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영어 MI6 국장 “온라인과 SNS 나도는 정보 수집, 해석 필수”
  • 2012년 10월 개봉작 '007 스카이폴' 가운데 제임스 본드가 기술지원담당 Q를 처음 만나는 장면. Q는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를 '구시대 유물'이라고 부른다. ⓒ007 스카이폴 관련 유튜브 영상 캡쳐
    ▲ 2012년 10월 개봉작 '007 스카이폴' 가운데 제임스 본드가 기술지원담당 Q를 처음 만나는 장면. Q는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를 '구시대 유물'이라고 부른다. ⓒ007 스카이폴 관련 유튜브 영상 캡쳐


    2012년 10월 개봉한 첩보영화 ‘007: 스카이폴’과 2015년 10월 개봉한 후속작 ‘007: 스펙터’는 21세기에도 ‘제임스 본드’ 같은 스파이가 필요한 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영화는 “그래도 ‘휴민트(HUMINT, 인간첩보)’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지었지만, 영화 속 악당은 “이제는 너(제임스 본드)같은 구시대적 스파이는 쓸모가 없다”고 말한다. IT기술의 발달과 SNS의 보편화로 스파이의 쓸모가 줄었다는 이유였다. 영국 정부도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英BBC는 지난 22일(현지시간) “英정부가 2020년까지 해외정보국(SIS, 속칭 MI6) 요원 1,000여 명을 충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英BBC는 정보 관계자를 인용, “정부의 충원계획에 따르면, MI6 요원은 현재 2,500여 명에서 2020년에는 3,500명이 채 되지 않는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면서 “이는 현재 정원의 40%에 달하는 규모”라고 전했다.

    英BBC는 지난 21일(현지시간) 美워싱턴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한 ‘알렉스 영어’ MI6 국장의 말을 인용, “정보기관들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정보기관의 업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알렉스 영어’ 국장은 “5년 뒤에는 세상에 두 가지 정보기관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정보기관과 그렇지 못한 정보기관”이라면서 “나는 MI6가 전자가 되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英BBC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2015년 ‘전략 방어 및 안보 리뷰’라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여기에는 MI6는 물론 국내정보 및 방첩기관 MI5, 통신감청 및 보호기관 GCHQ, 경찰 대테러 부서 등의 조직을 개편·확대하고, 인원을 2020년까지 1,900여 명 더 충원한다는 목표가 들어 있다고 한다.

  • 英런던 템즈강변의 MI6 본부.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英런던 템즈강변의 MI6 본부.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英BBC에 따르면, 이스라엘 모사드의 암살팀이 2010년 UAE 두바이에서 테러조직 수장을 암살한 사건에서 각국 여권을 위조하고, CCTV 감시를 능숙하게 피해 해외로 탈출하는 것을 직접 본 英정보기관들이 21세기형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연구를 실시,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한다.

    英BBC에 따르면, ‘알렉스 영어’ 국장은 “앞으로 정보기관이 직면할 ‘적들’은 적법성이나 비례성에 얽매이지 않고 활동하는 세력들일 것”이라면서 “이런 ‘적들’을 제압하고, 공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보기관들 또한 변신을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BBC 등 영국 언론들은 MI6 국장의 이 같은 발언을 전한 뒤 향후 영국 정보기관에서 충원하는 인력들이 온라인과 SNS 등에 나도는, 각종 언어로 된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온라인과 SNS를 통해 퍼지는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 ‘안면인식’과 같은 첨단기술이 더 많이 사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MI6 등 영국 정보기관들이 향후 온라인과 SNS를 통한 정보수집 및 대응활동에만 집중하게 된다면, 영화 ‘007 스카이폴’이나 ‘007 스펙터’에 나온 악당의 주장처럼 ‘제임스 본드’ 같은 현장 요원들의 모습이 사라질 수도 있다.

    반면 모든 현장 요원들이 쓸모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온라인과 SNS를 사용하는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북한이나 이란 같은 폐쇄적인 국가가 여전히 존재하고, 중앙아시아, 남미 일부 지역처럼 테러조직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범죄조직들의 세력이 아직도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인간첩보(HUMINT)’ 능력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활 패턴과 안보 환경이 이미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어, 현장 요원들에게 필요한 능력과 활동 양상은 상당한 변화를 겪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