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이정현의 '인적 쇄신' 건의에 화답하며 힘 실었지만… 만시지탄?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8·9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새누리당 이정현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연내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26일 여권 내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에 대해 사실상의 퇴진 주문이 잇따랐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5선·경기 여주양평)은 "당 지도부도 (최순실 게이트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며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이종구 의원(3선·서울 강남갑)도 "비대위 체제가 됐든 뭐가 됐든 현 체제로는 곤란하지 않겠느냐"며 "지도부가 사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가세했다.

    이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정현 대표는 사태가 아직 최순실 씨의 대통령 연설문 첨삭 의혹으로 머물러 있던 25일 오전 "나도 연설문을 준비할 때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며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있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두둔했다.

    이러한 이정현 대표의 발언은 곧바로 민심의 역풍을 불렀고, 정치권의 빈축을 샀다. 오랫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대변인 격으로 활동했던 이정현 대표의 정무 감각과 공보 능력을 의심할 정도의 발언이었다는 평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이정현 대표가 그렇게 말했다면 지금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고, 김용태 의원은 "국민적 비웃음을 사게 된 것에 대해 참담한 자괴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이정현 체제에 대한 공세가 강화됨에 따라,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이정현 대표는 퇴진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정현 대표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소집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당대표인 내가 당사에서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상주하면서 사태 수습을 지휘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당대표로서 직접 사태 수습을 지휘하겠다는 것은 당내 일각의 '책임론'을 우회적으로 거부했다는 분석이다. 이정현 대표는 비대위 전환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무답으로 일관했다.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신임 지도부들이 지난 8월 9일 전당대회장에서 선출된 직후 함께 손을 맞잡아 들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신임 지도부들이 지난 8월 9일 전당대회장에서 선출된 직후 함께 손을 맞잡아 들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도 이러한 이정현 대표의 행보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이정현 대표가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전달한 청와대·내각의 인적 쇄신 요구를 "심사숙고하겠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한다.

    이정현 대표의 '인적 쇄신' 요구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면서 당청(黨靑)이 함께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자는 뜻을 내비쳤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지적도 많다.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당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경질하는 게 좋다고 했을 때 진작 받아들였더라면 좋았다"며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다음에야 인적 쇄신을 심사숙고하겠다는 것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에는 너무 때늦었다"고 개탄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분위기도 녹록치가 않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오전 비공개 최고위에서 "지금 제기되는 문제 중에 검찰이 수사 중인 것은 검찰이 하고 그 후에 부족하거나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점이 있다면 그걸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위해 노력한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오후 긴급의총에서 야당의 특검 요구를 수용하기로 뒤집혔다.

    오전 최고위에는 "일단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자"는 방향이었으나, 의총에서 기류가 일변한 것이다. 특히 긴급의총의 '특검 수용' 결론은 만장일치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의 의결이 채 반나절도 유지되지 못함에 따라, 지도부의 위상이 더욱 흔들리게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정현 지도부는 결국 특정 시점에서 물러나게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당 지도부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것은 공백 상태를 불러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적절한 시점에 명분과 대책을 갖춘 '질서 있는 후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