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의원총회, 당론은 찬성 투표는 자율로… 사실상 가결 몰표
  •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당 소속 의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당 소속 의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려던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략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독단적 행태에 무용지물로 돌아갔다는 평가다.

    국회는 24일 본회의를 열어 김재수 농림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해임건의안 정국에서 국민의당을 향한 여론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었다. 해임건의안 가결과 부결 여부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박지원 위원장으로선 늘 주장하는 '리딩파티'로서의 면모를 보일 기회였지만, 결국 본회의가 정세균 의장의 편파적인 진행과 새누리당과 정세균 의장과의 신경전으로 치달으면서 주목도가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3당으로서의 존재감 부각을 위해 박지원 위원장은 갖가지 전략을 펼쳤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5일 더민주와 정의당 등 야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재수 장관 중 김 장관을 겨냥하며 "우리는 한 놈만 골라서 팬다"라고 말하며 논란을 일으켜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 21일 의원총회 후 돌연 입장을 바꿔 당 차원의 해임건의안 제출을 철회했다. 황주홍 의원을 비롯한 농해수위원들이 앞장서서 반대 의견을 개진했고, 그 외에도 반대 의견이 상당수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해임건의안 부결의 가능성을 내비치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국민의당 의원들의 성숙한 국정 책임의식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등 공개적으로 호의를 보였다. 내부적으로 '국민의당에 잘해 주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반면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야권 공조는 여소야대를 만들어 주신 국민의 명령인데 이렇게 균열이 와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압박을 넣는 모습을 보였다. 

    박지원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해임건의안 가결과 자율투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도 했다. 

    당론 채택이냐, 자율투표냐를 놓고 전날 늦게까지 고심하던 국민의당은 투표는 자율적으로 하되, 사실상 당론으로는 찬성으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다수의 의원들이 당론으로 가결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다만 국민의당이 새 정치를 추구하는 정당인 만큼 헌법기관으로서의 자유의사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자유투표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정한 심판의 역할을 맡은 정세균 의장이 일방적으로 야당 편을 들면서 캐스팅 보트로서의 국민의당은 유명무실해졌다. 


  • 지난 23일부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편파적인 진행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23일부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편파적인 진행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세균 의장은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의 대정부 질의를 중간에 자르는가 하면 야당 의석에서 고성이 나와도 "방해하지 말라"고만 하는 등 시종일관 제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습적인 차수변경에 평창올림픽에 대한 대정부 질문을 아예 차단하는 등 이른바 '날치기'도 서슴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세균 의장의 이같은 행태에 새누리당은 '국회를 뒤흔드는 날치기 만행'으로 규정, 무효 선언과 국민을 향한 사죄를 촉구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이 의회권력에 취해서 그야말로 브레이크 없는 광란의 질주를 하려 하고 있다"면서 "정세균 의장은 비열하고 교활한 의원으로, 사퇴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며 국회의장으로 부르지 않을 것"이라는 등 보이콧을 예고했다. 

    한편 이날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은 총 170명이 참여해 찬성 160명, 반대 7명, 무효 3명으로 김 장관 해임건의안은 가결 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