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小野大에 의장까지 편파면 답 없어… 최후의 비상수단 꺼내들었다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6일 오후 3시 국회 당대표비서실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6일 오후 3시 국회 당대표비서실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현 여권 계열 정당의 당수(黨首)가 단식 투쟁에 돌입한 것은 2003년 11월 한나라당 최병렬 당시 대표최고위원의 단식 이후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정현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세균 의원이 파괴한 의회민주주의의 복원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겠다"며 "정세균 의원이 국회의장을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한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이후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부터 국회 당대표비서실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당대표실은 '정세균 의원 사퇴 관철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조원진 수석최고위원) 체제로 전환한 지도부가 회의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비워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지도부의 핵심 의원은 "전날(25일) 최고위원회의 때부터 단식 이야기가 나왔다"며 "릴레이 단식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정현 대표가 '단식을 할 것이면 내가 몰아서 하겠다'고 나섰다"고 전했다.

    "건강을 이유로 만류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고 동조 단식을 하겠다고 나서는 의원들도 있었는데, 이정현 대표가 '결기를 보여주기 위해 단식은 내가 몰아서 할테니, 최고위원들은 잘 지휘를 해달라'고 부탁하더라"고 전한 이 의원은 "이제 이정현 대표나 정세균 의원이나 둘 중에 한 명은 죽는 수밖에 없다"고 사생결단(死生決斷)으로 정국 상황이 치닫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은 오롯이 국회 운영의 공정성을 그르친 정세균 국회의장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국회의장마저 편파적으로 거야(巨野)를 편들고 나서면서, 4·13 총선에서 참패해 원내 소수 세력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이 취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단식 투쟁' 등 극단적인 방법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강창희 국회의장을 모시며 (국회)사무총장을 할 때 보면, 강창희 의장은 여당 이야기를 한 번 듣는 동안 야당 이야기를 세네 번 듣는 등 늘 살얼음판 걷듯이 조심했다"며 "국회의장은 불편부당(不偏不黨)해야 하는데, 열우당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도 이리하지는 않았다"고 성토했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 의원도 "우리 당에서 국회의장이 나왔을 때에는 얼마나 처신을 조심했나. 되레 여당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는데…"라며 "정세균 의원이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6일 오후 3시 국회 당대표비서실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6일 오후 3시 국회 당대표비서실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현 여권 계열의 정당 당수가 단식에 돌입한 것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이후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나마 최병렬 대표 시절은 한나라당이 야당이었다는 점에서, 여당 당대표인 이정현 대표가 단식이라는 수단까지 강구하게 된 것은 배수진(背水陣)을 칠 수밖에 없는 새누리당의 절박한 처지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역대 정치인들의 단식 사례를 보면, 단식은 더 이상 다른 정상적인 수단으로는 대치 정국을 풀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주로 동원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전두환정권 시절 정치풍토쇄신법에 의해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당하고 가택연금되는 등 손발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몰리자, 1983년 5월부터 전격 단식에 돌입했다. YS의 단식이 일주일을 넘어서자 전두환정권은 YS를 강제 입원시켰으나, YS는 서울대병원에서도 단식을 이어가 23일간 지속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민정당은 권익현 사무총장을 보내 가택연금 해제와 정치활동 묵인을 약속하는 등 두 손을 들었고, 이후 YS는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을 구성해 1985년 2·12 총선에서의 신민당 돌풍을 준비할 수 있었다.

    현 여권 계열 정당 당수로서는 가장 가까운 단식 사례였던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단식도 2003년 1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결된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측근 비리를 은근슬쩍 덮으려 시도하자, 이에 반발해 국회 재의(再議)를 관철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10일간 이어진 최병렬 대표의 단식은 당초 목적이었던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 재의가 관철되면서 끝이 났다.

    이처럼 다른 수단으로는 도저히 정치적 활로를 찾을 길이 없을 때, '단식'은 최후의 비상 수단으로서 등장해왔다.

    이날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대부분의 의원들이 '아주 강경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총론(總論)에 있어서는 동의하면서도, 각론(各論)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여왔다.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6일 오후 3시부터 국회 당대표비서실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도 이에 발맞춰 정세균 국회의장을 규탄하는 릴레이 피케팅을 시작했다. 첫 주자로 나선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국회본청 본회의장 앞에서 정세균 의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농성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6일 오후 3시부터 국회 당대표비서실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도 이에 발맞춰 정세균 국회의장을 규탄하는 릴레이 피케팅을 시작했다. 첫 주자로 나선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국회본청 본회의장 앞에서 정세균 의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농성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집권여당의 책임감이라는 선의를 갖고 (의사일정 복귀와 국정감사 참여라는 행동을) 보이더라도 오히려 부정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며 "국감 참여를 안하는 게 여당의 모습이 아니라고 할는지도 모르지만, 내년 대선에서 우리를 지지할 지지자들은 우리 입장을 지지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총론에 있어서는 강력한 대응을 통해 민주주의 질서가 파괴된 부분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확실하다"면서도 "각론을 갑론을박하고 있어, 의총 그만하고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하고 나왔다"고 밝혔다.

    각론에 있어서 갑론을박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정치적 목표가 '정세균 의원 사퇴'로 설정된 이상, 이것을 달성하는 '정상적인 수단'은 지극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의장이 자진사퇴해줄 리도 만무하고 △국회 윤리위 제소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 △권한쟁의심판 청구 △국회의장 해임결의안 등 다른 수단도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실효적인 압박이 될 수 없다.

    결국 이러한 '외통수' 정국 상황에 대한 인식 하에 13년 만에 당대표 무기한 단식이라는 비상 수단이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정현 대표의 무기한 단식 농성 돌입과 동시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세균 의장이 지난 23일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거를 저지른 장소인 국회본청 2층 본회의장 앞에서 릴레이 피케팅에 돌입했다.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을 필두로 정진석 원내대표, 원유철 전 원내대표, 조원진 수석최고위원, 심재철 국회부의장, 이장우 최고위원, 나경원 인재영입위원장, 강석호 최고위원, 정갑윤 전국위의장,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이 이날 본회의장 앞에서의 피케팅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의 강행 통과로 격랑(激浪)에 휩쓸리게 된 정국은 당대표의 무기한 단식이라는 비상 수단까지 등장함에 따라 극한의 대치 정국으로 치달으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 의원은 "언론에서는 다들 '하루 이틀 하다가 말지 않겠느냐' 그렇게들 이야기하던데 내부 분위기는 굉장히 강경하다"며 "일주일 이상, 훨씬 넘게 (정세균 의원 사퇴 투쟁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