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전 대표, 장외서 친문 세력 향한 비판 목소리 높일 듯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호(號) 출범과 동시에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가 막을 내렸다.

    지난 1월 야권 분열 와중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 전 대표는 첫 취임 일성으로 친노 운동권 척결을 외치는 등 더민주의 변화를 주도해 왔다.

    특히 김 전 대표는 패망 직전의 당을 정비해 4.13총선에서 123석을 차지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당을 중도·실용노선을 중심으로 이끌면서 수권정당으로서의 안정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햇볕정책' 비판 등 안보 우클릭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주류 세력과의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당의 외연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기사회생한 친문세력은 총선 이후 김 전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시종일관 그를 따돌렸다.

    김종인 전 대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김 전 대표와 문 전 대표의 거리는 더욱 더 멀어져 갔다.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뉴시스
    그간의 이런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 듯 27일 전당대회에서 만난 문 전 대표와 김 전 대표 사이에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두 사람은 귀빈석에서 짧은 눈인사와 악수를 나눴을 뿐 특별한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종래의 낡은 정당문화를 버려야 한다.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 변화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친문 세력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전 대표는 임기 내내 줄곧 친노(親노무현)·친문 운동권 세력을 향해 당의 낡은 정체성을 버려야 한다고 쓴소리를 해왔다. 

    그는 최근 라디오에 출연, 이번 전당대회에 대해 "일개 계파가 전체를 그냥 다 쓸어잡는 그런 선거 결과가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상당히 우려스러운 점이 많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친문계 추미애 후보가 당선되고 최고위원 마저 친문 후보들로 채워지면서, 사실상 '문재인 사당화'가 현실화 됐다는 분석이다.

    친문 운동권에 진저리를 친 김 전 대표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추미애 신임 대표와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정황 등을 두고 거친 공방을 벌인 김 전 대표인 만큼 향후 '김종인의 역습'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전 대표가 활발한 정치행보에 나서며 정계개편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문재인 사당화로 인해 비문(非文) 세력의 '3지대론'이 조기에 점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조만간 전국 각지를 돌면서 경제민주화 순회강연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SNS나 라디오 등을 통해 당의 진로나 당내 친문 세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계속 높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새로 가입한 것도 알려졌다.

    김종인 전 대표가 각종 현안이나 당내 역학구도 등과 관련해 직접 SNS에 글을 올리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종인 대표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 등 야당 대권 주자들과 연계하며 제3세력화를 모색, 야권 재편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안팎의 경계를 허물고 야권의 정계개편을 주도하며 내년 정권교체를 준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대선이 다가올수록 대권 방정식을 풀기 위한 김 전 대표와 손 고문 등의 암중모색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최근 더민주 손 전 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잠재적 야권 대권 주자들을 만나며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가 직접 대선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박용진 의원은 김종인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골잡이의 가능성과 지휘자, 주장 역할 가능성까지 모두 열려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김 전 대표는 최근 라디오에 출연, 대권 도전과 관련해 "나는 가능하지 않은 걸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면서도 확실하게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는 등 묘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