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회고록은 안 묻네, 국가 근간 흔드는 무리들...정직한 정치해야" 주장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뉴데일리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뉴데일리


    '북한 결재' 논란의 중심에 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번엔 '김정일 지시 수용'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여권 안팎에서 "문 전 대표가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 문구와 관련해 북한 김정일의 지시를 받았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다.

    앞서 노무현 정부에서 북핵(北核)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를 통해, 문재인 전 대표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본 뒤 기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고록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당시 10.4공동선언문과 관련, '3자 또는 4자 정상의 종전선언' 합의는 북한과의 평화 또는 정전 협상 시 남한을 배제시킬 수 있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 김정일의 북한 협상팀에 대한 '지시사항'이라는 이유로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 "나는 직통전화로 평양 현지 팀과의 교신을 관리하고 있던 문재인 비서실장에게 두 가지를 반영할 것을 요청했다. 하나는 '종전선언' 앞에 '9.19공동성명과 2.13합의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강조하는 표현을 먼저 놓고 또 '3자 또는 4자'를 '직접관련 당사자'로 바꾸자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송 전 장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3자'라고 표현할 경우 향후 대한민국과 북한, 미국, 중국 4자 중 한국 배제 소지가 다분히 있었음에도, 문 전 대표가 송 전 장관의 요구를 외면한 채 북한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에서 김정일의 지시로 10·4 선언문에 '3자 혹은 4자'라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3자의 주체가 한국·북한·미국으로 명확히 됐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여당은 문 전 대표를 향해 김정일 지시를 수용했는지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새누리당 김현아 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김정일의 지시'라서 수정없이, 10.4공동선언에 그대로 '3자 또는 4자'라는 문구가 남았다고 한다"며 "북한 결재사건에 이은 '김정일 지시 수용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북한정권만 보면 한 없이 작아지는 태도다. 문 전 대표는 이 사건에 대해서도 '기억이 안 난다'고만 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전날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3자 또는 4자' 문구 논란에 대한 문 전 대표의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 박지원(왼쪽)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명륜당에서 열린 '성균관유도회 창립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 박지원(왼쪽)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명륜당에서 열린 '성균관유도회 창립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도 회고록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성균관 명륜당에서 열린 성균관 유도회 창립 70주년 기념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지금 한국이 대단히 어렵다. 경제도 민생도 안보도 위기"라며 "우리 국민의 삶이 너무 힘들고 불안하며 권력은 사사롭기 짝이 없다. 권력을 등에 업고 국가 근간을 흔드는 무리가 넘실댄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미르·K스포츠 재단과 최순실씨를 둘러싼 의혹을 집중 겨냥하며 회고록 논란을 비켜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또 "얼마 전 성균관을 방문해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정직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방명록을 남겼다.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로 스스로 하는 다짐이기도 했다"며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정직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정직한 정치가 국정운영의 핵심이다. 나라 꼴이 말이 아닌 지금 우리가 다같이 새겨야 할 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탈당한 손학규 전 대표가 국민의당의 러브콜을 받는 것'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이제는 (송민순 전 장관) 회고록은 안 묻네, 이제 지나갔는가 보네요"라며 웃음으며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기억을 잘 하는 사람에게 물어봐라", "말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현아 대변인은 "문 전 대표의 비굴함이 애처로울 뿐"이라며 "대통령과 현 정권에 대해서는 작은 의혹도 부풀리고 확대 재생산 하면서 유독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만 두터운 민낯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