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역할보다 북한 내부의 변화 유도가 비핵화의 지름길
    김 상 순

  • 자국의 약점을 친절(?)하게 중국어로 알려주는 한국의 언론들

    참고 참다가 결국은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를 오늘은 해야 겠다. 중국 거주 22년차인 필자가 최근 북경거주 십여년간 한중간의 갈등에 대해 살펴본 바로는, 중국은 한국의 내부 분열로 야기되는 한국내의 모든 논쟁을 수집하여 정리하기만 해도 한국에 대한 대응전략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얼마전 토론에 참여했던 중국 학자가 필자에게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은 전문가와 언론을 살짝 건드리기만 하면 알아서 문제점과 대응책들을 쏟아낸다.” 이미 알고있는 사실인지라 필자는 따라 웃을 수 없었다.
    실제로 최근 한중간의 사드딜레마에 있어서도 중국은 가만히 앉아서 한국의 경쟁적인 보도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중국의 이러한 어부지리는 중국의 대 한반도 외교전략 수립에 분명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한국의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예상하는 한국의 제발등 찍기는 도를 넘고도 한참을 넘어섰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보도이고, 어느 나라를 위한 언론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전문가와 언론들은 중국이 한중 통화스와프를 중단할 수 있다는 등의 수없이 많은 구체적인 사례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경쟁하듯 쏟아냈다. 이들은 중국의 각종 보복이 어떠할 것이고 어떤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점까지 아주 상세하게 안내(?)했을 뿐만 아니라, 주요 언론들은 아주 친절(?)하게도 중국어로 이러한 국내의 논쟁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중국은 그저 무반응으로 있다가 이러한 내용을 수집하고 정리만 해도 대부분의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언론이나 전문가들을 조금만 자극해도 무방비 상태로 쏟아내는 사드 보복 방안들을 주워 담으며 중국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가뭄으로 한쪽으로 몰려있는 고기떼에 그물을 던지는 것보다 더 쉽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자국의 약점을 친절(?)하게도 한국어는 물론 중국어로까지 중국에게 안내(?)하는 한국의 언론보도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한국의 언론보도를 통해 중국이 아주 쉽게 한국에 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중국과의 협상은 설득이 아니라 현실적 이익 교환이 핵심

    우리의 언론은 국내 문제는 물론 대외문제에 있어서도 언론의 자유와 다양성의 존재가 소중한 가치라는 이상적인 생각에만 몰두해 있을 뿐, 그보다 더 중요한 국가이익의 수호라는 핵심적이고 현실적인 논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대외관계에 있어서, 특히나 한중관계에 있어서 반드시 인식해야 할 점은 중국이 한국의 안보를 책임지지도 못할 뿐더러 그럴 의사조차도 없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 한중관계의 본질적 차이점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가 우선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과의 공정한 협상을 위해 한국은 특히 정치권과 전문가 및 여론의 자해적이고 분열적인 정쟁이나 논쟁의 전개는 가급적 비공개 내부 토론으로 그쳐야 한다. 집안 내부의 논쟁과 싸움을 굳이 온 동네에 다 알린 뒤에 듣는 말은 ‘바보가 따로 없다’는 놀림일 뿐이다. 특히 중국과의 협상에서는 가급적 최대한 자신의 카드를 끝까지 감추어야 한다.
    둘째, 중국과의 협상은 눈치를 보거나 설득을 하려고 하면 할수록 협상력은 더욱 약해진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약한자를 동정하려하지 않으며, 강한자와의 경쟁을 선호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강할 수록 중국과의 협상에서 대등해 질 수 있다.
    셋째, 중국과의 협상에서는 더욱 더 다양한 협상 카드를 통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빅딜을 준비해야만 한다. 현실적인 이익 교환의 카드를 얼마나 세밀하고 다양하게 준비하는가에 우리가 원하는 외교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중국과의 협상은 ‘설득’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익 교환’이 핵심이다.

    중국의 강력한 대북제재는 기대하지 말아야

    강조하건데, 중국의 대북제재는 무조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에게 유엔 안보리에서 결정되는 대북 제재안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옳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로 인한 난민 발생이나 혼란 국면 조성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북한 난민 발생으로 인한 손해가 고스란히 중국의 몫이라는 것이고, 북한의 붕괴는 중국의 지정학적 안보 위협이라는 인식은 변함이 없다.
    만약 북한 붕괴로 인한 한반도의 급작스러운 통일로 인해, (설사 압록강까지 주한미군이 진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반도 전체가 친미 정권화 된다는 것은 중국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안보적 손실이다. 냉전적 사고라고 중국내에서도 비판받는 이러한 인식은 그러나 탈냉전 이후인 지금도 확고하다. 심지어 북핵문제로 인한 미중과 한중간의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걸핏하면 신냉전 구조를 언급하는 중국의 경직된 사고는 당분간 변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야 한다.
    한편, 현실적으로는 대북제재의 참여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중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 완성을 간접적으로 돕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완성은 결국 한반도 비핵화의 실패로 이어진다. 한반도 비핵화의 실패는 결국 미국이 핵전략무기의 한국 재배치 혹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기 보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도 엄중한 진퇴양난의 한반도 딜레마에 빠져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최종 선택은 역시 제한적인 대북제재일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게 강력한 제재를 할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현실적이다.

    한중 빅딜과 한미중 빅딜의 시도는 그래도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와 한중관계에 대한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특히 한반도의 평화적인 통일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은 가장 소극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사고가 가장 현실적인 판단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한국의 미중간 대국 딜레마와 중국의 남북간 한반도 딜레마에 있어서 한중간의 교차점 찾기와 공동이익 찾기는 난제중의 난제이다.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비록 제한적이지만, 그럼에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빅딜 해법을 우리는 추진해야만 한다.
    첫째, ‘제2차 한중빅딜’이다. 한국은 중국의 한반도 전략 수정을 위한 한중빅딜을 추진해야 한다. 한중은 지난 1983년이래 수교의 시점인 1992년 8월 24일까지 약 9년간 ‘제1차 한중빅딜’인 ‘한중수교 비밀담판’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 이제 ‘제2의 한중빅딜’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한미중 빅딜’이다. 한중 빅딜의 기초를 통해 한미중간에 중국의 한반도 전략 수정과 통일 한반도 이후의 상호 관계에 대한 3각 빅딜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한중 빅딜과 한미중 빅딜에서 중국이 우려하는 난민 발생과 핵누출 사고에 대한 대비를 위해, 한미는 중국에게 세 가지 기본 조항을 제시하여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첫째 북한 사회주의 체제 유지를 보장해야 한다. 즉 일시적인 흡수 통합을 추진하지 않고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1국 2체제를 유지하여 자연스럽게 통합되도록 한다는 점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둘째,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통한 비핵화 달성에 합의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는 집단 지도부 체제를 통해 1인 우상화를 금하도록 한다는 조건을 관철시켜야 한다. 셋째, 한반도 통일 이후의 주한미군은 현 위치를 고수하고 38선을 넘지 않을 것이며, 향후 한미간의 협의에 따라 점진적으로 철수할 수 있다는 조항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비록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진행과 결과가 예상된다 할지라도, ‘한중 빅딜’과 그 다음단계인 ‘한미중 빅딜’은 어쨌든 추진해야만 한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외부적 요소의 활용에 있어서 이 두 가지 빅딜의 추진이 그나마 효율적인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내부의 변화 유도가 비핵화와 평화통일의 지름길

    한반도는 이제 제6차, 제7차 북한 핵실험이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를 예측하는 것 보다, 언제 북한의 핵무기 전략화가 이루어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를 멈추기 위해서는,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김정은을 포함하는 북한의 핵 이익집단과 개인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 최강의 제재가 필요하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2270 결의안보다 더욱 강력하게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한미일의 공동 협력으로 유럽과 기타 중견국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둘째,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가 북한 제재의 관건이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이 좋다. 미국의 두 차례 원폭 투하로 인해 2차 대전이 끝날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소련은 일본 만주군을 공격하고 승전국의 권리와 영광을 누렸다. 중국 역시 북한의 내부적 반발과 정권 교체라는 현실적인 대변혁이 일어난 뒤에서야 비로소 한국이 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올 것이다.
    따라서 단지 적당한 수준에서 그칠 중국의 제한된 현실적인 참여를 북한에 대한 전체 제재의 효과에 포함시키는 정도면 족하다. 즉 중국의 제한된 참여에도 불구하고, 김정은과 핵 이익집단이 버틸 수 없을 정도의 최강의 제재안을 강구하고 실현해야 한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내부의 비주류 세력의 반발과 정권교체가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세밀하고 강력한 새로운 대북 제재는 당연히 북한 핵 이익집단과 관련이 없는 체제내의 기타 비주류 간부들과 특히 북한 주민들과는 분리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북한 주민에 대해 보다 많은 대외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북한 내부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핵이익집단에서 제외된 북한 비주류 간부들에 대해 ‘통일준비위원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통일헌법’의 규정을 통해 법률적인 신변 안전 보장을 제시하고 이를 홍보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북한 주민과 비주류 간부들의 북한 핵 이익집단에 대한 내부적 반발과 자발적인 정권 교체로서 가능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이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리고 이것은 중국을 설득하거나 중국에게 우리가 바라는 것을 기대하는 것보다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해결 방안이라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김상순(金相淳):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중국차하얼학회 연구위원, 북경대학 국제관계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