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安 '김병준 카드'에 신임 비대위원장 선임 또 연기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27일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27일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대권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6일부터 영·호남을 방문하며 강연 정치에 나서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로선 '개헌론'이 아닌 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고조된 지금이 대선주자로서 활동하기에 적기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전 대표는 28일 "작금의 박 대통령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 국민들은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며 "사태를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강제로 수습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광주 북구 향기교회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저는 어제 비서실장과 총리 먼저 사퇴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문고리 3인방', 우병우·안종범 수석도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했다"며 "강력히 경고한다. 우선 비서실장과 총리가 먼저 책임을 지고 당장 그만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지지율의 급속한 추락은 이미 국정 공백 상태에 와 있음을 말한다"며 "정의가 송두리째 무너진 이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1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순실 파문'이 사실일 것이라 믿는 국민도 77%에 달했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심위 참조) 

    안철수 전 대표는 "후세에 2016년은 기득권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해라고 기록될 것"이라면서 동시에 자신의 슬로건인 '새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아프니까 청춘이다'다. 너무 고달프고 힘들다보니 책을 통해서 위안을 받았다"면서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제 화가 나기 시작해 분노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올라선 것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당에만 유리한 제도다, 여간해서는 두 당 말고는 당선 안 된다"라며 "국민들의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그것을 뒤집어 엎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가 정치를 하면서 보니까 세상이 바뀌지 않게 막는 정치인이 그렇게 많더라. 아니 정치가 세상을 바꿔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한다면서 세상이 안 바뀌게 하고 있다. 그러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새정치는 기득권 정치의 반대말이다. 기득권 정치를 깨부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송두리째 바뀌어야 한다. 총체적인 사회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이날 행보는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국민의당이 주도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새정치'를 기반으로 내년 대선에서도 녹색바람을 일으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검을 강하게 요구하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특검 협상 중단을 선언, 우병우 민정수석 등을 '부역자(附逆者')로 규정하며 이들의 사퇴 등을 협상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특검 시기를 놓고 '지금은 아니다'던 국민의당과 입장을 같이 한 셈이다. 

    한편 이날 국민의당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체제'를 종결하고 신임 비대위원장을 선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가 전날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전격 추천하고, 안철수계의 초선·비례대표들도 이를 지지하면서 국민의당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특히 호남·중진 의원들 중심으로 반발이 거센 분위기다. 어렵게 당내 의견을 모았는데 안철수 전 대표가 하루 전에 갑자기 외부 인사를 추천하면서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그간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기존에 거론됐던 외부 인사 영입이 무산되면서 당내서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동철·조배숙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마저도 10월 초에 선임하겠다던 박지원 위원장의 당초 계획보다 한달 넘게 미뤄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