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에 文 흔들려도 당 장악한 親文에 '탈당' 가능성 거론
  • ▲ 지난 2014년 7월 31일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2014년 7월 31일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대선을 14개월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선다.

    2년여 만에 정계에 복귀한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개헌의지를 강하게 나타내며 마침내 몸담았던 당을 떠났다. 친문(親문재인) 세력과의 고별을 선언하며 문재인 전 대표와의 한판 승부를 예고한 셈이다.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최근 '송민순 회고록' 논란으로 안보관과 위기대응 능력 등에서 큰 타격을 받으면서 손학규 전 대표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 손학규 정계복귀 키워드… '탈당과 개헌'

    손학규 전 대표는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한민국은 정치와 경제를 완전히 새롭게 바꿔야 한다.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에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정계복귀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2014년 7월 31일과 같은 장소, 같은 시각이다. 정론관은 손학규 전 대표의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당 대표를 하면서 얻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며 "당적도 버리겠다"고 밝혔다.

    최대 화두였던 손학규 전 대표의 거취 문제가 더민주 탈당으로 결정된 순간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손 전 대표는 탈당계를 제출, 일단은 외곽으로 진출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달 20일에도 강진에서 가진 '고별 강연'에서 "이제 강진을 떠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머지않은 시기에 여러분의 곁을 떠날 것"이라며 정계 복귀를 강력히 시사했었다.

    이날 손학규 전 대표 연설의 핵심 키워드는 '당적 포기'와 함께 '개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는 평가다.

    손학규 전 대표는 "1987년 헌법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다"며 "6공화국 체제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 이상 나라를 끌고 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이 되겠다는,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다.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저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손학규 전 대표가 대권주자로 활동할 것이란 전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 손학규의 '개헌'… 대권행보 키워드될 것

    손학규 전 대표는 이날 "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향후 그의 행보를 유추할 수 있는 핵심으로 풀이된다.

    짧게는 내년 대선까지 개헌을 이룬 뒤 출마할 수 있다. 6공화국에서 대통령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배치되지도 않는다. 다만 개헌을 위해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국가 전 분야에 있어서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만큼 시간적 한계가 문제로 지목된다.

    길게는 개헌을 내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개헌 공약을 고리로 '제3지대'에서 김종인 전 더민주 비대위 대표 등과 힘을 합쳐 당선 후 개헌안을 마련해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공약을 내놓을 수 있다.

    아울러 '개헌'은 손학규 전 대표가 탈당을 결심한 요인 중 하나로도 분석된다.

    우선 더민주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조기 개헌론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7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남아있는 동안 먼저 개헌을 하고 개헌 내용에 따라 대선을 치르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헌이 필요하다면 정정당당하게 다음 대선 때 공약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은 뒤 차기 정부 초반에 추진하는 것이 정당한 절차"라며 조기 개헌론에 선을 그었다.

    반면 '제3지대론'의 중심인물 중 하나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대표는 대통령 임기를 2년여로 단축함으로써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에도 김 전 대표의 제안에 찬성 의견을 내놓는 의원들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을 통해 내년 대권을 노리는 손학규 전 대표의 입장에선 개헌에 부정적인 문재인 전 대표와 친문세력이 장악한 더민주에 남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아울러 친문 주류세력이 당을 장악하면서 입지도 좁은데다, 친노·친문 패권주의 세력과의 악연도 손학규 전 대표가 당을 떠나는 이유로 거론된다.

    지난 2007년 야당 입당 시절부터 친노(親盧) 패권주의 세력으로부터 한나라당 출신이란 이유로 집중 난타를 받았고 험지로의 출마도 강권당했던 과거가 있다.

    현재 '송민순 회고록'으로 문재인 전 대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당권을 장악한 친문(親文) 세력의 존재, 그리고 친노 세력의 지지를 받는 또다른 대권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있어 손학규 전 대표의 당내 입지는 좁은 상황이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0일 서울 성북구에 소재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방문해 과학자 등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0일 서울 성북구에 소재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방문해 과학자 등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손학규의 복귀, 왜 지금인가?

    손학규 전 대표는 그동안 지난해 빈소정치부터 올해 총선까지, 정치적 결단을 내림에 있어서 늘 한 박자씩 늦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4·13 총선에서 더민주나 국민의당 둘 중 한 곳의 지원 요청만 받아들였어도 지금보다 정치적 입지가 훨씬 넓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이 지난달 5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매사에 한 템포 늦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총선 당시 야권이 단일화에 실패,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진행되면서 현재의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지 못하던 시기였다.

    더민주 스스로도 "수도권에서 과반수를 한다고 해도 100석이 어려운데 일여다야 악몽이 현실화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볼 정도였다.

    결국 문재인 전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북한의 결재를 받고 기권표를 던졌다는 내용을 담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이 발간된 지금이 사실상 복귀를 선언할 마지막 기회였다고 풀이된다.

    야권은 늘 선거를 앞두고 '호남'을 외쳐왔는데, 문재인 전 대표가 흔들릴수록 그렇지 않아도 반문(反文) 정서가 지속되고 있는 호남의 지지세가 더욱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남 강진에서 2년간 머물렀던 손학규 전 대표로선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를 제외하고는 호남주자로 단번에 오를 기회인 셈이다. 최근 이낙연 전남지사도 손 전 대표를 지지하기도 했다.

    아울러 내주부터 예산국회가 시작되고 연말이면 여권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이라 지금이 적기였다는 일각의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정계복귀를 선언한 손학규 전 대표에게 재차 영입을 제안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손학규 전 대표의 정계복귀 선언을 환영한다"며 "당적을 이탈했기에 열린 정당 국민의당과 함께하자고 거듭 제안한다"고 밝혔다.

    손학규 전 대표 측은 국민의당 입당과 관련 "고려할 이유가 없지 않냐"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가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