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전사자만 552명, 잊혀져가는 현실 안타까워”
  • ▲ 최성룡 KLO8240유격백마부대전우회장 및 전우회원, 유족, 참전용사 등 50여 명은, 24일 양재 시민의숲 유격백마부대 충혼탑에서 열린 유격백마무대 제65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전사자'들의 희생을 기렸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최성룡 KLO8240유격백마부대전우회장 및 전우회원, 유족, 참전용사 등 50여 명은, 24일 양재 시민의숲 유격백마부대 충혼탑에서 열린 유격백마무대 제65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전사자'들의 희생을 기렸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1950년 10월, 38도선을 넘어 북진하던 UN연합군이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려 철수하자, 평안북도 정주군과 박천군 일대에서는 청년들과 오산학교 학생들이 직접 부대를 결성해 북한군에 맞선다.

    군번도 계급도 없이 무기도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도 2천6백여명이 모였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나섰지만 이들 가운데 552명이 전사했다. 이들은 정식 부대 이름도 없이 '유격백마부대'라고 불린다.

    최성룡 KLO8240유격백마부대전우회장 및 전우회원, 유족, 참전용사 등 50여 명은, 24일 서울 양재 시민의숲 유격백마부대 충혼탑에서 열린, 유격백마무대 제65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전사자'들의 희생을 기렸다.

  • ▲ 최성룡 KLO8240유격백마부대전우회장.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최성룡 KLO8240유격백마부대전우회장.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최성룡 전우회장은 개회사에서 "전투기간 중 용전분투하다 꽃다운 청춘을 불사른 552명의 전사들이 있기 때문에 이 나라가 있다"고 밝혔다. 

    최성룡 회장은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제복입은 사람(군인)에 대한 존경심이 전혀 없다. 선진국을 가보면 가장 놀라는 게 제복을 입은 사람들에 대한 대우였다. 우리나라도 이런 사람들이 존경받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 분들의 뜻을 기려 국가를 지키기 위해 충성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격백마부대 참전용사 이유근씨는 이날 추모식에서 희생자들의 활약상을 약사(略史)보고 했다.

    그는 미리 써온 약사 보고를 읽으며 먼저 간 '전우'에 대한 미안함을 감추지 못해 눈물을 흘렸다.

  • ▲ 유격백마부대 소속 참전용사 이유근씨가 약사보고를 하는 도중 희생된 전우들의 숫자를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유격백마부대 소속 참전용사 이유근씨가 약사보고를 하는 도중 희생된 전우들의 숫자를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이유근 참전용사는 "1950년 6.25전쟁은 김일성이 일으킨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인적, 물적피해가 막심해 가히 세계 전사상 손꼽힐 정도로 처절한 싸움이었다. (같은 해) 12월 중공군 개입으로 평북 정주군 갈산면 번저리에서 조직된 '유격 백마부대'는, 전쟁 중에 활약한 20여개 유격부대 중 모든 면에 으뜸이었다"고 했다. 

    이유근 용사는 "유격백마부대는 2천6백여명의 병력으로 가장 큰 부대이자 서해안, 대화도, 신미도, 압록강 입구, 청천강 입구 등 활동무대가 가장 넓었고, 교전 횟수도 5백여 차례가 넘은 부대였다. 애국충정과 투지에 있어서 어느 부대보다 위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유근 용사의 약사보고에 따르면 '유격백마부대'는 전쟁기간 동안, 적 3천 여명을 사살하고 중공군 생포 6백여명, 반공 애국청년 2천 백여명 및 민간인 1만4천 여명을 북한군으로부터 구출하는 공적을 세웠다. 이밖에도 철도, 터널, 교량 등 북한군의 중요시설을 파괴해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그는 "평안북도 일대의 치안대원과 오산학교 학생 등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 모여 군번도 계급도, 제대로 된 무기도 지원받지 못한 채 오로지 부대장 김응수를 핵심으로 나라를 위해 싸웠다. 결국 장소도 모르고,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른 채 적탄에 쓰러진 전몰자가 552명에 달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전우들을 남겨두고 혼자 살아돌아왔다는 미안함에서인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 전제현 유격백마부대기념사업회 이사장.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전제현 유격백마부대기념사업회 이사장.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전제현 유격백마부대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건국 후 3년 만에 6.25전쟁을 만나 잿더미가 됐지만 결국 피땀흘려 세계 10위권 국가가 됐다. 그런데 우리는 배가 부르자 또 집안 싸움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전제현 이사장은 "위로는 북한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국내경제가 밑바닥부터 흔들리는 상황에서 우리는 집안싸움을 하려고 한다. 나라가 힘들 때 의병들이 역사를 지켜왔고, 유격백마부대의 피와 땀과 눈물로 나라를 세웠다. 이들이 목숨 걸고 지킨 나라를 우리가 지켜야 할 때"라고 했다. 

    전 이사장은 "이들이 물려준 반공, 애국 정신을 이어 받아 피의 정신으로 통일을 만들어야 한다. 다시 우리(남한)가 승리할 것이다. 북한 김정은은 핵 폭탄을 쏴보지도 못하고 끌어안은 채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 ▲ 유격백마부대 제65주기 추도식 걸린 현수막.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유격백마부대 제65주기 추도식 걸린 현수막.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윤종오 국가보훈처 서울남부보훈지청장은 추도사에서 "유격백마부대가 이룩한 6.25전쟁의 승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고귀한 희생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들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보훈처에서도 이들을 기리기 위해 대한민국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국민이 하나되도록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원근 평안북도 정주군민회 군민회장은 "유격백마부대의 위령제에 참석했을 때 이들 앞에 국화 꽃 한송이 놓는 시민을 많이 보지 못했다. 그런데 세월호라는 이름 아래 개인과 이익을 위해 모인 단체들이 만든 장례식장은 달랐다. 좌파와 시민단체들은 목숨을 귀하다고 하지만 전사자들의 목숨을 그렇게 보지 않는다. 유격백마부대 참전용사들이 본다면 참담하게 생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