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유력 시사주간지인 베자(Veja)는 26일자 최신호에서 12면에 걸친 북한 특집기사를 통해 타이스 오야마(Thais Oyama) 기자의 방북기를 싣고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낯선 국가"로 표현했다. 오야마 기자는 지난달 말 관광객 신분으로 중국 북경을 통해 북한을 방문했다.

    다음은 오야마 기자가 쓴 방북기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김일성이 대중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은 지 15년 이상 지났지만 2300만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매일 그의 얼굴을 본다. 김정일의 아버지인 '영원한 수령' 김일성의 사진은 도처에 존재했다. 안내원은 "수령님은 1994년에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우리 가슴 속에 살아계시다"고 말했다.

    북한은 공산주의 붕괴, 김일성 사망, 1990년대 후반 300만명에 가까운 주민들을 희생시킨 기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 김정일은 핵무기 위에 앉아 있지 않았다면 벌써 화석이 되었을 것이다.

    6일간의 체류는 북한이 통제된 사회, 도처에 정권의 선전물이 범람하는 사회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모두 휴대전화를 맡겨야 했으며, 모든 짐은 철저한 조사를 받았다. 호텔로 가는 동안 버스 차창 밖의 모습은 조지 오웰의 작품 '1984년'을 연상시켰다. 길거리에 내걸린 거대한 공산주의 선전문, 행진하는 군인들, 군인들이 부르는 노래가 내내 들렸다. 안내원은 북한이 150일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는 2012년까지 20% 정도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김일성 대학과 김일성 경기장, 김일성 광장 등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거대한 김일성 동상에서는 방문자들이 김일성의 발아래 헌화했다. 김일성을 부를 때는 '위대한 지도자', '민족의 태양', '불굴의 애국주의자'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는 북한이 김일성 통치 기간 옛 소련의 원조 아래 전성기를 보낸 것과도 관련이 있다.

    1965년까지만 해도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보다 3배나 많았고 수확된 곡물은 김일성이 주민들에게 나눠준 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옛 소련의 붕괴와 1990년대 말 북한을 휩쓴 기근은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 주민들이 식량과 피난처를 찾아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경계를 강화하는 상황을 조성했다. 현재 북한의 GDP는 한국의 3.1%에 불과하다.

    김정일 사진은 평양 도심에 있는 양각도 호텔에 도착했을 때 처음 접했다. 이 호텔은 47층짜리 건물에 객실이 1000개가 넘는다. 그러나 지난달 말 1000개 객실 중 40개만 손님을 받았다. 호텔 내 모든 전화와 팩스 사용은 감시를 받았으며, 외국으로 보내지는 엽서도 내용에 따라 송부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38층 객실에서 바라본 평양은 매우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였지만 상점이 별로 보이지 않고 차량도 많지 않았다. 특이한 것은 차가 없는데도 여자 경찰관이 길 한복판에서 매우 특이한 수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북한은 '사람들이 웃지 않는 땅'이라고 일컬어진다. 15년 이상 피폐해진 경제 상황에서 웃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어두운 곳에 살고 있다. 평양만 북한 전역에서 실시되는 정기적인 정전에서 예외지만 언제 전기가 끊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29세의 안내원은 영어와 러시아어를 공부한 특권 엘리트 계층에 속한 사람이었다. 우리가 거리에서 남자들이 손을 잡고 가는 것을 보고 '게이'가 아니냐고 묻자 놀라는 표정으로 "북한에는 게이나 레즈비언이 없다"고 대답했다.

    북한 체류를 마치기 이틀 전 안내원은 북한이 브라질에 어떻게 알려져 있는지 물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뉴스가 전해졌다고 말하자 "그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위성"이라면서 "우리의 지도자는 건강하며 미국의 주장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정일의 건강은 매우 좋지 않다고 알려졌다. 이 정보가 맞다면 북한은 조만간 어둠으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베일에 싸인 그의 아들 김정운은 전문가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권력 승계와 개인숭배, 북한 고립을 관리하는 데 실패할 것이다.

    고립은 깨지기 시작했다. 미국 여기자들의 석방과 김정일이 보이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이 증거다. 전문가들은 과거 소비에트의 붕괴에서 보듯 정치 엘리트에 버금가는 경제 엘리트의 출현이 북한 정권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북한 여행 마지막 날 기차를 타고 중국으로 돌아왔다. 국경을 넘을 때는 북한 군인들의 검색 등으로 4시간이나 지체됐다. 모든 승객들의 짐과 카메라가 검색을 받았다. 군인들은 사진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북한의 빈곤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지워버렸다.』(상파울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