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백서 발간 10주년 맞은 북한인권정보센터 "인권 싱크탱크로 거듭날 것"탈북자 "지옥같은 북한에서 '인권'이라는 말 나오기 시작… 센터직원 헌신 덕분"
  • 10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인권정보센터-북한인권백서 발간 10주년'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참석자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0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인권정보센터-북한인권백서 발간 10주년'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참석자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2003년 설립 이후 10만 건 이상의 북한 인권 침해 사례를 기록해온 (사)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북한인권백서' 출간 1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더불어 '북한인권법' 통과 이후 새롭게 신설되는 정부 산하의 '북한인권기록센터'와 차별화를 두기 위한 '전략 과제'도 발표했다.

  • 북한인권정보센터가 10번째로 발간한 '2016 북한인건백서'. 총 10여만건 이상의 북한인권침해사례가 담겼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북한인권정보센터가 10번째로 발간한 '2016 북한인건백서'. 총 10여만건 이상의 북한인권침해사례가 담겼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10만 3천 610건의 북한인권피해정보 기록

    10일 오후 서울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북한인권정보센터, 북한인권백서 발간 10주년' 행사에는 사회, 문화, 경제, 정치 영역을 총 망라한 인사들이 참석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이날 2007년부터 발간해 올해 10번째로 출판된 '2016 북한인권백서'를 공개했다. '2016 북한인권백서'에는 총 10만 3천 610건의 인권피해정보와 이를 분석한 결과가 담겼다. 독일 분단 당시 서독이 동독의 인권피해사례를 수집한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양이다.

    이재춘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북한 인권정보센터의 발간 10주년을 기념하며, 앞으로 다가올 통일과 남북통합을 향한 국가적 비전을 나누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재춘 이사장은 "북한인권정보센터는 200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여명의 전문연구원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북한 인권의 참혹한 실상 알려왔다"며 "그 결과 10만 여건의 데이터를 모으게 됐다"고 전했다.

     

  • 이재춘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재춘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재춘 이사장은 "향후 10년 동안에는 북한 인권 개선을 비롯해 자유통일과 남북통합을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맡겠다"며, 신임 이사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이재춘 이사장은 "북한 2400만 동포들은 실로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노예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서 "자유와 인권을 만끽하며 살고있는 우리 국민들이 북한인권의 실상을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함께할 때) 북한의 체제를 변화시키고 통일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더 열심히 일하겠다. 맡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사회의 따듯한 격려와 지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은 축사에서 "한때 북한 인권을 금기시하는 국내 정치상황이 이어졌다. 한국 외교팀은 유엔이 북한인권결의안을 낼때 '기권'을 행사할 만큼 창피한 기록을 남긴 적도 있다. 이처럼 정부기관 조차 북한 인권에 관해 조사하는 것을 꺼려할 때 북한인권정보센터는 그 일을 담당해줬다"며, 북한인권기록센터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김 전 차관은 "북한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탈북자들이 많이 생겼는데, 그때를 놓치지 않고 탈북자들의 증언을 정확하게 청취해 정리한 것은 값진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어렵고 용기가 필요한 과업을 북한 인권정보센터가 담당해준 것은 전 세계 인권 신장 운동사에 빛나는 업적"이라고 호평했다.

    그는 "전 세계는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발간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북한인권의 참혹상, 탈북자의 어려움을 자기 일처럼 소상하게 알게 될 것"이라며 "그 노력은 북한 동포들의 인권을 위한 중요한 공언으로 남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북한 인권 운동을 함께 해온지 10년이 지났는데 향후 10년도 고생하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며 "개척자들은 원래 춥고 배고프다"고 말문을 열었다.

    손광주 이사장은 "'북한인권'이라는 개념도 용어도 없는 상태에서 인권운동을 시작한다는 게 참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재단까지 생기고 있다.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손 이사장은 북한 노동당 비서를 지내다 남한으로 망명한 '황장엽' 선생이 논문에 썼던 문장 하나를 소개했다.

    북한은 인권 이전의 사회다. 북한은 그 자체로써 하나의 거대한 감옥이다.


    손 이사장은 "북한인권정보센터가 그런 (지옥의)현실을 기록하는 중심에 서 있었다. 10년 동안 10만 건을 모은 것은 우공이산이다. 하나의 산을 옮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역설한 뒤 "수집한 내용들이 대한민국 정부, 통일 통합 과정에서 역사의 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내 나이 15살에 아버지가 납북됐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정부가) 자국민을 책임지지 않는다. 납북자 국군포로 한명도 못 받아내지 않았느냐"며 한탄했다.

    최성용 대표는 "정부는 지금이라도 북한인권정보센터의 내용을 가지고 천륜 문제인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탈북자 김성남씨.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탈북자 김성남씨.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탈북자로 이화여자대학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성남씨는 "10월 10일, 오늘은 북한 당 창건 기념일"이라며 "북한에 있었다면 아마 기념일 행사에 강제 동원돼 끌려다녔을 것"라고 말했다.

    김성남씨는 "센터를 알게 되고 방문할 때면 직원들의 삶에 배고픔이 묻어있는 것을 봤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센터 직원들은 북한 인권 실태조사를 하고, 기록을 남기며 (많은 사람들이)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역할을 해줬다"며, 탈북자를 대표해 감사 인사를 건넸다.

    김성남씨는 "북한은 인권침해가 없다고 했지만 인권센터가 기록을 통해 피해상황을 알린 결과 북한으로부터 (인권침해가 있다는) 인정을 이끌어냈다"며 "북한 내부적으로도 변화가 있었다. 간수들 사이에서 '인권 침해만 아니면 가만 두지 않을 텐데'하는 (몸을 사리는) 사람도 생겼다고 들었다. 이건 정보센터의 노력의 결과"라고 추어올렸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싸우고 있다. (북한주민들의) 피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주면 좋겠다. 북한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간할 수 없다. 지금의 가해자들은 북한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또 다른 가해자와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인권과 권리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신현식 북한인권정보센터 후원회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신현식 북한인권정보센터 후원회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신현식 북한인권정보센터 후원회장은 "그동안 우리는 북한 인권의 참혹한 실상을 대변해왔다. 이 단체가 북한 인권에 대한 대변자와 감시자 역할을 해왔다는 것에 후원회장으로서 보람을 느낀다"며, 북한인권백서 발간 10주년 행사에 대한 소감을 발표했다.

    신현식 후원회장은 "북한에 있는 2400만 동포뿐만 아니라 또 태어나서 자랄 아이들의 인권 개선에 영향을 주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새로운 감시기구 창설.. 반인륜적 인권 유린 사례 수집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소장은 이날 '북한인권문제'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향후 10년에 대한 NKDB의 계획을 소개했다.

    윤여상 소장은 "북한인권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회담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북한 인권문제는 탈북자 정착 문제, 통일 준비 문제, 통일 전후 과정의 남북 사회통합 문제, 북북 갈등의 예방 등 포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소장은 "기록과 감시 기능과 더불어 앞으로는 교육 기능을 함께 하고자 한다"면서 "앞으로는 10년의 인권기록 생산기관이 아닌 북한 인권에 대한 싱크탱크로의 전환점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인권 기록 생산은 계속 하지만 북한 인권감시기구를 세분화 시키려고 한다. 현재 국내 외교안보분야 싱크탱크 순위 16위인데 더 올라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 소장에 따르면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새로운 북한 감시기구를 창설한다. 올해 북한인권법 통과로 신설되는 정부 산하의 '북한인권기록센터'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다.

    변혁을 맞는 '북한인권정보센터'는 △북한 사형 △마약류 △북한 정부의 유엔권고 이행 △해외 탈북자 및 노동자 △북한 핵·생물·화학 무기 제조 과정 등 5가지 유형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현황'을 조사할 방침이다.

    윤 소장은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인권 조사는 정부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특정 영역 조사를 하려고 한다.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부분을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정부와 맞물리지 않게 사업을 하기 위해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가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현재 북한 사형에 대한 3,800건의 데이터와, 북한이 무기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진행한 생체 실험에 관한 28건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소장은 "북한의 사형 실태를 확인하고 사형제 폐지를 위해 국제사회의와 연대를 모색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전문성있는 추적 감시를 통해 인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윤 소장은 이날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수집한 10만건의 데이터를 국내 북한 연구자들을 비롯해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는 '공식 아카이브' 설립과 북한인권기록 '유네스코 등재'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윤 소장은 "재정문제가 해결되면 아카이브를 설립해 국내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연구방법도 제공할 예정이다. 뼈아픈 기록이지만 후대에 남기는 게 너무 중요하다.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통해 세계사에 남겨 배울 수 있는 기록으로 남길 예정이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자료뿐만 아니라 탈북자 기록 등을 총체적으로 수집·정리해 신청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북한인권센터는 23명의 이사진과 26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2003년 설립 이후 총 10차례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했다. 또 인권피해자를 위한 지원사업과 탈북자 교육을 담당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