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캐슬 아파트 1층 로비에다 '옥바라지 골목' 재현? 입주민 피해 예상
  • 지난 5월 26일 촬영한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 재개발 지구(일명 옥바라지 골목)의 전경. 거의 대부분의 건물이 철거된 상태였다. ⓒ뉴데일리 DB
    ▲ 지난 5월 26일 촬영한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 재개발 지구(일명 옥바라지 골목)의 전경. 거의 대부분의 건물이 철거된 상태였다. ⓒ뉴데일리 DB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5월 17일, 서울 독립문 인근의 무악 2구역 이른바 '옥바라지 골목'으로 불리는 재개발 현장을 찾아가 합법적으로 진행하던 철거 공사를 중단시켰다.

    당시 박원순 시장은 무악 2구역 재개발에 반대하는 사람들 편에 서서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이 공사는 없다. 제가 법적으로 손해배상을 당해도 좋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의 '약속'은 '서울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6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서울시와 종로구는 '폭력적 강제집행'으로 중단된 무악 2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해 조합과 미합의 주민을 포함한 '옥바라지 골목 보존 대책위원회' 측 간의 원만한 합의를 마쳐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009년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용산사태와 같은 인명피해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현장에서 공사를 중단시켰다"면서 무악 2구역 재개발 공사를 중단 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시는 "재개발 조합 측은 공사가 지연되면 조합원들의 피해가 커지므로 조속히 공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면서 "서울시는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해결안을 도출하되 조합 측의 경제적 손실은 행정적 지원을 통해 최대한 보전한다는 원칙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 박원순 서울시장 지지자들이 트위터 등 SNS에서 공유하는 사진. 박원순 시장이 지난 5월 17일 서울 종로구 무악 2구역 재개발 현장을 찾아 철거중단 지시를 내리는 모습이다. ⓒ트위터 캡쳐
    ▲ 박원순 서울시장 지지자들이 트위터 등 SNS에서 공유하는 사진. 박원순 시장이 지난 5월 17일 서울 종로구 무악 2구역 재개발 현장을 찾아 철거중단 지시를 내리는 모습이다. ⓒ트위터 캡쳐


    박원순 시장은 무악 2지구 철거작업을 중단시킬 때, “나 서울 시장이다. 내가 손해를 보겠다. 무악 2구역 재개발을 당장 멈춰라”고 외치며 '초법적·권의주의적 행정'이라는 비판까지 들은 바 있다. 그런데 26일 서울시 측의 발표는 "서울시가 손해를 보겠다"로 바뀐 것이다. 

    서울시는 이날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무악 2구역의 역사적 흔적과 생활문화 유산을 보전하기 위한 '옥바라지 골목 보존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재개발 조합과 대책위 양측 입장을 토대로 역사 ·도시·계획 건축분야의 전문가들과 15회 이상의 숙의를 거친 결과라고 했다. 

    무악 2구역 내 잔존건물을 일부 재활용하고, 보관중인 한옥 자재를 활용해 구역 내에 다시 만들고, 무악 2구역과 주변 지역의 '옥바라지 골목'과 관련한 역사 기념 공간 마련 등을 '합의 내용'이라고 내걸었다.

    서울시는 9월 중 재개발 사업의 강제철거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일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이다. 아무리 합법적인 철거공사라 해도 단 한 명의 '주민'이 동의하지 않으면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 가장 큰 문제는 서울시가 내놓은 '옥바라지 마을 보존안'이 재개발 조합이 지으려는 아파트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합의안'이라고 발표한 '무악 2지구' 재개발 지역 보존계획 지도를 보면 '옥바라지 골목'을 재현한다는 명분으로 아파트 로비에다 연결 통로를 만들도록 돼 있다. 즉 아파트 로비에 관광객 등이 마음대로 지나갈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만약 "옥바라지 골목의 정취를 느끼겠다"는 관광객이 늘기 시작하면 '제2의 북촌 한옥 마을'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밤낮없이 몰려드는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주민들의 개인공간을 마구잡이로 찍어 SNS에 올리는 일도 생길 것이다.

    서울시는 또한 "옥바라지 마을과 관련한 역사·생활문화 유산을 담을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 생활사 박물관 및 기념 공간을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악 2구역이 실제로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된 독립투사들의 '옥바라지'를 했던 공간이라는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무악 2구역 재개발조합 측은 "무악 제2구역 내 건물 195채의 건축물 대장을 모두 조사했지만 대부분 1970년대 이후 준공된 건물“이라며 '옥바라지 골목'의 역사와는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월간조선' 취재에 따르면 실제로 무악 2구역에서 옥바라지를 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1건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서울시는 이날 "옥바라지 골목이냐 아니냐 하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것은 골목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전문가들이 조선조 500년 동안 외국의 문물을 들여오는 통로가 여기였다고 한다. 중국과 오랜 교역을 해온 것이다"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오래된 길에 인접한 오래된 마을이다"라며 "옥바라지 골목도 타운 개념에서 봐야한다는 의견을 염두에 두고 활용을 할 예정"이라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