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슬람 테러조직과 달리 ‘범죄’ 혈안…2016년 들어 해적질 급증
  • 필리핀의 이슬람 테러조직 '아부 사야프'에 대한 英BBC 관련보도. 이 테러조직은 돈 버는 범죄에 혈안이 돼 있는 집단이다. ⓒ英BBC 2016년 6월 관련보도 화면캡쳐
    ▲ 필리핀의 이슬람 테러조직 '아부 사야프'에 대한 英BBC 관련보도. 이 테러조직은 돈 버는 범죄에 혈안이 돼 있는 집단이다. ⓒ英BBC 2016년 6월 관련보도 화면캡쳐


    중국을 방문 중 “이제 미국과는 결별”이라고 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이튿날에는 “미국과 상호방위협정을 깬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듯 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쉽게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국내 문제가 있다. 바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일대를 장악한 이슬람 테러조직 ‘아부 사야프(Abu Sayyaf)’ 문제다.

    ‘아부 사야프’ 또는 ‘아부 샤아프’ 등으로 불리는 이 테러조직은 2001년 9.11테러 이후에는 ‘알 카에다’를 추종하다 2014년 말부터는 ‘대쉬(ISIS)’에 충성맹세를 하며 온갖 나쁜 짓은 다 하고 있다.

    ‘아부 사야프’는 1991년부터 테러 활동을 시작,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초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서 활동하던 ‘모로 국민해방전선(MNLF)’의 조직원들 가운데 일부가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는 필리핀 남부의 섬 지역인 ‘줄루’州 솔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동이나 유럽, 아시아의 다른 이슬람 테러조직들이 주로 정치적 목적의 테러를 저지르는 데 반해 이들은 거의 범죄조직 같은 행태를 보인다.

    국내에는 지난 9월 2일 다바오 지역에서의 폭탄 테러 주범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제 테러대응기관과 필리핀 정부에 따르면, ‘아부 사야프’는 필리핀 정부에 대한 폭탄 테러와 총기난사 테러, 필리핀 군에 대한 공격뿐만 아니라 마약 밀매, 납치, 강간, 아동 성폭력, 강제 결혼 등 별의별 지저분한 범죄는 다 저지른다고 한다.

    지난 5년 사이 ‘아부 사야프’가 열을 올리는 범죄는 바로 외국인 납치와 몸값 요구. 2000년부터 2002년 사이에는 주로 외신기자들을 납치했었고, 이후로는 외국인 납치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으나 2015년부터 갑자기 외국인들을 납치,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2015년 9월 21일 캐나다 사람인 ‘로버트 할’과 ‘존 리스델’을 납치한 뒤 2016년 3월 협박 메시지를 통해 ‘존 리스델’과 다른 ‘인질들’을 풀어주는 대가로 810만 달러를 요구했다. 이에 캐나다 정부가 응하지 않자 5월에는 1,600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했다. 하지만 6월까지 캐나다 정부가 몸값을 주지 않자 인질들을 참수했다.

    같은 해 1월 필리핀 잠보앙가 지역에 거주하던 한국인 A씨 또한 ‘아부 사야프’에 인질로 붙잡혔고, 석방 협상을 했지만 결국 2015년 11월 1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아부 사야프’는 2016년부터는 보다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해적질’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2016년 3월 26일에는 필리핀 남부 ‘타위타위’州 인근에서 예인선으로 화물선을 유도하던 일행을 습격, 인도네시아 선원 10명을 인질로 붙잡았다. 그리고는 이들의 몸값으로 100만 달러를 요구했다. 이들은 5월 2일 모두 석방됐다.

    2016년 4월 1일에는 말레이시아 선원 4명을 납치했다. 이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당선된 뒤 6월 초순에 석방됐다. 이후로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선원, 어민 등이 이들에게 무차별 납치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선된 뒤 ‘아부 사야프’를 소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뚜렷한 행동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과거 ‘민주화 정부’에서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필리핀 남부 섬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테러조직 ‘아부 사야프’를 소탕하느냐 못하느냐는 두테르테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