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즐기는 최순실 부부와 재벌가 오너..굴비 엮듯이 줄세워 '부정결탁' 의심전 언론사, '최순실 게이트' 올인..시청률-조회수 폭발에 싱글벙글 '어뷰징 남발'

  •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의 '국정 농단' 사태가 정·재계 최대 이슈로 부각되면서 언론사간 보도 경쟁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요 방송사와 신문사들이 일명 '최순실 게이트'에 올인하면서, 자고 나면 최순실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습이다. 특히 해당 사안을 다룬 방송 시청률과 조회수가 워낙 높다보니, 뉴스 벨류가 떨어지는 사안이라할지라도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기사화하는 언론사들이 늘고 있다.

    일단 (메이저언론에 비해)상대적으로 취재력이 떨어지는 온라인매체들은 궁여지책으로 기존에 보도된 내용을 짜깁기한 뒤 '자극적인 문구'로 포장해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스포츠지는 31일 헬스트레이너 정아름이 국민체조인 '늘품체조' 선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기사에 "정아름, 차은택과 무슨 사이? 헉소리나는 몸매…화난 엉덩이 '대박'"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 눈총을 샀다. 여기에 볼륨감 넘치는 정아름의 몸매 인증사진은 보너스. 화제가 된 이슈에 '눈요깃거리'를 양념으로 끼워넣은 전형적인 어뷰징 기사였다.

    이밖에 최순실의 최측근, 고영태(40)와 친분이 있는 것처럼 보도된 연예인들을 거론하며 이들의 근황을 자세히 나열하는 악의적인 기사들도 있었고, '인과 관계'가 불확실한 과거 사진을 내세워 모 배우와 고영태의 연관성을 부추기는 기사들도 포털사이트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던 기사들이었다.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자사 입지를 높여보려는 행태는 규모가 큰 방송사나 일간지들도 마찬가지였다.

    동아일보는 27일 최순실 모녀를 20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한 세신사(洗身士·때밀이)가 "과거 8살 난 정유라에게 '아줌마가 때 밀게 누워봐'라고 말하자 '뭐라고?'하며 (정유라가)자신의 뺨을 세차게 때렸었다"는 일화를 대서특필하며 ""정유라는 인성이 덜 된 아이였다"는 주장을 가감없이 실어 눈길을 끌었다.

    인성이 덜 된(?) 8살 짜리 아이에게 뺨을 맞았다는 세신사의 인터뷰는 장안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수많은 매체들이 재삼 인용 보도하며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궜다. "(최순실 모녀가)예약 시간이 1시인데 3시에 와 놓고선 '먼저 해달라'며 행패를 부리곤 했다", "다른 손님과 소리를 지르며 싸운 일도 많았다"는 세신사의 시시콜콜한 인터뷰 내용은 삽시간에 국내 모든 언론사가 받아 쓰는 '핫이슈'로 둔갑했다.



  •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졸지에 '정국 현안'이 된 시시한 기사거리들은 또 있었다.

    TV조선은 27일 최순실이 신사동 샘플실에 들르는 영상을 분석하며 최순실이 1,000만원대 S사 가방과 최고급 패딩 브랜드 M사 제품을 선호한다는 내용을 비중있게 다뤘다. 그러나 이들 제품의 브랜드명을 그대로 밝혀, 결과적으로 최순실의 '애용품'과 가격대를 구체적으로 홍보해주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또 TV조선은 31일 최순실의 귀국 소식을 타전하며 "'올블랙'에 가까운 패션을 선보인 최씨가 최신 유행인 '슬립온'을 착용, 신발 매니아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부차적인 내용을 방영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복장은 말하고 싶은 메시지, 바디랭귀지는 본심을 드러내는데, 올블랙 패션은 꽁꽁 숨고 싶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반해, 보폭 넓은 발걸음은 당당함이 느껴집니다.


    TV조선의 침소봉대(針小棒大)식 보도는 재계 기사에서도 나타났다. TV조선은 27일 "20년 '馬사랑' 최순실-정윤회…정재계 인맥 쌓으려 했나"라는 제하의 보도에서 "20년 전부터 승마에 관심을 가진 최순실-정윤회 부부가 귀족스포츠인 승마를 통해 재벌이나 고위층과 인맥을 쌓으려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TV조선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승마 국가대표를 지냈고, 한화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은 승마 국가대표이며 현대와 SK 일가도 승마 애호가들로 유명하다"는 언급만 늘어놓을 뿐, 정확히 어떤 근거로 최순실 부부가 승마를 통해 인맥쌓기를 시도했다는 관측이 나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미르재단이 (전경련을 통해)조성한 출연금(486억원)은 30개 기업에서 조달됐고, K스포츠재단이 조성한 출연금(288억원)은 49개사로부터 지원 받은 금액으로 알려졌다. 이들 협찬 기업 중 승마를 즐기는 오너가 있는 기업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정유라의 국제승마연맹(FEI) 선수 프로필을 작성한 업체가 28일 "언론 보도를 토대로 프로필 내용을 만들었다"고 실토하면서 정유라의 소속팀이 '삼성'이라는 한 매체의 보도는 사실상 '오보'로 귀결되는 상황.

    한 마디로 '특종 기사'에 혈안이 된 종편사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승마 - 귀족스포츠 - 재벌가 오너 - 인맥쌓기 - 부정결탁'을 연결짓는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