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制 ‘페레티 97’, 대부분 일주일 단위로 임대…로마 호텔 1박 최소 36만 원
  • 김진태 의원(새누리·춘천)은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여행한 언론인은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라고 공개했다. ⓒ뉴데일리 DB
    ▲ 김진태 의원(새누리·춘천)은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여행한 언론인은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라고 공개했다. ⓒ뉴데일리 DB


    ‘대우조선해양’과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이하 뉴스컴) 대표, 유력 일간지 언론인 간의 유착설을 폭로했던 김진태 의원(새누리당·춘천)이 29일 국회에서 다시 기자회견을 갖고 “문제의 언론인은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라고 밝혔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비리와 관련해 박수환 뉴스컴 대표(구속)와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당시 논설주간)이 ‘VVIP’로 접대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초호화 요트 여행, 특급호텔 숙박, 국제선 1등석 제공 등을 받았다고 추가 폭로했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추가 폭로에서 대우조선해양이 박수환 뉴스컴 대표와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을 위해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페레티 97(Ferretti 97)’이라는 호화 요트를 빌렸고, 이 요트로 나폴리를 출발, 카프리 섬과 소렌토까지 운항했다고 공개했다.

    김진태 의원은 또한 박수환 뉴스컴 대표와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 일행이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5성급 호텔에 묵었다고 폭로했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페레티 97 요트를 하루 빌리는 돈은 2만 2,000유로(한화 약 3,340만 원)으로 일반 시민들의 연봉 수준”이며 “박수환·송희영 일행이 8박 9일 동안 이탈리아와 그리스 일대를 여행하는데 들어간 호텔비, 식비, 관광경비를 전부 합치면 2억 원대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 박수환·송희영 일행이 빌렸다는 요트 '페레티 97'의 모습. ⓒ요트 임대업체 해피차터닷컴 홍보사진.
    ▲ 박수환·송희영 일행이 빌렸다는 요트 '페레티 97'의 모습. ⓒ요트 임대업체 해피차터닷컴 홍보사진.


    대체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 탔다는 요트는 어떤 종류이고, 그가 묵었던 로마의 5성급 호텔은 어떤 곳이기에 이런 말이 나올까. 확인 결과 금액이 정확한지는 향후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일반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정도의 ‘초호화판’인 것은 사실이었다.

    김진태 의원이 박수환·송희영 일행이 빌렸다고 밝힌 ‘페레티 97’ 요트는 이탈리아의 호화 요트 제작사인 ‘페레티 그룹’에서 만든 개인용 요트다.

    페레티 그룹은 1968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알레산드로 페레티와 노베르토 페레티가 창업한 요트 전문회사로, 세계적으로 호화요트를 주문 생산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유명 원로 여배우 소피아 로렌도 이들이 만든 요트를 갖고 있다고 한다.

    페레티 그룹은 요트의 이름에 그 길이를 붙여 고객들이 크기를 짐작할 수 있게 만든다. 박수환·송희영 일행이 빌린 ‘페레티 97’ 요트는 길이가 97피트(약 30m)라는 뜻이다.

    ‘페레티 97’은 길이 30m, 폭 7m, 흘수 2m, 배수량 약 120톤의 제원을 갖고 있어, ‘작은 배’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2,400마력 디젤엔진 2기를 장착하고 있는 데다, 최대 9명을 태우고 먼 바다까지 누빌 수 있는 ‘모터요트’라는 점에서 보면 매우 호화로운 배다.

    주문제작 옵션을 넣지 않은 ‘페레티 97’의 가격이 40억 원(320만 유로)부터, 2008년식 중고 요트 가격이 37억 원(295만 유로)라는 점만 봐도 어떤 배인지 짐작할 수 있다.

  • 박수환·송희영 일행이 빌렸다는 요트 '페레티 97' 상갑판의 일광욕 침대들. ⓒ요트 임대업체 해피차터닷컴 홍보사진.
    ▲ 박수환·송희영 일행이 빌렸다는 요트 '페레티 97' 상갑판의 일광욕 침대들. ⓒ요트 임대업체 해피차터닷컴 홍보사진.


    ‘페레티 97’은 한국 서울의 한강이나 부산 수영만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요트에는 수상스키나 웨이크 보드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은 물론 별도의 침실, 식당, 바(Bar), 응접실 등이 마련돼 있다. 선내 파티는 물론 수상 레저, 낚시까지 가능하다. 美헐리우드 영화 속에서 재벌들이 타는 요트와 흡사했다.

    ‘페레티 97’을 직접 소유하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휴가 중 지중해 곳곳에 있는 요트 임대업체로부터 빌리기도 한다. 이탈리아 요트 임대업체 가운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회사는 ‘페레티 97’을 일주일 빌리는데 5,040만 원(4만 유로)부터 7,440만 원(5만 9,000유로)가 필요하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김진태 의원의 폭로에 따르면, 박수환·송희영 일행이 ‘페레티 97’ 요트를 빌려 타고 이동한 시기는 9월 초순, 해당 기간은 ‘성수기’여서인지 임대 가격이 일주일 당 6,500만 원에 달했다. 대부분의 이탈리아 요트 임대업체들은 1일 단위로는 배를 빌려주지 않고 있었다. 특히 ‘페레티 97’ 요트는 인기가 높아서인지 일주일 단위로 임대하고 있었다.

    하루 단위로 임대하는 요트 업체는 이탈리아가 아니라 영국에 있었다. 그것도 성수기에는 하루 빌리는데 1,350만 원(1만 1,999달러)를 내야 했다.  

  • 박수환·송희영 일행이 빌렸다는 요트 '페레티 97'의 식당 겸 거실. ⓒ요트 임대업체 해피차터닷컴 홍보사진.
    ▲ 박수환·송희영 일행이 빌렸다는 요트 '페레티 97'의 식당 겸 거실. ⓒ요트 임대업체 해피차터닷컴 홍보사진.


    만약 박수환·송희영 측이 “일행이 여러 명이었으므로, ‘N분의 1’ 비용이 든 것”이라는 해명을 또 내놓는다면 억지일 뿐이다. 이미 대우조선해양이 ‘VVIP로 모신다’는 사람이 2명뿐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들의 ‘N분의 1’ 논리라면, 택시 요금도 운전기사와 내가 함께 탔으니 반값만 내면 된다는 뜻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아무튼 박수환·송희영 일행은 ‘페레티 97’ 요트를 타고, 나폴리를 출발해 카프리 섬을 들른 뒤 소렌토로 갔다고 한다. 

    카프리 섬은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州 나폴리 지역 남쪽에 위치한 관광지로, 소렌토와 멀지 않다. 온난한 날씨와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하다. 특히 ‘푸른 동굴’은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알려져 있다.

  • 이탈리아 소렌토에는 해안절벽 위로 이런 빌라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 가운데 일부는 관광객을 위한 고급 임대주택으로 사용된다. 사진은 소렌토의 한 임대빌라 모습. ⓒ마이렌탈홈스 닷컴 홍보용 사진 캡쳐
    ▲ 이탈리아 소렌토에는 해안절벽 위로 이런 빌라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 가운데 일부는 관광객을 위한 고급 임대주택으로 사용된다. 사진은 소렌토의 한 임대빌라 모습. ⓒ마이렌탈홈스 닷컴 홍보용 사진 캡쳐


    카프리 섬은 로마 시대에는 황제 아우구스투스와 티베리우스의 별장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휴양지였지만, 서로마 제국 시대부터는 유배지, 도피처 등으로 바뀌었고, 이후 18세기까지는 해적들 때문에 위험한 곳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카프리 섬은 뛰어난 풍광 때문에 19세기 후반 다시 유럽 최고의 관광지가 됐다. 이후 카프리 섬은 회화, 문학작품에도 등장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고, 20세기 중반 이후로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소렌토는 나폴리 남동쪽에 있는 도시로, 지역 철도의 끝자락에 있다고 한다. 폼페이, 나폴리에서 가기가 쉬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올리브유, 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소렌토는 그리스가 폼페이에 식민지를 건설했던 시절부터 유명한 휴양지였다고 한다. 로마 시대에는 ‘수렌툼’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해안 절벽 위로 들어선 고급 아파트와 호텔은 이곳이 세계 각국의 부자들이 선호하는 곳임을 깨닫게 해준다.

  •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 묵은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로마의 호텔 '보스콜로 엑세드라 로마'의 인테리어 가운데 일부. 사진 속 방은 고급 룸이다. ⓒ보스콜로 호텔 홈페이지 캡쳐
    ▲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 묵은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로마의 호텔 '보스콜로 엑세드라 로마'의 인테리어 가운데 일부. 사진 속 방은 고급 룸이다. ⓒ보스콜로 호텔 홈페이지 캡쳐


    박수환·송희영 일행은 이처럼 이탈리아의 유명 휴양지를 돌아본 뒤 로마로 향했다고 한다. 이때 송희영 주필이 묵은 곳은 ‘보스콜로 엑세드라 로마(Boscolo Exedra Roma)’라는 5성급 호텔이었다고 한다.

    ‘보스콜로 엑세드라 로마’는 카스트로 프레토리오의 리퍼블리카 광장 인근에 있는 최고급 호텔로 국내에서는 비싸기로 소문난 호텔 가운데 하나다. 옥상에는 전망이 탁 트인 수영장과 테라스가 있고, 객실의 욕실은 대리석으로 장식돼 있다.

    ‘보스콜로 엑세드라 로마’는 멋진 풍광과 훌륭한 인테리어로 인기가 높아 9월 초순에는 예약조차 힘들다. 객실 가격은 최저 36만 3,000원(288유로)부터 최고 619만 원(4,910유로)까지 다양하다. 이는 ‘룸서비스’나 식대 등은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단 두 명의 ‘VVIP’를 위해 호화 요트와 제트 전세기까지 빌린 ‘대우조선해양’이 이들은 25㎡짜리 방에 묵게 했을까 하는 점이다.

    김진태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의 ‘해명’을 전해듣고서는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초호화판 여행은 ‘VVIP’ 두 사람을 위해 기획한 것으로, 전세기와 요트까지 빌린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이용한 부분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은, 마치 룸살롱 접대를 받은 뒤에 ‘난 양주 두 잔밖에 안 마셨다’며 접대 받은 비용을 양주 두 잔 값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 보스콜로 엑세드라 로마 호텔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시도해본 결과 9월 초순은 성수기로 예약조차 하기 어려웠다. 8월 31일부터 체크인 한다는 가정으로 검색했을 때 남은 방이 이랬다. ⓒ보스콜로 호텔 홈페이지 캡쳐
    ▲ 보스콜로 엑세드라 로마 호텔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시도해본 결과 9월 초순은 성수기로 예약조차 하기 어려웠다. 8월 31일부터 체크인 한다는 가정으로 검색했을 때 남은 방이 이랬다. ⓒ보스콜로 호텔 홈페이지 캡쳐


    유럽 현지 여행업체나 요트 임대업체가 제시한 금액이 김진태 의원이 주장한 ‘액수’보다 적다고 해도 호화판임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한국은 물론 다른 선진국 국민들도 이탈리아 남부 해안을 둘러보기 위해 호화 요트를 빌리고, 로마의 ‘보스콜로 엑세드라 로마’ 호텔에 묵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돈’ 때문이다.

    게다가 박수환·송희영 일행이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그리스, 영국 등에까지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들과 동행, 바다와 하늘을 누비고 다녔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들의 ‘여행비용’은 김진태 의원이 주장한 금액과 거의 일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은 이날 언론들이 김진태 의원의 폭로 기자회견을 보도한 이후 사측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