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나선 후보들, 정책 비전 없이 계파 의식한 강경 발언 뿐
  •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8·27 전당대회의 주인공은 당원들도, 당권 후보들도 아닌 바로 문재인 전 대표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자 장내에 뜨거운 환호성이 쏟아졌다.

    곳곳에서 "문재인, 문재인"을 외치며 마치 '문재인 팬미팅'을 방불케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문 전 대표는 이에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뒤이어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는 당내 인사들이 차례로 인사했지만 문 대표 만큼 큰 박수를 받지는 못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전대에 참석해 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아주 경쟁이 치열했지만 앞으로 전대가 끝나면 다시 하나가 되고, 함께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꼭 해내리라는 자신과 희망이 생겼다"며 "새 지도부가 당을 잘 통합해 대선 승리까지 잘 이끌어주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앞서 당대표 후보들과 최고위원 후보들은 이날 문재인 전 대표가 등장하자 앞다퉈 손을 내밀며 구애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당권 후보들은 이날 연설에서 '문재인'을 거론하며 서로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종걸 후보는 추미애 후보를 겨냥, "당내 유력주자의 수호천사를 자처하는 당 대표는 역동적이고 공정한 경선을 만들 수 없다"며 "그런 당 대표는 그가 지칭한 문재인 전 대표에게도 부담"이라고 비판했다. 

    '호문(문재인 호위무사)' 후보로 불리는 추 후보는 연설에서 "갑자기 내게 친문·호문이라 한다. 하지만 나는 한번도 한 눈 판 적 없고 오직 더민주만 지켜온 한길만 걸어온 민주당 지키는 '친민'"이라고 주장했다.
  •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김상곤(왼쪽부터), 추미애, 이종걸 당대표 후보가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김상곤(왼쪽부터), 추미애, 이종걸 당대표 후보가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당초 이번 전대에 나선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 후보는 출마 초기부터 문재인 전 대표를 의식한 발언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미애 후보와 김상곤 후보는 친문계에 구애하는 발언을, 비주류인 이종걸 후보는 비문계의 결집을 위해 연일 '문재인 때리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원조 호문으로 알려진 김상곤 후보는 문심(文心·문재인 의중)이 추 후보 쪽으로 기울어진 양상을 보이자 연일 '추미애 때리기'에 나서는 등 각 후보들간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이 벌어졌다. 

특히 더민주 후보들이 정책 비전의 경쟁보다는 각 지역 계파 수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노골적인 구애 발언만 쏟아내면서 전대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 안팎에서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문재인)'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이번 전대 과정에서 이른바 '문재인 전위대'로 불리는 '온라인 권리 당원'이 실세로 떠오르며 문심의 파워를 실감케 했다. 이들은 친문계인 추미애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실제 이번 전대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적잖이 나온다.

향후 '문재인 전위대'들이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조직적으로 움직일 경우 문 전 대표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최근 치러진 시·도당 위원장들 선거에서도 친문 후보들이 싹쓸이 했다. 여기에다 '문재인 호위무사'로 통하는 추미애 후보가 당대표에 당선되면서, 더민주는 이제 친문 운동권 득세로 인한 좌클릭-강경노선을 본격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