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새누리당이 하루빨리 비대위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리더십의 공백을 메우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사실상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사결정의 리더십 없이 지금의 경제 상황을 헤쳐갈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 지사는 "국민의 마음속에 대통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 리더십의 공백은 국가적 위기"라고 못 박았다.
이어 "이때 북한이 대규모 도발을 감행한다면 대한민국이 이를 이겨낼 수 있겠느냐"며 "안보와 경제의 위기는 우리의 현실이다. 의사결정의 리더십 없이 지금의 경제 상황을 헤쳐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최소한의 조치들로 ▲우병우 민정수석 등 청와대 비서진 전체 교체할 것 ▲ 최순실 씨를 귀국시켜 진실을 낱낱이 밝힐 것 ▲ 새누리당이 하루빨리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남 지사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이 위기 극복의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다. 정치적 계산을 버리고 손을 잡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남경필 지사의 비대위 체제 주장은,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현재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 중 가장 고강도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분류되는 이정현 대표는 그간 '당·청 일체론'을 근거로 당 대표직을 수행했다. 실제로 그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하는 순간에도 우병우 민정수석,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로 일관해왔다.
대신 이 대표는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며 현장 민생 행보로 진정성을 알리는 전략을 택했다. 현장회의를 수차례 이어가면서 당을 일선에서 알리는 역할을 자임했지만, 당 일각에서는 '집을 비운다'는 비판도 제기 됐던 것이 사실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내 특위 같은 거라도 만들어서 제대로 대응했으면 어땠겠나"라고 했다.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할 때 일이 커지기 전에 확실히 내사하고 관련자를 문책했더라면 상황이 좀 달라졌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정현 대표가 이런 부분에 취약했던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남 지사에게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선후보 경선의 '심판'을 바꾸자는 뜻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8.9 전당대회에서 새누리당의 비박계와 친박계는 서로 총공세를 폈다. 향후 정치 일정상 새로 선출되는 당 대표가 대선 후보 경선의 심판 역할을 맡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정현 대표는 지난 8.9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을 '슈퍼스타 K'방식으로 진행해 흥행을 끌어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정현 대표가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다면,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할 선거대책위원장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겸직하는 것으로 결정 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남 지사가 일종의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