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이 터 잡은 한국학 중앙연구원, 한옥에서 '민족 혼' 되살릴 계획전시·강연·세미나장으로 활용… 김덕수 사물놀이, 안숙선 명창 축하공연 펼쳐
  • 한국학 중앙연구원의 청계학당 준공식을 맞아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지신밟기 한마당'으로 38년 만의 '경사'를 축하했다. ⓒ정상윤 뉴데일리 기자
    ▲ 한국학 중앙연구원의 청계학당 준공식을 맞아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지신밟기 한마당'으로 38년 만의 '경사'를 축하했다. ⓒ정상윤 뉴데일리 기자


    한국학 중앙연구원(원장 이배용)이 탄생 38년 만에 마침내 '한옥 캠퍼스'의 문을 열었다.

    31일 오후 2시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지신밟기 한마당'과 함께 전통미를 드러낸 '청계학당'(淸溪學堂)이 그것이다. 박정희 전대통령이 산업혁명을 마무리할 즈음 1978년 직접 터를 골라 한국 정신문화의 요람으로 세운 '정신문화원'은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거듭난 이래 최대경사를 맞은 것이다.

    최초의 여성원장 이배용 원장이 청계산 기슭에 건설한 청계학당은 이날 준공식을 갖고, 21세기 한국학을 세계에 전파하는 '전통문화의 한류'를 창조하는 새 출발을 다짐하였다.

  • 한국학 중앙 연구원은 31일 원내 '청계학당' 준공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한국학 중앙 연구원은 31일 원내 '청계학당' 준공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청계학당의 첫 공개를 축하하려는 방문객으로 행사장은 붐볐다.

    청계학당은 연면적 481.41㎡ 규모의 강학당, 누각, 동재, 서재, 다정, 정자로 이뤄진 한옥 건축물이다.

    청계학당은 한국학 중앙연구원을 방문하는 한국학자들에게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전통 건축 공간을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지었다. 특히 연구원 내 첫 한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설명이었다.

    청계학당은 2015년 10월 공사를 시작해 2016년 8월 준공을 마쳤다. 건축가인 이상해 문화재위원장이 기초 설계를 맡았고 총 예산은 26억 5,000만 원이 투입됐다.

    청계학당은 한국 전통 문화를 체험하고 민족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연구원 내 전시, 강연, 학술세미나, 체험, 다문화 페스티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준공 기념식에는 이배용 한국학 중앙 연구원장, 이준식 교육부 장관, 나선화 문화재청장, 손병두 한국학 중앙 연구원 이사장 등이 참여했다.

    이배용 한국학 중앙 연구원장은 "천고마비의 계절 앞에서 청계학당 완공과 함께 한국학 중앙 연구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채우게 됐다"는 말로 기념사를 시작했다.

  • 이배용 한국학 중앙 연구원장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이배용 한국학 중앙 연구원장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이배용 원장은 "원장 부임 이래 우리의 학문적 전통과 고유의 건축미를 계승한 한옥 건축물 건립의 필요성을 꾸준히 역설해 왔다"면서 "이러한 진정성과 전통 건축물 조선의 필요성이 합쳐져 청계학당 건립이 시작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배용 원장은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된 청계학당은 연구원 안에 세워진 시설물이라는, 단순한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면서 "청계학당의 건립과 운영은 한국학 중앙 연구원의 명실상부한 기능을 수행하는 중요한 기반 시설이자 문화융성 시대의 기반 조성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배용 원장은 "청계학당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민족문화의 정수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전통 강의의 장, 외국인에게 한국 전통문화의 실체를 보여주는 실질적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배용 원장은 "오늘 기념식은 청계학당 완공과 함께 한국학 연구와 매진했던 노력의 결실을 확인하고 거두어 들이는 자리"라며 "이러한 결실을 바탕으로 국정과제의 하나인 인문·정신문화의 진흥과 문화유산 보존 강화를 이뤄 문화융성시대로 나아가는데 탄탄한 기반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여한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축사에서 "우리나라는 교육의 열정과 배움의 성실이 결합돼 지식을 창출했고 그러한 지적 자산을 토대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선진국 위상에 걸 맞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준식 교육부 장관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이준식 교육부 장관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이준식 장관은 "현재 우리나라는 개인의 꿈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빈약해 건전한 공동체를 조성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따라서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정신문화의 근간을 바로잡고자 했던 한국학 중앙 연구원의 설립 취지는 여전히 유효한 명제"라고 말했다.

    이준식 장관은 "한국의 정신문화는 나눔과 배려, 소통과 화합, 생명과 평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강조하는 인간주의에 토대를 둔다"면서 "그러한 의미에서 한국학 중앙 연구원은 한국 정신문화의 정수를 탐구하는 영역에서 사회로 그 지식을 나누는 실천의 영역으로까지 역할 범위를 확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준식 장관은 "청계학당에서 생산된 지식과 배움의 경험이 한국학 중앙 연구원만의 역사에 머무는 것이 아닌 넓은 문화적 의미로 연결되길 바란다"면서 "사회와 소통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연구원이 되기를 바란다. 사회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다면 한국학 중앙 연구원은 진정한 한국학의 본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축사를 맡은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오늘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청계학당을 보니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며 감탄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온고지신(溫故知新), 법고창신(法鼓昌新), 탁고개제(托古改制) 등의 사자성어는 전통이 현대와 대립되는 것이 아닌 옛것의 가치를 반영한다는 뜻"이라며 "오늘날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수록 전통은 사회공동체가 공유해야하는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 나선화 문화재청장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나선화 문화재청장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 문화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목적을 공유하는 한국학 중앙 연구원과 문화재청은 동반자적 관계에서 전통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한국학 연구를 통해 한국 문화의 정수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는 한국학 중앙 연구원의 역할은 문화재청과 비슷하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문화재청과 한국학 중앙 연구원은 전통의 어떤 요소에 주목해 정신문화의 좌표로 삼을 것인가 하는 화두를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건축물은 단순한 물질적 환경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담는 곳이기에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는 산물"이라며 "이곳 청계학당도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누적되면 한국학의 역사가 만들어 질 것"이라며 축하했다.

    손병두 한국학 중앙 연구원 이사장은 "청계학당의 '청계(淸溪)'라는 말을 풀이하면 맑은 물이라는 뜻이다. 청계학당을 이루는 주 소재는 소나무다. 소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킨다는 점에서 우직함을 반영하고, 그 쓰임이 매우 다양하여 봉사와 헌신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 손병두 한국학 중앙 연구원 이사장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손병두 한국학 중앙 연구원 이사장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손병두 이사장은 "청계학당의 이름처럼 이곳에서 공부하는 이들의 분주한 일상을 맑은 물로 깨끗이 씻ㅇ 성실한 배움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더 나아가 이곳에서 익힌 지식을 우리들만의 울타리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회 공동체와 공유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손병두 이사장은 "한국학 중앙 연구원 개원 40주년을 앞둔 지금, 역사가 깊어질수록 꾸준히 새로워지는 연구원이 되길 바란다"면서 "청계학당은 건축물 완공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배움과 나눔에 의해 완성되므로, 한국학 본산으로서의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교직원 가족 모두가 정진하고 화합하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 감사패 수여받는 귀빈들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감사패 수여받는 귀빈들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외빈들의 축사를 마친 뒤 한국학 중앙 연구원장 명의의 감사패와 표창장 수여가 이어졌다. 감사패는 ▲이상해 성균관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신응수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김종훈 (주)건도 대표이사 ▲성재중 (주)한창건축사사무소 대표가 받았다.

    표창장은 ▲류청희 (주)건도 건축공사 현장대리인 ▲문기현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전수조교 도편수 ▲홍기철 (주)건도 건축공사 공사부장 ▲박철민 (주)금호비젼 통신공사 현장대리인이, 특별 공로상은 ▲임종옥 총무시설팀장 ▲사무국 총무시설팀(단체상)이 받았다.

  • 흥부가를 열창하는 안숙선 명창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흥부가를 열창하는 안숙선 명창 ⓒ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감사패·표창장 수여식에 이어 현판 제막식, 테이프 커팅식, 기념촬영 등이 진행됐다. 기념식이 끝난 뒤 열린 축하공연에서는 안숙선 명창이 '흥부가'를 열창해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날 행사는 참석한 내외빈들이 청계학당을 관람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