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도 벌벌 떠는 온라인 당원 위세..."넷심(net心)은 민심이 아닌데.." 비판도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온라인 당원들의 파워가 입증되면서 정청래 전 의원의 입지도 덩달아 넓어지는 모양새다. 정 전 의원이 온라인 당원의 향배를 가르는 일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전대에서 추미애 신임 대표는 물론 친노(親盧)·친문(親文) 성향의 최고위원들 당권을 장악한 배경에는 '문재인 홍위병'으로 불리는 온라인 당원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결정적이었다.

    온라인 당원들이 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최대 세력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네트워크 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정 전 의원의 주장도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막말 대포'로 불렸던 정 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더민주 소속 의원들의 탈당 국면 당시 온라인 당원 가입시스템을 주도적으로 이끈 바 있다.

    그는 지난해 말 당이 온라인시스템을 통해 당원 입당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직후 유행가 일명 '전해라'를 패러디해 화제를 모우기도 했다.

    당시 10만여명이 더민주에 입당했고, 그 중 권리당원은 약 3만5,000명에 달한다. 대부분 친문 성향이며, 정청래 전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정청래 의원이 컷오프 당하자 온라인 당원들의 탈당 행렬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온라인 당원들은 이번 전대를 앞두고 정 전 의원을 내세우는 이른바 '정청래 추대론'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지난 7월 전대 출마를 고민하던 정청래 전 의원은 고심끝에 불출마를 선언한 뒤 추미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온라인 당원들의 표심이 '추미애'로 기울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이때부터라는 분석을 제기한다.

    추미애 후보는 이번 전대에서 과반이 넘는 54.0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대표에 선출됐다. 정 전 의원이 사실상 더민주 막후에서 당을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청래 전 의원은 전대 결과에 대해 "정당사상 최초로 권리당원들이 당권의 향배를 결정했다"며 "새 지도부는 국민과 지지자들을 무섭게 생각하고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의 트위터에 당 지도부를 향해 "대선후보를 흔드는 해당행위에 단호하게(대처하고),온-오프 네트워크 정당건설로 지지자와 상시소통, 정권교체 교두보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당 내부에서는 온라인 당원들이 당을 좌지우지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넷심(net心)은 민심이 아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더민주의 한 초선 의원은 "온라인 당원들의 집단적 움직임 때문에 의사표현을 극도로 조심하는 의원들이 많다"며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온라인 당원들로 인한 친문 싹쓸이'라는 비판에 대해 "당원들이 무슨 로봇도 아니고 계파를 위해 투표한 것도 아니다"며 "저는 평소 온·오프 네트워크 정당 건설로 지지자들을 모으고 외연을 확장해 정권 교체를 하자고 역설했다"고 말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또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당직을 맡지 않겠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어떤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지금은 좀 더 자유롭게 리베로 겸 최전방 공격수로 뒤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