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 기술대로라면 변명은 필요 없어, 사실만 가리면 돼… '최순실 게이트' 朴대통령에게 표 던졌던 1577만명이 바라던 모습 아냐
  •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대북결재요청 의혹에 휩싸여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대북결재요청 의혹에 휩싸여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요즘 조간 신문을 펴들면 서로 다른 나라의 신문을 펼쳐든 것 같다. 어떤 신문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대북결재요청 의혹으로 면을 빼곡히 채운 반면, 다른 신문은 하루가 멀다 하고 단독 꺾쇠 괄호와 함께 최순실과 정유라의 이름으로 지면을 메운다.

    바야흐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문재인 대북결재요청 의혹'과 '최순실 게이트'는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의 존립을 위협하는 북핵 위기와 민생 경제 위기마저 밀어낸 '국정의 블랙홀'이 돼버렸다. 절반의 국민은 국회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제1야당의 유력 대권 주자를 신뢰하지 않고, 다른 절반의 국민은 청와대에 있는 현재 권력을 믿지 않는다.

    "솔직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면서도 "내게 타격을 줄 수 있을까 해서 색깔론·종북놀음을 하는 것"이라는 문재인 전 대표의 말에 환호를 보내는 국민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에게 표를 던질 이미 결집된 지지층에 불과하다. 한 발짝 떨어져 있는 국민들은 이들의 자화자찬 행각을 보면서 코웃음을 칠 뿐이다.

    반면 "의혹 확산은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대통령의 말 역시 국민들을 총화단결로 이끌기에는 동력을 잃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의혹이 의혹을 낳으며 불신이 커져가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지만, 상황은 이미 그 정도로 수습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위기 국면이다.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빠져, 내가 제기한 의혹은 정당한 검증이고, 남이 제기한 의혹은 무분별한 정치 공세라는 접근 자세를 지양할 때가 됐다.

    지금 국회가 항상 말로만 떠들던 청문회나 국정조사, 특별검사 등의 방법을 동원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문재인 대북결재요청 의혹'과 '최순실 게이트'를 동시에 본격적으로 파헤친다고 해도, '안 해도 될 일을 한다'고 꾸짖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아니, 이제 '드디어 국회가 할 일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문재인 대북결재요청 의혹'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파헤쳐볼만한 가치와 이유가 충분하다. 송민순 전 외교장관의 회고록에 기술된 내용은 우리 국민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의혹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노무현정부는 참으로 건강한 정부"라며 "노무현정부를 배우기 바란다"는 문재인 전 대표의 말에 공감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 하에서 북한에 굴종할지 여부를 치열한 토론을 거쳐 다수결로 결정한다고 해서, 이게 '건강한 굴종'이 될 수는 없다.

    나라를 망국으로 이끈 을사조약이 체결되기 전에도 치열한 토론은 있었다. 조정 대신들 중에서 참정대신 한규설과 탁지대신 민영기는 반대했으나, 외부대신 박제순·학부대신 이완용·농상공대신 권중현·군부대신 이근택은 찬성했다. 특히 내부대신 이지용은 하야시 곤스케(林權助) 일본공사에게 일본의 입장을 미리 타진하기까지 했다.

  • 최순실 게이트로 논란에 휩싸여 있는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 씨와 정윤회 씨 사이의 딸 유라 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 최순실 게이트로 논란에 휩싸여 있는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 씨와 정윤회 씨 사이의 딸 유라 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문재인 전 대표의 논리대로라면 을사조약도 치열한 토론을 거쳐 다수결로 결정됐으니 '참으로 건강한 조약'인가.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들은 건강한 사람들인가.

    의혹의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만 가리면 될 뿐 "치열한 토론"이니 "건강한 정부"니 하는, 국민을 미혹시키는 미사여구는 쓸모가 없다. 국회는 관련 상임위에서 서둘러 청문회를 열어 문재인 전 대표를 출석시켜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기록물과 국정원 관련 자료도 열람·공개해서 과감히 사실 여부를 가려야 한다.

    한편으로 동시에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도 국회 청문회를 열어야 할 것이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문재인 대북결재요청 의혹'이나 '최순실 게이트'나 국기 문란이라는 측면에서 선입견 없이 동일하게 의혹을 다뤄, 위법사항이 있다면 국정조사나 국회 차원의 검찰 고발, 또 상설특검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인 최순실과 관련한 의혹이 거듭해서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며 "도를 지나친 인신공격성 논란"이라고 했지만,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의혹을 가라앉힐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의혹이 실제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야 하는 상황이다.

    모든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방약무인한 행태는 평범한 일반 국민들이 인내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 것은 사실이다.

    △정유라가 이화여대에 지속적으로 결석해 제적 경고를 받자 최순실이 나타나 함모 지도교수에게 폭언을 하고, 이후 지도교수가 변경된 사건 △논란에 휩싸이자 정유라가 SNS에 "돈도 실력"이라며 "너희 부모를 원망하라"는 발언을 한 사건은 전형적인 호가호위 행태로 박근혜정부의 신뢰성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또, △한국마사회컵에서 정유라가 라이벌에게 밀리게 되자 문광부가 승마협회를 조사하게 됐는데, 의도된 결론을 내지 않은 문광부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이 경질된 사건 △정유라가 이화여대의 입시요강에서 인정될 수 없는 성적으로 체육특기생으로 특혜 입학한 사건 등은 권력 주변부에 이들과 장단을 맞춘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낳게끔 하고 있다.

    이러한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독립된 권력'인 국회에서 파헤쳐볼만하다. 무엇보다도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1577만3128표 중에서 최순실~정윤회~정유라가 이렇게 득세하기를 바랐던 표는 3표밖에 없을 것이다.

    이 나라가 진심으로 걱정돼서, 위기감을 느끼고 결집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나머지 1577만3125표는 투표할 때는 최순실~정윤회~정유라 따위의 존재는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만일 대통령의 주변에 '인의 장벽'이 존재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농단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면,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국회 청문회는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