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K720 이스칸다르 탄도 미사일, 폴란드·리투아니아 접경 칼리닌그라드에 파견
  • 러시아가 2000년대 들어 개발한 최신 단거리 탄도미사일 9K720 이스칸다르 미사일. 현재 기술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러시아 육군 유튜브 채널 화면캡쳐
    ▲ 러시아가 2000년대 들어 개발한 최신 단거리 탄도미사일 9K720 이스칸다르 미사일. 현재 기술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러시아 육군 유튜브 채널 화면캡쳐


    지난 8일 국내 언론들은 외신을 인용, “러시아가 동유럽 지역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신형 탄도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전했다. 국내 언론들은 이 미사일의 요격이 매우 어렵다는 정도로만 설명했다. 이를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방어불가능 탄도 미사일’이 배치된 것이다.

    BBC와 가디언, 텔레그라프, 로이터 등 英주요 언론들은 지난 8일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이스칸다르’ 탄도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전했다.

    英BBC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가 ‘이스칸다르’ 미사일을 배치한 칼리닌그라드는 폴란드, 리투아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으로 서유럽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더욱 큰 위협이라고 한다.

    英BBC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러시아가 ‘이스칸다르’ 미사일을 칼리닌그라드에 배치한 것에 대해 “가장 큰 우려를 한다”며 반발했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신형무기 시험을 위한, 단순한 훈련”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英BBC는 “이스칸다르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700km 가까이 되며, 이는 칼리닌그라드에서 독일 수도 베를린에도 다다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美정보 관계자는 英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이스칸다르’ 미사일 배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라며, NATO가 2017년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에 각각 1개 대대 병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한다.

    英BBC의 바르샤바 특파원 아담 이스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크림반도 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때 NATO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경고하기 위한 차원에서 미사일을 배치한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英BBC는 “러시아는 2015년에도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다르’ 미사일을 보내 훈련을 실시했다”면서 “러시아는 크림 반도 합병과 자신들이 지원하는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한 서방 진영의 대응과 결속력 등을 시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 이고르 코난셴코프는 “이번 미사일 배치는 예외적인 게 아니다”라며 英언론과 美정보 관계자의 말을 반박했다고 한다.

    英BBC는 핀란드,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에서는 최근 러시아 공군의 영공 침범이 부쩍 늘었다면서, 이런 상황이 우크라이나, 시리아 등에서 미국과의 의견 대립으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英언론들이 러시아의 ‘이스칸다르’ 미사일 배치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 무기가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9K720 이스칸다르 미사일은 오랜 기간 사용했던 단거리 탄도 미사일 ‘스커드’와 ‘오카’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나토 코드는 SS-26이다. ‘이스칸다르’는 알렉산더 대왕의 이슬람식 표기라고 한다.

    ‘이스칸다르’ 미사일은 길이 7.3m, 폭 0.92m, 무게 3.8톤으로, 겉보기에는 평범하다. 미국의 ‘에이태킴스(ATCMS)’ 미사일과도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이나 성능은 천양지차다.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2발을 탑재하는 ‘이스칸다르’ 미사일의 공식 사거리는 500km. 하지만 이는 ‘회피기동’ 때문이고, 실제 사거리는 700km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스칸다르’ 미사일은 발사 직후에는 고도 50km 이상으로 올라가 마하 6.2로 순항하다가 목표물이 가까워지면 지상을 향하면서 속도를 마하 10 이상으로 올린다. 각도는 무려 70도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적의 요격 미사일이 다가오면 ‘회피기동’을 한다. 이때의 기동능력은 최고 30G(중력의 30배)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이후 목표물을 맞추는 데 그 정확도는 표준공산오차(CEP) 5~7m 수준이라고. 게다가 ‘이스칸다르’ 미사일에는 50kt급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일반적인 단거리 탄도 미사일은 탄두 중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복잡한 기동장치를 탑재하지 않는데, ‘이스칸다르’ 미사일은 이 같은 개념을 과감히 버린 것이다. 게다가 정확도를 높이고 전자전에 대응하기 위해 UAV나 조기경보기에서 통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세계 군사전문가들은 ‘이스탄다르’ 미사일을 “현재로써는 요격이 불가능한 탄도 미사일”이라 부른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배치를 놓고 논란 중인 '사드(THAAD)' 미사일로도 요격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세계 언론들이 러시아가 ‘이스칸다르’ 미사일을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접경지역에 보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