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그 코리아에서 창간 20주년을 기념해 주최한 'Mode & Moments: 한국 패션 100년'이 22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1일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에서 개막한 'Mode & Moments: 한국 패션 100년'展은 1900년 경성의 모던 보이, 모던 걸의 모습에서부터 패션 한류를 이끄는 21세기 한국 패션까지 국내 패션 아카이브와 한국의 전통 및 현대 예술을 접목시켰다.

    무엇보다 미술, 공연, 음악, 사진, 영화, 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각 시대와 패션을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패션 전시와 다른 차별성을 지닌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가 최정화가 예술감독을, 스타일리스트 서영희가 패션감독을 맡았으며 김영나, 여신동, 조현열, 정윤석, 육명심, 이갑철, 김우일, 김호진, DJ 소울스케이프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10여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전시 공간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또 노라노, 최경자, 앙드레김, 트로아조, 진태옥, 지춘희, 루비나, 이상봉, 장광효, 박윤수, 손정완, 우영미, 박춘무, 홍은주, 정구호, 앤디앤뎁, 스티브앤요니, 박승건, 고태용, 곽현주, 권문수 등 세대를 아우르는 한국 패션 디자이너 60여명이 참여하여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의상을 선보였다. 

    시대성을 대변하는 의상을 한 자리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처에 산재된 국내 패션 자산을 한 자리에 모았다는데 의미를 더했다. 박물관에서도 한번에 보기 힘든 경성시대 때 유행한 의복과 장신구가 진열됐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청춘의 십자로'(1934)가 상영돼 영화에 스며있는 당시의 가치관, 생활양식, 패션 등의 요소를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고은 시인의 연작시 '만인보'에서 모티브를 따온 '패션 만인보'에서는 시대를 풍미한 패셔니스타부터 이웃집 멋쟁이 할머니까지 유·무명인의 실제 의상이 옷에 얽힌 사연과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1세대 디자이너 노라 노가 1956년 국내에서 처음 주최한 패션쇼 영상은 지금 봐도 세련된 의상들을 입은 당대 유명 배우들의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다. 

    패션은 늘 삶의 중심에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00년대 이후 변해가는 시대상과 그를 반영해 온 패션이 가진 다양한 이야기를 유행(mode)과 순간들(moments)로 슬기롭게 풀어냈다. 스트리트 패션과 SNS에 익숙한 젊은 디자이너들의 의상은 한국적인 예술 작품들과 나란히 놓였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이 상반된 이미지는 조화를 이뤄 하나의 기운을 형성했다. 

    우리 패션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지난 100년간의 한국 패션을 정리해 우리 패션의 뿌리를 확인하고 비전을 제시하였다는데 'Mode & Moments: 한국 패션 100년'은 큰 의미를 가진다.

    [사진=크레인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