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론 채택에 새누리당 의원들도 동조… 상설특검법 1호 유력
  • 여야 정치권이 일제히 '최순실 게이트' 특검을 요구함에 따라, 지난 2014년 여야 합의로 제정된 이른바 '상설특검법'의 1호 사건이 '최순실 게이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특검의 수사 대상에 박근혜 대통령까지 포함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고발을 의결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고발을 의결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국회, 우병우 고발… 이원종·안종범·이재만도 고발 여부 논의

    국회 운영위원회는 26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 21일 청와대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을 고발 조치하기로 의결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21일) 당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발언한 내용도 잇따르고 있는 언론 보도와 대통령 사과문으로 인해 사실과 매우 다르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증언한 사람들에 대한 위증 고발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도 "최순실 씨의 (대통령 연설문) 첨삭 관련 질문에 이원종 비서실장은 '봉건 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 말을 믿겠느냐'고 했다"며 "질문을 한 국회의원을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만든, 묵과할 수 없는 위증"이라고 추가 고발을 주장했다.

    ◆'최순실 게이트' 특검 갈 듯… 나경원·정우택·김용태 등 여당도 필요성 인정

    이날 우병우 민정수석이 고발 조치됐고, 이원종 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이재만 총무비서관에 대한 추가 고발이 운영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지만, 이들은 검찰의 손에 의해 수사받기보다는 결국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최순실 게이트'의 특검 수사를 당론으로 결정한데 이어, 새누리당 의원들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 도입 주장은 비박계 의원들이 앞장서는 가운데, 친박계 의원들도 따라오는 모양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4선·서울 동작을)은 이날 "웬만하면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것이었지만, 국정 전반에 개입한 부분이 보도를 통해 많은 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검찰에) 맡겨놓을 수 없다"며 "특검을 도입해 빨리 수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3선·서울 양천을)은 "지금 검찰로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총체적 진실을 밝힐 수가 없다"며 "여야 지도부가 당장 만나서 특검 도입을 바로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친박 중진인 정우택 의원(4선·충북 청주상당)도 "우병우 수석이 그쪽(민정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 검찰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겠느냐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특검 요구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못한다"며 "특검까지 해서 모든 걸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수긍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른바 최순실 씨의 연설문 첨삭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른바 최순실 씨의 연설문 첨삭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최순실 게이트' 상설특검법 1호 사건될 듯

    원내에서 여야의 의견이 합치되는 이상 특검 도입은 속도를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순실 게이트'는 지난 2014년 여야 합의로 제정된 이른바 '상설특검법'의 1호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상설특검법'이란 특검이 필요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특별법을 새로 제정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여야가 지난 2014년 제정한 법안이다. 특검 수사의 필요가 있는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여야가 이 법안에 따라 바로 국회 법사위~본회의에서 의결만 하면 되지만, 지난 2년 간은 딱히 특검 수사의 필요성 있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였다.

    '상설특검법'에 따라 법사위~본회의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특검이 의결되면, 국회에는 즉시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특검추천위)가 구성된다.

    특검추천위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행정부와 사법부를 대표하는 이창재 법무차관·고영한 법원행정처장·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당연직으로 들어간다. 나머지 4명은 국회에서 추천하는데, 관례적으로 여야 동수, 즉 새누리당이 2명,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 1명씩 추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검추천위는 5일 내에 2명의 특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3일 내에 그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한다.

    특검 후보자와 관련해서는 광범위한 범위를 짧은 기간 내에 수사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이미 최순실 씨 관련 사안을 내사(內査)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추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검 후보자는 특검추천위에서 독립적으로 추천하며, 복수 추천해서 그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최종적으로 특별검사가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관련자 기소는 내년 3월 예상… 재보선 앞두고 정치적 파장 일 듯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하면, 특검은 20일간 수사 준비를 한 뒤 최장 60일간 담당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60일 내에 수사를 마치지 못하면, 한 차례에 한해 대통령에게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고,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면 수사 기간이 추가 30일 연장된다.

    '최순실 게이트'의 경우 핵심 수사 대상자가 현재 해외에 은신해 있고, 국정 관여의 기간이나 범위가 광범위해 60일 내에 수사를 끝내고 연루자들을 기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사건이 직접 연루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 결국 최장 90일간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특검이 도입될 경우 빠르면 내달 중에 본회의 의결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특검 후보자 추천(1주)~수사 준비(3주)~수사(3개월)를 합쳐 기소까지는 약 4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년 3월에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연루자들에 대한 공소가 제기되는 만큼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민심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만일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개헌 논의가 진척돼 4월 재보선에 맞춰 국민투표가 진행될 경우에는 국민투표의 향배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서 '대통령발(發) 개헌 논의'에 대한 거부감이 커질지, 아니면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질지가 변수다.

  •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사진)은 26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특검이 도입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되느냐의 논란과 관련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되레 선제적으로 특검의 조사를 받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나서는 것이 사태 수습의 방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사진)은 26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특검이 도입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되느냐의 논란과 관련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되레 선제적으로 특검의 조사를 받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나서는 것이 사태 수습의 방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도 수사 대상?… 정병국 "먼저 의지 밝혀야"

    특검의 수사가 시작되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최순실~정유라 모녀(母女)와 정윤회 씨는 당연히 직접적인 수사 대상자가 된다. 이날 국회에 의해 고발된 우병우 민정수석이나, 향후 고발 여부가 논의될 예정인 이원종 비서실장,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도 간접적인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될 것이냐 여부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사과에서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에서 (최순실 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에는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최순실 씨와 국정을 논의한 주체가 대통령 본인임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대통령도 어떤 형태로든 특검의 조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는지를 놓고서는 정치권의 견해가 엇갈린다.

    김용태 의원은 "대통령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못할 뿐 조사 대상에는 포함할 수 있다"며 "여야가 특검을 합의할 때 (대통령을 포함해서) 어떠한 성역도 없다는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적극적인 입장을 펼쳤다.

    반면 비박계 의원을 포함해서 대부분 여당 의원들의 의견은 굳이 박근혜 대통령까지 수사할 것은 없다는 '신중론'의 입장이었다. 이는 현행 헌법 제84조에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 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규정에 근거한다. 수사는 기소가 전제돼야 의미가 있으니만큼, 기소를 하지 못할 바에는 수사의 필요성도 없다는 뜻이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3선·서울 강남갑)은 "헌법은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에는 소추를 당할 수 없게 돼 있다"며 "대통령을 수사 선상에 놓는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반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먼저 "특검의 조사를 받겠다"고 나섬으로써 사태 수습의 실마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예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사를 버리고 '천막'으로 나아갈 때처럼, 현재의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도 특검의 수사를 받겠다는 의지를 피력할 정도의 결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5선·경기 여주양평)은 "대통령은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으니, 법을 뛰어넘어서 (대통령을) 수사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전제하면서도 "지금이라도 대통령께서 '특검 (수사)까지도 내가 받겠다'는 각오의 말씀을 주셔서 의지를 보이셔야 한다"는 희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