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직은 '독이든 성배'? 당내·외부 모두 난점 존재
  • ▲ 새누리당이 '최순실 사태'의 수습을 고심중이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뒷수습을 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복잡한 수가 얽혀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이 '최순실 사태'의 수습을 고심중이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뒷수습을 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복잡한 수가 얽혀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이 사태 수습을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쉽게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이 위기를 수습할 의지와 역량을 갖춰야 한다"면서 "안타깝지만, 이정현 대표는 당과 국가를 위해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중심에 서서 야당과 함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용기 있는 결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거듭 압박했다.

    그간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이른바 '당·청 일체론'을 펴왔다. 특히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운명 공동체가 됐다.

    청와대의 여론과 새누리당의 여론은 서로에게 영향을 끼쳤다. '최순실 사태'로 청와대의 여론이 악화되면 새누리당이 유탄을 함께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20% 선 붕괴는 곧바로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역전됐다는 언론보도로 이어졌다. 당청일체론의 부작용으로 새누리당·청와대가 동시에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에 비박계를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려 당에 대한 민심이반을 되돌리고 사태 수습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사실 '최순실 사태'를 둘러싼 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중 이정현 대표가 최순실 사건과의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재 당 대표직을 사퇴할만한 명분은 아직 없는 셈이다. 그러나 이정현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에 봉착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현재로써는 이 대표가 2018년 지방선거까지 당을 이끌 수 있으리라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기도 하다.

    이정현 대표가 만일 물러나고 비대위를 꾸리게 된다면 새누리당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

    새누리당으로서는 일단 청와대를 향해 목소리를 내기가 수월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간 당청일체론으로 달려왔던 새누리당 지도부는 청와대와 한 몸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사태 수습을 위한 제스쳐에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여지가 있다.

    이에 청와대와 선을 긋고 '성역없는 수사' 등을 외칠 수 있는 인사들로 비대위를 꾸린다면 최순실 사태에서 튀는 불똥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비대위체제설에 대한 반론도 존재하는데,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느냐'를 두고 자중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까지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 후보군은 절대적으로 높은 지지도를 보유한 반기문 UN 사무총장, 그리고 지지도는 높지 않지만 당내 인지도를 꾸준히 쌓은 김무성, 오세훈, 김문수,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이상 6명의 당내 잠룡들로 요약된다.

    여론 조사상 압도적 지지를 받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은 여러 차례 올해 12월 31일까지 사무총장 임기를 잘 수행하고, 내년 1월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이정현 체제가 연말까지 못 가 무너진다면, 반기문 총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반면, '반기문 대세론'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는 6명의 후보군은 그 전에 자신의 체급을 올려놓을 절호의 찬스가 되는 셈이다.

  • ▲ 반기문 UN사무총장. 그는 내년 1월에 국내정치에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반기문 UN사무총장. 그는 내년 1월에 국내정치에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가장 좋은 방법 시나리오는 바로 위기에 빠진 당을 이끌고 비대위원장을 맡아 내년 4월 재보궐에서 승리하는 그림이다.

    만일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하기만 한다면,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해 보이면서 이를 동력으로 대선후보로서의 대세를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등판하기 전에 비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당 대표직은 당헌상 대선 1년 전에 맡는다면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없게 명시돼 있지만, 비대위원장은 그렇지 않다. 당 대표로서 권한은 누리면서 여전히 당 대표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이라 체급을 올리기에는 이만한 자리가 없다.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는 비대위원장 후보군이 비박계 대선 경선 주자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무성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다만, 이런 시나리오에는 '현재 상황에서 4월 재보궐 선거의 승리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는 난점이 뒤따른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은 '정국의 블랙홀'로 불리는 개헌 카드를 써버린 상태다. 문재인 전 대표의 '대북결재' 사건 마저 묻혀버린 현재로써는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이길만한 뾰족한 카드를 제시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앞서 제시한 시나리오와 반대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하기라도 한다면, 자칫 리더십에 상처를 입고 대선후보 경선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비대위원장 자리가 '독이든 성배'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같은 난점 때문에 모두가 비대위원장직을 사양하려 든다면 제3의 선택지로 외부영입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 4.13 총선 패배 이후 선임된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처럼 외부에서 신망 있는 인사를 영입해 전권을 위임함으로서 해결책을 제시받는 방안이다. 외부 인사에 전권을 맡기므로 이론적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중립성 확보에 용이하다.

    하지만 이런 대안은 현재의 긴급한 현실을 감안하면 나이브한 생각일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외부인사로 비대위원장을 꾸리는 방법은 위기수습형, 관리형 지도부가 필요할 때 유효하지, 추진력 있게 문제를 풀어가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새누리당의 계파 청산과 4.13 총선 패배의 뒷수습을 위해 영입됐지만 당내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되레 계파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 문제는 결국 권성동 사무총장이 물러나고 나서야 일단락이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외부 비대위원장은 다른 분야에 신망이 있을지 몰라도 정치에서는 아마추어"라면서 "내로라하는 정치인 집단을 쥐락펴락 해가며 개혁해 나가기는 사실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여러 비대위 체제의 경우의 수에도 각각 난점이 발견되면서 최대한 현재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청와대와 선을 긋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는 말도 나온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출석을 요구하며 각을 세웠던 정진석 원내대표의 권한을 강화해 기존의 안정감을 잃지 않으면서 당 수습을 제고한다는 안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이같은 여러 선택지 중 어느 것을 고르느냐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 명운이 뒤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비대위로 전환할지 여부, 비대위로 전환한다면 차기 대권 주자를 쓸지, 쓴다면 누구를 쓸 것인지, 아니면 외부인사를 쓸지 문제가 향후 새누리당의 앞날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