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대통령이 '장하다' 하면 끝날 일" 朴 "與 초선들 파행 못 참아" 새누리 자극
  • 새누리당 의원들이 27일 오전 국회본청 국회의장실 앞에서 복도를 점거한 채 정세균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의원들이 27일 오전 국회본청 국회의장실 앞에서 복도를 점거한 채 정세균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사과마저 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로 나오자, 격앙된 새누리당도 단일대오를 유지한 채 의장 사퇴를 관철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압박을 가하기로 뜻을 모았다.

    주초(週初)인 26일 이정현 대표가 무기한 단식을 선언하고, 당무에 복귀한 정진석 원내대표가 강경한 투쟁을 천명한 새누리당이었지만 불과 하루 만인 27일 어수선한 모습을 노출한 바 있다.

    한 중진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자진 사퇴와 국정감사 복귀를 거론한데 이어, 한 상임위원장은 오후부터 국감을 재개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당 소속 의원들이 위원장실에 찾아가서 만류하는 과정에서 감금 논란까지 빚는 등 자중지란을 벌이며 적전분열 양상만 노출했다.

    이렇게 되자 "국회의장 사퇴를 내걸었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만 해주더라도 출구 전략을 모색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현실론'이 당장 흘러나왔다. 당대표는 단식을 계속하되 소속 의원들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국감에 복귀한다는, 희한한 '투 트랙 전략'도 제시됐다.

    만 하루도 못 가서 자멸하는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면서 '사퇴 투쟁'의 객체인 정세균 국회의장의 태도는 되레 강경해졌다. 이정현 대표의 단식 돌입에 긴장한 듯 뉴질랜드 출국 일정을 미루고 국감의 연기 등 해법을 모색하는 듯 했던 기색은 사라지고 여유를 되찾았다.

    국회의장실 관계자 발(發)로 "새누리당이 물밑에서는 제발 사과만이라도 해달라고 애원한다"며 "개회사 사태 때와는 달리, 국회법에 따라 한 일이기 때문에 사과할 대상이 없다"는 말이 보도됐다.

    정세균 의장이 의회민주주의 파괴 폭거를 저질렀다고 비판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입장에서 보면 적반하장이나 다를 것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의 입장도 강경으로 돌아섰다. 28일 오전 소집된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정세균 의장의 사퇴 때까지 싸워나가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과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연석회의 직후 "당대표의 목숨을 건 단식 앞에 우리는 합쳐져야 한다"며 "의장 사퇴를 받아낼 때까지 단일대오로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중진의원들이 의견을 모아줬다"고 전했다.

    심지어 "지금보다 더욱 고강도로, 최고로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말씀을 한 분도 있다"며 "(정세균 의장의 사과가 목표가 아니라) 사퇴다, 사퇴"라고 못박았다.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6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의회민주주의 파괴 폭거가 자행됐던 본회의장 앞에서 1인 피케팅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6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의회민주주의 파괴 폭거가 자행됐던 본회의장 앞에서 1인 피케팅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렇듯 새누리당이 강경한 태도로 돌아선 것은 자중지란으로 적전에서 분열하는 등 약한 모습을 노출했던 것이 상대로 하여금 적반하장 격의 행태를 취하게 했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세균 의장 뿐만 아니라 야권이 사태를 오판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이 기본적으로 새누리당을 '청와대 여의도출장소'로, 새누리당 의원들을 '온실 속 화초들'로 여기다보니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사태 초기부터 야권에서는 "자기네 (새누리당 의원)들이 투쟁을 한다고 해봤자 얼마나 가겠느냐"며 "하루 이틀을 못 갈 것"이라고 비웃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새누리당이 하루 만에 분열하는 양상을 비치자 이런 믿음이 확고해져서 "사과조차 못하겠다"고 적반하장 격으로 버티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기류는 새누리당이 국방위원장실에서 자중지란을 벌이던 27일 더욱 심해져,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감 사회는 상임위원장 업무의 꽃이고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도 준비한 것이 많아 (국감 파행을) 못 참는다"며 사태의 단기 종료를 예견했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대통령이 '장하다' '잘했다' 하면 (곧바로) 끝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말들이 새누리당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의 자존심을 극도로 자극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28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세균 의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다면, 대화로 충분히 풀 수 있다"고 유화책을 제시했던 새누리당 강석호 최고위원도 사태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인식은 "(정세균 의장이) 국회법조차 지키지 않고 절차적 불법을 저질러 의회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중립성을 훼손한 대화에 대해서는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치 새누리당 내부의 분열 양상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 자체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오인하고, 새누리당을 이간질하려는 것처럼 자극 발언을 일삼은 것이 되레 역풍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추미애 대표가 이날 오전 뒤늦게나마 새누리당을 자극하는 게 사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인내심도 가져야 하고 자칫 한 마디가 자극이 될까봐 언행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지만, 이미 만사휴의라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대표가 곡기를 끊고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의 상대 자극과 조롱, 멸시가 대치 정국의 해결책이 될 수 있었겠느냐"며 "야권의 이러한 태도로 인해 사태가 장기화돼 국정감사 일정 전체가 파행되고 10월 중순 상임위 예산심사 때까지 가서야 출구가 보일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