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본질인 '대북 결재'엔 모르쇠…"회의도 내가 주재한 것 아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저의 길을 가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저의 길을 가겠다"고 언급했다.

    새누리당이 '송민순 회고록' 내용을 근거로 야당에 총공세를 펴자 문 전 대표가 이를 이용해 호남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전 대표는 23일 오후 페이스북에 "남북문제에서 우리의 '국익 중심'원칙을 벗어난 적이 없다"면서 "국민을 편 가르고 증오하게 하는 새누리당의 사악한 종북 공세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적었다.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이 뒷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끝까지 해도 좋다. 이번에는 반드시 끝장을 보겠다"면서 "(남북관계에서) 진도를 더 못 낸 것이 아쉬울 뿐 오점으로 남을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 일인 데다 회의록 등의 자료가 제게 없으므로 모든 일을 기억하지는 못한다"면서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저는 당초 결의안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가 결국 다수 의견에 따랐다"고 전했다.

    나아가 "저는 조만간 민주정부 10년과 박근혜-이명박 정부 9년의 안보 성적을 정확하게 비교해, 누가 안보 무능 세력인지 분명히 말씀드릴 계획도 갖고 있다"면서 "평생을 색깔론과 싸우며 지금보다 더한 음해와 중상을 이겨내고 끝내 한반도 평화의 기틀을 다지는데 헌신한 김대중 대통령처럼, 저의 길을 가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묘하게 부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의 글 곳곳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결이 다른 부분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송민순 회고록'이 논란의 본질은 '대북결재'가 있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해결된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는 여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나아가 "제게 유리한 대목임에도 정직하게 그 부분(처음에 찬성을 주장했었다는 주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면서 "안보실장이 주재한 회의를 마치 제가 주재하여 결론을 내린 것처럼 기술하는 착오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본인은 모르는 일이고, 결정은 다른 사람이 했다는 식의 해명인 셈이다.

    특히 송민순 회고록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권 의사가 더 컸던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책에서는 "방금 북한 총리와 송별 오찬을 하고 올라왔는데 바로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자고 하니 그것참 그러네"라는 구절이 있다.

    그런데도 본인이 찬성했음을 강조하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DJ의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문재인 전 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중 일부분. ⓒ문재인 페이스북 화면 캡처
    ▲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DJ의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문재인 전 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중 일부분. ⓒ문재인 페이스북 화면 캡처

    실제로 문재인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살겠다면서 민주정부 10년을 언급하는 와중에 노무현 대통령을 거론하지 않았다.

    왜 문재인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을까. 문 전 대표의 글은 햇볕정책을 펼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호남에 손을 내밀기 위해 의도적인 측면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4·13 총선 당시 "호남에서 패배할 경우 정계를 은퇴하겠다"면서 배수의 진을 쳤지만, 국민의당에 대부분 의석을 내주며 뼈아픈 패배를 기록했다.

    야권의 대권 주자로 서기 위해 호남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기에 송민순 회고록을 이용해 호남에 지지를 호소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본다면 아직 친노에 반감이 있을 호남을 거론하면서 굳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함께 언급할 이유가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 강도가 계속 강해지고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북한에 의사를 물어봤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에 페이스북에 쓴 글도 '물타기 전법'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