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사우디 "美, 소송법으로 의도치 않은 결과가 생기지 않게 해야 할 것"
  •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른바 '9·11 소송법'이 美의회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확정됐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레임덕 현상으로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오바마.ⓒ美백악관 홈페이지 캡쳐
    ▲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른바 '9·11 소송법'이 美의회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확정됐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레임덕 현상으로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오바마.ⓒ美백악관 홈페이지 캡쳐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른바 '9·11 소송법'이 美의회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확정됐다. 오바마 집권 기간 중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된 첫 사례다.

    美'CNN', '뉴욕타임즈(NYT)'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지난 28일(현지시간) 美상원과 하원은 '9·11 소송법'을 표결에 부쳐 각각 찬성 97표 대 반대 1표, 찬성 348표 대 반대 77표로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을 기각했다고 한다.

    이로써 미국 본토를 겨냥한 테러에 의해 미국인이 사망했을 경우, 피해자들이 테러 책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 또한 '9·11 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이 '알 카에다'에 자금을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상대로 소송을 걸 가능성도 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간 사우디와의 외교 마찰 및 타국에서 미국을 상대로 한 비슷한 법을 만들 가능성 등을 내세워 '9·11 소송법'에 반대해 왔다. 실제 사우디는 '9·11 소송법' 통과 시 약 870조 원에 이르는 美재무부 채권을 모두 처분할 것이라면서 미국을 압박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美의회 표결이 있기 전인 27일에는 美공화당과 美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이 법은 테러 공격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테러 대응능력도 개선하지 못한다"고 설득해보려 했으나 결국 무위에 그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9·11 소송법' 통과 소식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美'CNN'에 "선거를 의식한 의원들이 정치적인 투표를 했다"면서 "(미국인들이) 사우디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번 '9·11 소송법' 통과로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은 자명해 보인다. 특히 이번 표결에서 집권당인 美민주당에서 나온 반대표는 1표뿐이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 현상을 엿볼 수 있는 일면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4개월 정도 남은 임기 중 또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임기 내에 의회 비준을 추진하고 있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이 그것이다.

    오바마는 지난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20일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TPP에 관한 의지를 재차 내비쳤다. 그러나 레임덕 상황에서 TPP의 의회 비준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더 우세해 보인다.

    한편 사우디 정부는 美의회의 '9·11 소송법' 재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성명을 내고 "(美의회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서 이 소송법으로 의도치 않은 결과들이 유발되지 않게 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카타르 위성방송 '알 자지라'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