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정세균과 민생 논의 안 해…현장 중심으로 10대 과제 따로 챙긴다
  • 국정감사가 첫날인 26일부터 파행을 맞이했다. 새누리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 통과에 반발해 국회 상임위 일정을 보이콧 했기 때문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정감사가 첫날인 26일부터 파행을 맞이했다. 새누리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 통과에 반발해 국회 상임위 일정을 보이콧 했기 때문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26일 국정감사가 시작됐지만,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각 상임위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키면서 새누리당이 이에 반발한 결과로, 국정감사 파행이 장기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26일 오전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정세균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이 상임위원장인 상임위는 개의도 거부하겠다"면서 국회 일정 보이콧에 대해 강경한 의지를 보였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아시겠지만, 저희 새누리당 의원 입장이 대부분 좀 강경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여러 상임위가 열리지 않거나 중단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전 10시에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야당 의원 9인 만이 참석했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시 10분 국감 개의가 선언됐지만, 새누리당 의원이 전원 불참 속에 야당 의원들이 국무위원들에게 화풀이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결국, 국정감사는 1시간 만에 중단되고 28일로 연기됐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새누리당 의원이 불참하면서 15분 만에 감사가 중단됐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번 사태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김재수 장관 대신 차관에게만 질의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국토위원회, 미방위, 정무위도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새누리당이 개의를 거부하고 있는 여러 위원회 중 야당이 단독 진행이 가능한 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다. 야당 소속 의원이 상임위원장이고 야당 소속 위원들이 전체의 60%가 넘어 단독 진행이 가능하다. 환경노동위는 단독진행됐고, 산자위는 단독 개의 후 일단 정회하는 분위기다.

    운영위원회는 비록 야당 소속 위원의 전체의 60%를 넘지만, 운영위원장이 정진석 위원장이어서 개의되지 않았다.

    이처럼 상임위가 파행으로 치닫자 정세균 의장은 국정감사를 2~3일 연기할 것을 우상호 원내대표에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수용 불가하다"면서 "우리 당이 상임위원장인 상임위는 국정감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해달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이런 정세균 의장의 제안에 대해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정 의장이 국정감사가 파행되자 일정을 2~3일 늦출 것을 주장한 배경에는 '미르재단' 관련 국정감사를 반드시 실시하겠다는 의중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야권은 새누리당이 이른바 '미르재단'에 관련된 국정감사를 하지 않기 위해 이번 일을 벌였다고 보고 있다.

    더민주 강선아 부대변인은 이날 "K스포츠, 미르재단 의혹을 덮기 위해 정상적인 국회 절차를 통한 해임건의안을 빌미로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는 새누리당"이라고 언급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제안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대신 사태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을 암시하는 계획을 꺼내놨다.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는 민생문제에 대해 "김광림 정책위의장을 단장으로 해서 여당으로서 민생 현안을 챙기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날 긴급 10대 민생과제로 ▲쌀값 ▲북핵및 사드 ▲전기료 ▲물류해운 ▲지진 원전안전대책 ▲청년 일자리▲보육과 누리 예산 ▲가계부채 서민금융 ▲중소 소상공인 보호 ▲서민 주거 전세난해결 등을 선정하고 오는 27일까지 의원별로 관심 분야를 선택하도록 했다.

    특히 쌀값 문제는 벼 베기 현장을 방문하고, 지진·원전·안전 문제는 기상청을 방문하는 등 철저히 국회를 벗어나 현장 위주로 움직이겠다는 복안이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하지 않는 자체적 방법으로 민생을 풀어나간다는 계획임을 우회적으로 알린 셈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국정감사 일정 파행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이날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이 역시 단기전으로 그치지 않으리라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저는 다수당의 횡포를 많이도 봐왔지만 이렇게 털끝만큼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하는 세력은 처음 봤다"면서 "제 성격이 본래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이다. 그냥 어영부영 협력하려면 (단식을)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