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로마·나폴리·산토리니에 곤돌라·요트·전세기 등 유명 관광지·관광자원 총등장
  • ▲ 29일 오후 조선일보 주필직에서 사임하는 것으로 발표된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의 5년 전 8박 9일 유럽 여행 상황도.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29일 오후 조선일보 주필직에서 사임하는 것으로 발표된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의 5년 전 8박 9일 유럽 여행 상황도.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VVIP 대우를 받으며 5년 전 8박 9일간 다녀왔던 호화판 유럽 여행의 최종 종착지는 '조선일보 주필 사임'이었다.

    내달 28일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언론계에 만연한 부패와 기득권 갑질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필직에서 물러나더라도 형사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닌 만큼 향후 사법 당국의 수사 과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29일 정치권과 언론계·관광업계 등에 따르면, 조선·해운산업 부실화를 야기한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뉴스컴) 대표와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 함께 다녀온 8박 9일 간의 유럽 여행은 그야말로 VVIP만을 위한 초호화 여행 일정이었다.

    국내외의 여름 휴가철과 남유럽의 혹서기를 피해 9월 1일 국적기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을 떠난 송희영 주필은 같은날 프랑스 파리 샤를 드 골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향하는 에어 프랑스 편으로 환승했다.

    이튿날인 2일 곤돌라 탑승 등을 포함한 베네치아 시내 관광을 마친 송희영 주필은 3일 이탈리아 고속철도(250㎞/h급)의 특급 프레차르젠토(Frecciargento, 은빛 화살) 편에 탑승해 로마로 향했다.

    로마 중심가인 카스트로 프레토리오의 리퍼블리카 광장 인근에 소재한 5성급 최고급 호텔 보스콜로 엑세드라 로마(Boscolo Exedra Roma)에 여장을 푼 송희영 주필은 3~4일 이틀간 여유롭게 로마 시내 주요 관광 명소를 방문했다. 4일 오후에는 역시 국적기 편으로 로마 레오나르도 다 빈치 국제공항에 도착한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와 합류했다.

    5일, 남상태 전 대표와 송희영 주필은 '세계 3대 미항'으로 손꼽히는 남이탈리아의 나폴리항으로 이동해 페레티 97(Ferretti 97) 요트를 빌려 나폴리 만 유람에 나섰다.

  • ▲ 29일 오후 조선일보 주필직에서 사임하는 것으로 발표된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 5년 전 8박 9일 유럽 여행 도중 나폴리 만을 유람하기 위해 탑승했던 페레티 97 요트. ⓒ뉴데일리 정상윤·공준표 기자
    ▲ 29일 오후 조선일보 주필직에서 사임하는 것으로 발표된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 5년 전 8박 9일 유럽 여행 도중 나폴리 만을 유람하기 위해 탑승했던 페레티 97 요트. ⓒ뉴데일리 정상윤·공준표 기자

    요트는 나폴리에서 출발해 아우구스투스 황제와 티베리우스 황제의 별장이 있던 카프리 섬과 '돌아오라 소렌토로'로 유명한 휴양지 소렌토,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통째로 묻힌 고대 로마의 유적지 폼페이 등을 두루 거친 뒤 나폴리로 돌아왔다.

    해당 요트에는 수상스키나 웨이크 보드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은 물론 별도의 침실·식당·바(Bar)·응접실 등이 마련돼 있다. 선내 파티는 물론 수상 레저, 낚시까지 가능하다. 실제로 송희영 주필 일행은 이날 오찬을 요트 선상에서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인 6일에는 전세 제트기가 등장한다. 전세 제트기를 타고 나폴리 공항을 이륙한 송희영 주필 일행은 그리스 산토리니의 티라(Thira) 공항에 착륙한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그리스 산토리니까지 직항편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6~7일 이틀간 피라마을·화산섬·이아마을 등 산토리니의 관광 명소를 두루 둘러본 송희영 주필은 이후 그리스의 국적 항공사인 올림픽 항공의 국내선을 통해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로 이동했다.

    8일까지 아테네 시내 뿐만 아니라 미케네와 성서에 '고린도'로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한 코린토스 등을 둘러보며 지난 3~4일 로마 관광과 함께 유럽 문명 발상지의 향취에 흠뻑 젖어든 송희영 주필은 9일 영국항공 편으로 런던으로 이동한다.

    웬트워스 컨트리클럽에서 급히 9홀 라운딩을 돈 송희영 주필은 이날 저녁 런던 히드로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가는 국적기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 8박 9일 간의 유럽 여행으로 노곤해진 몸을 눕혔다. 퍼스트 클래스 왕복 항공권 또한 대우조선해양에서 제공받았다.

    유감스럽게도 인천국제공항 귀국으로 그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8박 9일 간의 유럽 여행의 최종 종착지는 '조선일보 주필 사임'이었다. 5년 전 다녀온 유럽 여행은 결국 송희영 주필의 발목을 잡았다. 조선일보는 29일 오후, 사고(社告)를 통해 송희영 주필이 주필직에서 사임했다고 알렸다.

  • ▲ 언론계가 부패와 기득권 갑질의 사슬을 끊고 거듭날 수 있게끔 결정적 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29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공준표 기자
    ▲ 언론계가 부패와 기득권 갑질의 사슬을 끊고 거듭날 수 있게끔 결정적 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29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공준표 기자


    1~2차 폭로 기자회견을 통해 송희영 주필의 사임을 사실상 이끌어낸 것이나 다름없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해당 언론사에서는 이 시기를 전후해서 대우조선해양에 아주 우호적인 사설이 게재됐다"고 꼬집었다.

    만약 사실이라면 대단히 부적절한 행태라는 지적이다. 이번 송희영 주필의 조선일보 주필직 사임을 계기로 언론계가 부패와 기득권 갑질의 사슬을 끊고 자정(自淨)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2차 기자회견에서 김진태 의원도 "주인 없는 회사가 방만 경영으로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형편인데 언론인으로서 이를 꾸짖지는 못할 망정 호화판 향응의 주인공이 됐다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느냐"고 땅에 떨어진 언론인의 직업 윤리 의식을 개탄하기도 했다.

    한편 송희영 주필이 사의를 밝혔다는 소식을 접한 김진태 의원은 이날 오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진태 의원은 "시시비비(是是非非)를 오래 따지지 않고 적절하게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인간적으로 동정심이 가는 면이 있다"면서도 "이 사안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것(주필직 사임)으로만 끝날 일은 아니고,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8박 9일 간의 유럽 여행 일정에 전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함께 했던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대표와 박수환 뉴스컴 대표가 내달 8~9일 열리는 조선·해운산업 부실 진상규명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는데, 송희영 주필 또한 증인 내지 참고인으로 소환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진태 의원은 기재위~정무위 연석회의 형태로 진행되는 해당 청문회에 대해 "다른 상임위 소관이라서 청문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알지는 못하고 있지만, 박수환 대표까지 증인으로 채택됐다면 (송희영 주필도 증인으로 채택)될 수도 있겠다"면서도 "청문회는 조금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청문회가 문제라기보다는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