했다. 여타 모델 출신 방송인들이 MC나 프로그램 패널로만 활약하던 시기, 박영선은 톱스타 최민수와 공동 주연을 맡을 정도로 '연기'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발휘했다.

    모델 겸 배우로서 정상의 인기를 달리던 박영선은 99년 돌연 미국행을 택하면서 홀연히 방송계를 떠났다. 그리고 들려오는 이혼 소식. 80~90년대를 풍미했던 '원조 톱모델'은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그런데 최근 '박영선'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등장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달 25일 방송된 SBS '불타는 청춘'에 박영선이 출연, 기존 멤버들은 물론 '열혈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 잡으며 단숨에 '광클릭'을 유도하는 이슈메이커로 등극한 것.

    하이힐을 신고 워킹 실력을 뽐내다가도 김광규와 함께 앙드레김 패션쇼의 트레이드마크인 '이마 맞대기 퍼포먼스'를 펼쳐보이는 등, 이날 박영선은 당당하면서도 털털한 '반전 매력'을 과시하며 새로운 '예능 늦둥이'의 탄생을 알렸다.



  • 무려 17년 만에 '예능 신고식'을 치른 박영선은 지난달 28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기대 이상의 예능감을 발휘하며 취재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사실 제가 카메라 앞에서 좀 울렁증이 있거든요.


    박영선은 대면한 순간 자신이 '카메라 울렁증'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인터뷰 내내 도미할 당시 상황부터 '성형 부작용'에 시달린 얘기까지, 깨알같은 에피소드를 쉴새없이 늘어놓으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저는 재미있는 사람이 좋아요. 김광규씨도 재미있고, 최성국씨도 재미있고…. 그런 분들이 좋아요. 그 분들 마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호호호.


    지난 방송에서 김광규와 '찰떡 호흡'을 과시했던 터라, 내심 '김광규'란 대답이 나오길 기대하며 "커플로 맺어지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멤버가 있느냐"는 질문을 툭 던졌는데, 박영선은 아예 한술 더 떠 "재미있는 사람(김광규, 최성국 등등)이 이상형"이라는 위험천만한(?) 발언을 내뱉었다.

    이쯤되면 예능 고수다. 또 박영선은 여성으로서 말하기 힘든 성형 논란에 대해서도 '사이다 같은' 대답을 내놨다.

    뺐어요. 호호. 미국에서 (공업용 실리콘을 입술에 삽입하는)시술을 받았는데, 국내에선 이걸 뺄 수가 없다는 거예요. 다행히 딱 한 군데에서 이걸 할 수 있다는 회신이 와서 바로 시술을 받았어요. 빼니까, 아주 시원해요.


    여전히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박영선은 자신만의 독특한 다이어트 비법도 공개했다.

    박영선은 "한국에 돌아온 직후 불어난 살 때문에 등에 있는 지퍼를 끝까지 못 올린 채 화보를 찍었다"는 굴욕담을 공개하며 "일단 적게 먹고, 빠르게 걷는 게 최고고, 만약 배에 살이 있으면 걸으면서 '없어져라, 없어져라' 이렇게 되뇌면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 과거 연기와 모델 일을 병행할 무렵, 연기의 '연'자로 모르고 활동하다 최민수와 어색한(?) 사이가 됐다는 박영선은 "이젠 나이도 먹었고, 경험도 많이 쌓인 만큼 제대로 된 표현이 가능할 것 같다"며 새삼 연기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옛날에는 배우가 뭔지도 모르고 했지만, 지금은 삶을 살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겪었잖아요? 이제는 표현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도 찍고 싶고, 모델 일도 계속 하고 싶어요. 목표는 크게 가져야죠. 달을 향해 화살을 날려야, 그 옆에 있는 별이라도 맞출 거 아니겠어요? 호호.


    '힙합전사' 현진영과 베스트 프렌드가 되고, 루게릭 병 환자를 돕는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박영선은 "다시는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그냥 어리석었던 거죠. 얼마나 내가 좋은 직업과 좋은 자리에 있었는지를 몰랐던 거죠. 이젠 그런 실수는 안할 거예요. 다시 예전처럼 왕성하게 활동할 순 없겠지만, 제 나이대에서 가능한 만큼은 뭐든지 다 하고 싶어요. 앞으로 팬 여러분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열심히 활동 할게요. 지켜봐 주세요.



    다음은 박영선과 뉴데일리 취재진과의 일문일답 전문.




  • - 정말 오랜 만에 안방극장에 나오셨습니다. 재작년에 잠깐 TV토크쇼에서 뵌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사실 그동안 잘 못지냈어요. 아시다시피 이혼하고 나서 미국 생활 다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왔잖아요? 그 다음에 좀 우울한 시간을 보냈어요. 당연히 사람이니까 애도 보고 싶고…. 우울함이 좀 오래갔던 거 같아요. 이제 일을 시작하면서, 다시 밝아지려고 노력 중이에요.

    - 아이가 보고 싶었다고요?

    ▲애가 미국에서 계속 학교를 다녔으니까, 환경이 바뀌면 안좋잖아요? 그래서 아빠랑 같이 살면서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기로 결정을 내렸어요. 방학 때는 제가 건너가서 얼굴을 보고 그러지요.

    - '불타는 청춘'에는 어떤 계기로 출연하시게 됐나요?

    ▲제가 '불타는 청춘' 애청자예요. 이 프로그램이 우리 중년들한테는 인기 1위예요. 주위에서도 제 친구들이 "얘, 넌 여기 나가야 돼. 지금은 아무도 못 알아봐. 공백기가 있어서…. 너 알아보는 사람들이 보는 그런 프로그램에 나가서 너를 피알해야 되는 거야"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운좋게도 섭외가 된 거죠.

    - 프로그램 녹화가 좀 길었죠? 1박 2일 동안 진행됐다고 들었는데.

    ▲촬영지가 거제도였잖아요? 6시간 동안 갔어요. 전날 출발해서 거기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일어나서 그때부터 합류해 찍기 시작했죠. 그날 밤 늦게까지 찍고, 다음날 저녁까지 찍고 헤어졌는데,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 출연진 중에 원래 친분이 있던 분들이 계셨나요?

    ▲박선영씨는 옛날에 같이 한 번 영화를 찍었고요. 강수지씨도 여러 번 뵀지만 친하진 않았어요. 그냥 마주치면 "아,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는 정도였죠.

    - 누가 언니인가요?

    ▲수지 언니가 한 살 위에요.

    - 그럼 나머지 분들은 서먹서먹하고, 그랬을 것 같은데요. 게다가 정말 오랫만에 카메라 앞에 서 셨는데, 촬영 당시 느낌이 어땠나요?

     ▲초반에는 좀 서먹하긴 했는데…. 사실 다 우리 또래잖아요? 친구들이고. 사람이 나이들면 아무래도 타인에게 좀 너그러워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금방 편해졌어요. 무엇보다 거기 계신 분들이 전부 잘해주셨어요. 게다가 저도 미국에서 학부형으로 지낼 때 아무나 보고 수다를 떨던 그런 습관 때문인지, 꽤 잘 맞았던 거 같아요.

    - 아, 그러니까 '연예인 박영선'이 아니고, '학부형 박영선', 수다떠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에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는 말씀이군요. 그나저나 예전에 한창 활동하실 때, 예능 프로그램에는 거의 출연을 안하셨었죠?

    ▲제가 카메라 앞에서 좀 울렁증이 있어요.

    - 에이, 모델이셨는데 무슨 울렁증이 있다고….

    ▲그러니까 패션쇼 할 때에는 좋았죠. 정말로 저를 잊고서 신나게 일에 몰두하곤 했어요. 그 다음으로는 사진 촬영을 제일 많이 했는데, 어떤 사건을 겪은 뒤로 일종의 '트라우마'에 시달린 적이 있어요.

    예전에 매달 저와 사진을 찍는 사진 작가 분이 계셨었는데요. 어느 날 촬영 도중 저에게 신경질을 내면서 "너 그거 밖에 못하나?" 이러시는 거예요. 그때 기분이 굉장히 안좋으셨던 것 같은데…, 저는 아주 어릴 때라 가슴이 무너졌죠. 저에게는 큰 사건이었어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 일년 동안 카메라 앞에 설 수가 없었어요. 앞에 서면 몸이 얼어붙고 포즈를 취할 수가 없는 거예요.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도 가끔가다 그 때 기억이 나면 순간 '멈칫'하는 느낌이 있어요.

    방송 촬동도 초반엔 좀 힘들어했었죠. 다 낯설고…, 부모 없이 나 혼자 와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래서 많이 얼고, 긴장하고 그랬었죠. 그런데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드니까 지금은 사람이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긴장하면 저쪽도 긴장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 맘이 좀 편해지죠. 



  • - 방송을 보신 분들 중엔, 박영선씨의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이 정말 재미있고, 의외의 '반전매력'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도도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고, 사람이 소탈하고 꾸밈이 없다는 얘기들을 하시더라고요.

    ▲제 성격은 옛날에도 이랬어요. 그런데 아무하고나 말을 섞거나 그러지는 않았죠. 낯을 좀 가렸어요. 딱 내 친구 내 식구 앞에서만 제 본성을 드러냈죠. 처음 뵙거나 일하러 만난 사람 앞에서는 딱 내 할일만 하고 돌아갔어요.

    - 그래서 약간 차가운 이미지로 포장이 돼 있었던 거군요.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네, 그렇죠.

    - 아무튼 이번 기회를 통해 박영선씨의 '진면모'를 알게 돼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제를 좀 바꿔볼까요  이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김국진씨와 강수지씨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는 얘기는 잘 알고 예시죠? 혹시 현재 남성 멤버 중에 스타일이나 성격상, 자신과 잘 어울린다거나, 혹은 커플로 맺어지면 (방송상)재미있겠다고 생각되는 멤버가 있으시다면?

    ▲저는 재미있는 사람을 정말 좋아해요.

    - 그게 혹시 이상형인가요?

    ▲지금은 이상형이 됐어요. 저는 심각한 것보단 이젠 재미나게 밝게 웃고 싶어요. 그래서 재미있는 사람이 좋아요. 김광규씨도 재미있고, 최성국씨도 재미있고…. 그런 분들이 좋아요. 그 분들 마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호호호.

    - 그 분들이 들으시면 굉장히 좋아하시겠네요.

    ▲아, 그래요? 호호.

    - 박영선씨는 서구적인 미모와 몸매로 80~90년대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시다가 어느날 갑자기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당시 활동을 접게 된 속사정이 무엇이었는지 속시원히 좀 밝혀 주시죠.

    ▲그냥 어리석었던 거죠. 얼마나 내가 좋은 직업과 좋은 자리에 있었는지를 몰랐던 거죠. 저는 어릴 때부터 방송 일을 시작했고, 그때에는 제가 알고 있는 게 이 세상의 전부인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전혀 또 다른 세계가 있었던 거죠. 미국에서 17년 동안 가정 주부로 살면서(부부 생활은 11년 했지만) 제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뒤늦게 '이 바보야. 너 정말 어리석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미국에 계실 때 방송이 많이 그리우셨겠어요.

    ▲어느 순간부터 다시 이쪽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런 마음가짐이 컴백을 하게 된 계기로 작용한 셈이죠.

    - 잠시 과거로 돌아가볼까요? 열다섯 살때 모델로 데뷔를 하셨죠? 잡지 모델 활동을 하다가 초콜릿 투유 CF를 찍으면서 스타덤에 올랐고요. 데뷔 과정도 참 궁금합니다. 어린 나이에 모델이나 방송 활동을 하기가 참 쉽지 않았을텐데요.

    ▲지금은 없어졌는데 '주니어'라는 학생잡지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매달 '학생 모델'을 뽑았는데, 잡지 뒤에 모델을 구한다는 공고를 냈죠. 마침 저희 학교에 '주니어' 학생 기자가 있었는데요. 그 친구가 저를 데리고 거기에 간 거예요.

    - 혹시 학창시절에도 키가 컸습니까?

    ▲고등학교 때 키가 커봐야 얼마나 컸겠어요? 그런데 저는 학창 시절 꾸준히 키가 컸어요. 멈추질 않았죠. 호호. 물론 그때에도 또래들 보다는 눈에 띌 정도로 큰 편이었죠.



  • - 그때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어떤 마음이었어요? 그냥 호기심?

    ▲호기심이죠. 나이도 딱 사춘기 때고, 친구가 이런 게 있다고 얘기를 하니까 "진짜?" 이러면서 그냥 따라간 거예요. 그때 카메라 테스트를 받았어요. 그랬더니 (잡지사 측에서)좋대요. 다음 날부터 패션 촬영을 하고 그 다음 달 표지 촬영을 했어요. 그리고 매달 저를 불러 주셨어요. 그게 모델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거죠.

    - 그럼 CF 촬영은 어떻게 하게 된 건 가요?

    ▲우리 엄마가 저를 보시기에, '얘는 키가 너무 크니까 평범하게는 못살겠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에요. 제가 학생 모델 활동은 했지만 이게 정식 프로 모델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고2 때 저를 '워킹 학교'에 보내신 거예요. 국제복장학원에…. 지금은 없어졌죠. 그때에는 그 안에 '차밍 스쿨'이 있었어요.

    - 일종의 모델 학원이었군요.

    ▲그랬죠. 거기를 보내주셔서 그곳에서 워킹 교육을 받고 한달 정도 지났는데, 선생님과 친한 어떤 에이전시 분이 저를 포함해 연수받는 친구들 사진을 다 찍어가셨어요. 그리고 에이전시가 밀집된 충무로에 그 사진들을 돌리신 모양이에요. 그랬더니 어느날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이 왔어요.

    - 그게 그 초콜릿 CF였군요.

    ▲맞아요. 그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는지 아세요? 오디션을 보러갔는데 당대 유명햇던 탤런트, 배우들이 다 와서 앉아 있는 거예요. 대놓고 보기는 좀 민망해서 곁눈질로 한참 쳐다봤던 기억이 나요. 일단 저는 그때 치아 교정기를 끼고 있었어요. 그래서 오디션 볼 때 담당자 분이 "웃어 보세요"라고 하자, 전 "못 웃어요"하면서 교정기를 보여줬죠. 호호. 당연히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머, 저한테 연락이 온 거예요. 제가 됐다고….

    - 그럼 모델로 선발되고 교정기는 바로 뺐겠네요.

    ▲그랬죠. 엄마가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그걸 빼면 시간이 더 걸린다'면서 막 뭐라고 하셨어요. 그냥 저보고 그 CF 찍지 말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엄마, 나 이거 한 번만 꼭 할래"라고 설득을 했죠.

    - 만약 그때 엄마 말을 들었다면 오늘날의 박영선씨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럴지도 모르죠.

    - 그 CF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섭외 요청이 들어온 거군요. 지금 말씀을 쭉 들어보면 모델로 입문 하신 게 자의반 타의반이었는데, 원래 꿈은 모델이 아니었나요?

    ▲스튜어디스가 꿈이었어요.

    - 그러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따로 노력은 안해보셨나요?

    ▲안했어요. 호호호. 저는 원래 뭘 옮기거나 바꾸는 걸 되게 싫어해요. 귀걸이도 한 번 하면 누가 빼라고 하기 전까지, 그것만 계속 껴요. 옷도 잘 안버리고, 입었던 옷 계속 입고…. 모델 일도 일단 시작을 했으니까, 쭉 가야된다는 생각만 했어요.

    - 요즘 보면 장윤주씨라든가 이성경씨 등, 모델 출신으로 타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시는 연기자 분들이 많이 계신데요. 국내 최초로 모델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건 박영선씨가 최초 아닌가요? 후배들의 활약상을 보실 때 어떻습니까?

    ▲너무너무 자랑스럽죠. 그리고 저보다 훨씬 더 잘하시는 거 같아요. 끼들이 정말 대단하고. 

    - 당시엔 모델에서 연기자로 선회할 때 딱히 롤모델이 될 만한 분이 안계셨죠?

    ▲그랬죠. 개척을 했다기보다는, 그때그때 주어진 일만 차분히 했던 거 같아요.

    - 사실 CF모델이나 패션모델, 그리고 배우는 전혀 다른 직종이잖아요? 특히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을텐데요.

    ▲그러니까 웃긴거죠. 하하. 

    - 내면에 그런 끼가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니에요. 정말 창피해요. 호호. '연기' 얘기만 나오면, 어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어요.

    - 영화를 무려 4편이나 찍으셨잖아요?

    ▲그러게 말이에요. 많이도 찍었어요. 호호. 연기력도 없으면서. 그때는 정말 뭣 모르고 연기를 했어요.



  • - 당대 최고 톱스타였던 최민수씨하고도 연기를 하셨죠. 그때 어땠나요?

    ▲저는 그때까지 제가 연기를 못하는지 몰랐어요. 민수 오빠하고 처음에는 되게 친했거든요. 그런데 저희 영화 촬영이 끝나갈 무렵에는 '웬수'가 됐어요. 호호호. 저라도 그랬을 거예요. 만약 패션쇼 장에 어떤 동생이 와서 계속 일을 가르쳐 주는데, 진짜 구제불능이면 슬슬 짜증이 나고 화도 나지 않겠어요? 그거랑 똑같은 거 같아요.

    - 많이 혼나셨나봐요.

    ▲아뇨, 혼나지는 않았어요. 그냥 무표정…. 하하, 민수 오빠 말수가 점점 없어졌어요. 저하고 눈도 잘 안 마주치고…. (웃음)

    - 원래 굉장히 재미있으신 분인데, 말수가 없어졌다는건….

    ▲오빠도 제가 연기를 너무 못하니까 이젠 찍기가 싫은 거겠죠. 촬영장에도 늦게 오고.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오빠 좀 일찍다니라고 되레 큰 소리를 쳤다니까요.

    - 자, 이렇게 영화에 대해 큰 아픔(?)을 갖고 계신데요. 그래도 연기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 같은 게 남아 있진 않으세요?

    ▲남아있어요. 호호. 연기 레슨도 꾸준히 받고 있어요. 작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교수님에게서 배웠는데요. 문제는 일은 안들어오고, 영화 찍자는 사람도 없으니까. 교수님도 매일 똑같은 거만 가르치시는 거예요. 호호호. 그래서 제가 "교수님, 죄송한데요. 저 일 들어오면 그때 다시 할래요" 이랬어요.

    - 이젠, 아마 일이 들어올 겁니다.

    ▲그럼 다시 레슨을 열심히? 호호호

    - 공백기간이 17년이나 되시잖아요? 그래도 지금까지 교류가 있거나, 친하게 지내는 동료·후배들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꾸준히 연락하는 분은 없었어요. 제가 너무 오래 쉬어서…. 제가 처음에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이영자씨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원래 저랑 굉장히 친했거든요. 영자씨, 정말 의리있어요. 지방 갔다가 시간도 없을텐데, "얼굴 봐야지" 하고 찾아왔어요. 밤중에 비가 억수같이 오는데, 저를 보겠다고 와서는 밥을 사주는 거예요. "너 괜찮아, 잘 될거야" 이런 좋은 얘기도 해주고….

    - 그게 언젠가요?

    ▲재작년에 몇달 잠깐 한국에 왔을 때였어요. 그리고 지난 번에 영자씨 아버님 돌아가셨을때 통화 한 번 하고. 그런데 지금 현재 제일 친한 연예인은 현진영씨예요.

    - 현진영씨요? 가수 현진영? 의외의 인맥이네요.

    ▲네, 너무너무 좋으세요. 저희가 '승일희망재단'에서 봉사를 하는데요. 거기에서 알게 됐어요. 예전엔 진영씨가 '힙합 전사'고, 저랑은 완전히 안맞는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지금보니 너무 괜찮은 사람인 거예요. 무엇보다 와이프를 정말 잘 얻었어요.

    실제로 얘기를 나눠보니, 속도 깊고, 착하고 정말 괜찮은 분이에요. 제 옆에서 응원도 많이 해주세요.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도 항상 "누나 힘내 화이팅!" 이런 응원글을 많이 올려주고 있어요. 따로 만날 때에도 좋은 말만 해주고…. 지금 저에게 가장 잘 해주는 연예인은 현진영씨예요. 호호.



  • - 승일희망재단에선 어떤 봉사를 하시나요?

    ▲승일희망재단은 루게릴 병 전문병원을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루게릭 병 환자들은 일반 환자들과 달라서 병실 시스템이 새로 갖춰져야 하거든요. 현재 국내에는 전문 요양병원이 없어요. 그래서 저희들이 병원을 건립하기 위해 재능기부나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어요. 저 말고도 많은 연예인 분들이 동참해 주고 계세요.

    제가 보기엔 루게릭 병이 제일 힘든 병 같아요. 물론 다른 질병도 괴롭겠지만 루게릭 병 환자 분들의 정신은 저희들과 똑같거든요. 그런데 몸만 못 움직여요. 지금도 승일씨는 눈빛만으로 대화를 해요. 우리는 못 알아보는데, 여자친구 분이 그 눈빛을 읽어서 자음을 조합해 "누나 오셨어요" 이렇게 문장을 만들어서 대화를 하죠.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우리들은 다리만 저려도 불편한데.

    - 예전에 성형 부작용으로 입술이 부자연스럽게 변했다고 고백하신 적이 있는데요.  지금 보니까 멀쩡하신데요?

    ▲뺐어요. 호호. 미국에서 (공업용 실리콘 삽입)시술을 받았는데, 어휴 국내에선 이걸 뺄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병원을 막 찾았는데, 다행히도 딱 한 군데에서 이걸 할 수 있다는 회신이 왔어요. 그래서 뺐죠.

    - 빼니가 개운하십니까?

    ▲네, 많이 개운하고 그렇죠…. 호호. 어떤 분들은 "다시 옛날 얼굴로 돌아갔네요" 이러시는데, 어떤 분들은 입술 복원 수술을 받았다는 건 핑계고, 내가 '돌려깎기'를 했다는 거예요. 글쎄.

    - 다른 데는 손대신 데가 없으시잖아요?

    ▲전혀 없어요. 그래도 예쁘죠? 하하하

    - 네네, 여전하십니다.

    ▲조금 늙어서 약간 (피부가)늘어져서 그렇지. 호호호.

    - 지금 프로필 나이가 40대 후반이시잖아죠? 우리 나이로…. 솔직이 제 나이로는 절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동안이시고. 몸매도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 볼 때 별반 차이가 없으신 것 같습니다. 그동안 활동도 안하셨는데 이런 피부 상태와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나름의 비결이 있으신가요?

    ▲네, 당연히 있죠. 첫째 게으르면 절대 안돼요. 부지런히 움직여야죠. 그리고 얼굴에 칼은 안대도, 저는 마사지를 자주 받아요. 그 정도는 해야죠. 방부제를 매일 퍼먹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어떻게 안늙어요? 항상 관리를 해줘야죠. 피부과병원도 가고요. 왜 안가요? 살짝살짝 토닝도 해주고, 점도 빼고…. 미간에 주름이 잡히면 사람들한테 불쾌감을 주잖아요? 저희는 카메라를 통해 얼굴을 보여주는 직업인데, 관리를 해야죠. 과하지 않게 약간의 수선(?)을 하는 거죠. 요즘은 평범한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도 다 하는데, 그게 왜 흠이 돼요?

    - 저도 해볼까요?

    ▲네, 하세요. why not?


  • - 어쨌든 열심히 운동을 하고 움직이는 게 에너지 소모가 되니까, 살찔 겨를이 없다는 말씀으로 이해를 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 살이 좀 쪘었어요. 그래서 모델 촬영을 하려고 옷을 입는데, 무릎에서 옷이 안 올라가는 거예요. 그리고 허리에서 등으로도 지퍼가 안 올라가는 거 있죠. 그래서 그냥 열어놓고 찍었어요. 호호호. 이때 이후로 살을 엄청 뺐어요. 진짜 노력 많이 했죠. 무조건 소식. 적게 먹어야 돼요. 하루에 2끼만. 많이 먹고 살 뺀다는 건 다 웃긴 얘기예요. 

    운동은 필라테스와 매일 한 시간 넘게 걷는 거예요. '걷기 운동'을 하면 살이 제일 많이 빠져요. 20~30분 정도로는 안되고, 한 시간 정도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해요. 다리를 쫙쫙 뻗으면서 힙이 움직이는 게 느껴질 정도로…. 만약 배에 살이 있으면 배에다 힘을 꽉 주고 얘기를 해요. "빨리 빠져라! 없어져 없어져" 이렇게요. 

    - 배에게 얘기를 한다고요? 그러니까 배하고 대화를 하면서 걷는다는 말씀이죠?

    ▲네, 속으로. 전 그래요. 호호.  

    - 배가 좀 알아들은 모양이네요.

    ▲네 알아듣죠. 호호호.

    - 앞으로 방송 활동은 활발히 하실 거죠? '불타는 청춘' 외에 출연할 계획이 잡혀 있거나 아니면 출연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시다면?

    ▲제가 다시 예전처럼 왕성하게 활동할 수 없다는 건 잘 알아요. 나이가 있으니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돼 있잖아요? 하지만 제 나이대에서 가능한 만큼은 뭐든지 다 하고 싶어요. 배우 생활도 하고 싶고…. 옛날에는 배우가 뭔지도 모르고 했지만, 지금은 삶을 살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겪었잖아요? 이제는 표현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도 찍고 싶고, 모델 일도 계속 하고 싶어요. 목표는 크게 가져야죠. 달을 향해 화살을 날려야, 그 옆에 있는 별이라도 맞출 거 아니겠어요? 호호.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을 더 드리자면, 제가 오랫만에 귀국해서 아무런 일도 안할 때에도 페이스북 친구들이 많이 응원해줬어요. 너무 고마워요. 제가 누군지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불타는 청춘에 나왔을 때에도 페북 친구들이 '본방 사수'를 해주셨어요. 막 여기저기 올려주시고…, 그래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신났어요.

    - 그러면 마지막으로 페북 친구들에게도 한 말씀 해주시죠. 

    ▲페친 여러분, 여러분들이 저에게 너무나 큰 힘이 됐고, 정말 최고예요. 사랑해요! 계속 응원해 주세요. 저도 배신 안하고, 여러분하고 계속 같이 소통 잘 할게요. 감사합니다.

    - 아무튼 오늘 말씀 감사하고요. 차후에도 좋은 활동 많이 하시길 기대하겠습니다.



  • 인터뷰이 = 박영선
    인터뷰어 = 조광형 기자
    사진 = 공준표 기자
    영상 = 이기륭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