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탈취’, ‘살인정권’ 속칭 진보 세력...경찰과 몸싸움, 자극적 표현 난무
  • 1일 오후, 백남기투쟁본부와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서울 대학로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일 오후, 백남기투쟁본부와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서울 대학로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1일 오후, ‘진보’를 자처하는 反정부 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들과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가두행진을 강행, 휴일 서울 도심을 마비시켰다. 이들은 ‘살인정권·박근혜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도로 불법점거를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날 서울 도심은 오후3시부터 시작된 속칭 진보시민단체와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합 등이 주도한 집회 및 시위로 하루 종일 몸살을 앓았다.

    진보진영의 서울도심 시위는 오후 3시 ‘10.1 노동개악 폐기! 성과퇴출제 저지 범국민대회’, 오후 4시 ‘국가폭력 진상규명! 살인정권 규탄!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 오후 7시 ‘세월호 사고 900일 투쟁문화제’로 이어졌다.

    시위대는 ▲백남기 특검 ▲세월호 특검 ▲사드반대 ▲국정교과서 반대 ▲성과연봉제 반대 등 문구가 인쇄된 손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계속했다.

    진보진영은 민주노총과 전농, 시민사회단체 등 ‘투쟁 역량’을 총 동원해, 反정부투쟁의 勢를 과시했으나, 시민들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부분의 시민은 이들의 집회 및 가두행진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꽉 막힌 교통체증에 불편한 반응을 나타낼 뿐, 이들의 행진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시민은 많지 않았다.

    시위대는 대학로에서 시작해 종로 1가까지 약 3km를 행진했다. 당초 시위대는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백남기씨가 쓰러진 르메이에르 빌딩 앞까지 행진을 시도했으나, 경찰이 교통 혼잡을 이유로 행진을 불허하자, 일부 구간을 변경했다.

    추모대회에는 공공운수노조 파업 조합원 5,000명을 비롯해 민노총·전교조·전국여성농민연합·보건의료노조·금속노조·공무원노조·건설노조 조합원 등이 참가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진선미·송영길·전현희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 현직 국회의원 10여명도 집회에 얼굴을 내밀었다.

    추모대회 참석 인원은 집회 측 추산 15,000명, 경찰 추산 7,000명이다.
  •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반정부집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반정부집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백남기투쟁본부와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1일 대학로부터 종로1가까지 가두시위를 벌였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백남기투쟁본부와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1일 대학로부터 종로1가까지 가두시위를 벌였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들은 정부를 상대로 ▲노동개악-성과퇴출제 및 2대 불법 행정지침 폐기 ▲민영화 저지 사회공공성 강화 ▲보건의료인력법 제정 ▲차등성과급-교원평가제 폐지 ▲공무원법 개악저지 ▲백남기농민 국가폭력 특검실시-책임자 처벌 ▲살인정권 규탄 ▲세월호특별법 개정·특검 도입 등을 주장했다.

    특히 백남기씨 추모대회에 나선 발언자들은 ‘시신을 찢어 난도질 하려 한다’, ‘시신 탈취’ 등의 섬뜩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집회 현장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은 추모발언에서 "백남기 동지가 죽은 지난 25일, 이 땅이 울고 민족이 울었다. 우리 모두는 물대포를 쏴 죽인 것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또 칼을 빼든 경찰에 분노한다"고 했다.

    이어 정 회장은 "잔악한 저들이 또 다시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찢어 난도질하려 한다. 백남기 농민은 살인정권에 의해 죽었지만 그의 정신마저 짓밟고 빼앗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남기 씨의 둘째 딸인 백민주화씨는 마이크를 잡고 "자식으로서 풀어드려야 할 억울함이 그대로 쌓여 있어 죄송하다. 진실을 숨기기 위한 거짓이 끝내 무너지고 진실이 더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검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선 "사인의 증거가 넘쳐나는데 어느 자식이 아버지의 시신을 또 다시 수술대에 올려 훼손시키고 싶겠나, 절대 두 번 세 번 죽이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故 백남기 씨의 둘 째 딸인 백민주화 씨가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故 백남기 씨의 둘 째 딸인 백민주화 씨가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백남기 씨의 죽음은) 슬픈 일이지만 슬픔의 눈물을 우리는 분노의 행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더 이상 세월호에서, 물대포로 죽어가는 사람이 없도록 세상을 지금 당장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회의 사회를 맡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김정열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북핵보다 내부분열이 더 무섭다고 했는데, 우리는 북핵보다 당신이 더 무섭다"며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당신이 목숨 걸고 지킨다고 했던 국민 안에 백남기 농민과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 가족은 왜 없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고인이 돌아가시자 정권이 처음 한 일은 병원 봉쇄와 시신 탈취 시도, 분향소 설치 저지 지침 하달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명백한 공권력에 의한 타살을 병사라고 왜곡하고 부검영장을 청구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우리의 과녁은 오직 하나다. 살인정권을 몰아내고 국가폭력을 종식시키자, 항쟁으로 세월호의 진실을 인양하고 사드강행과 전쟁불사 위안부야합, 친일독재미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자"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현장에 나온 야당 의원 중 일부는 시위대가 가두행진을 계속 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줄 것을 경찰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여기 교통도 막히고 하니까 광화문광장에 모일 수 있게 길을 열어 달라"고 종로경찰서장에게 요구했다.
  •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1일 가두시위에 참가, 종로경찰서 홍완선 서장에게 경찰벽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1일 가두시위에 참가, 종로경찰서 홍완선 서장에게 경찰벽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날 시위로 연휴를 맞아 시내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도로통제를 미처 알지 못했던 운전자들은, 종로 일대 도로가 마비된 탓에 차를 돌리느라 진땀을 뺐다.

    서울 도심을 마비시킨 시위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4일 오후 3시, 혜화동 대학로에서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2차 총파업과 총력투쟁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청계광장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6일에는 민주노총이 ‘노동법 개정-구조조정중단’을 내걸고, 3차 총파업 투쟁대회를 연다. 공공운수노조는 8일, 전국 주요도시에서 총력투쟁대회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