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때 무사고, 박원순 시장 재직 시절 사망사고 3건 발생 이유에는 '침묵'
  • 지난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선로측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하던 19살 김군이 들어오는 열차를 피하지 못해 사망했다. 구의역에는 김군을 추모하기 위한 시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선로측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하던 19살 김군이 들어오는 열차를 피하지 못해 사망했다. 구의역에는 김군을 추모하기 위한 시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서울시는 지난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사망한 스크린도어 수리공 김 모(19)씨 사고가 국민적 반향을 일으키자 "제2의 김군을 만들지 않겠다"며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와, 구의역 사고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을 발족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와 서울시 교통본부 측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구의역 사고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의 행동과 조사결과 발표를 보면, '제2의 김 군' 뿐만 아니라 '제3의 김 군'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와 '민간인'으로 꾸려진 '구의역 사고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은 지난 25일 중간조사 결과발표에서 "구의역 사고의 원인은 오세훈 前서울시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구의역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은 지난 25일 오후 3시 서울 시청 본관에서 시민 100여명과 진상조사단 위원, 박원순 서울 시장 및 관계 공무원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구의역 사고에 관한 '진상 조사 결과 발표회'를 열었다. 

    구의역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의 중간조사 발표내용은 지난 7월 28일 김지형 前대법관 등 15명이 모였던 진상규명위원호 조사 내용과 큰 차이가 없었다. 

    구의역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은 안전 관리 업무의 인력 부족, 정부의 공공부문 경영효율화로 추진된 '외주화', 은성 PSD 소속 서울메트로 전적자 문제, 사문화된 안전 지침서 등을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구의역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은 2016년 발생한 사고 조사를 위해 10년 전의 '스크린도어 설치 사업'까지 조사했다는 점이 눈에 띠었다. 하지만 조사의 결론으로 내놓은 것 가운데 하나는 "이명박·오세훈 前시장이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의 원인자"라고 콕 집어 말한 것이다. 

  • 2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구의역 사고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 시민보고회에서 권영국 조사단장이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뉴시스
    ▲ 2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구의역 사고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 시민보고회에서 권영국 조사단장이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뉴시스


    권영국 구의역 시민대책위 단장은 이날 발표에서 “스크린도어는 이명박 정부 직전부터 시행됐다”면서 “결국 (사고) 핵심은 공기업 선진화, 뭐 이런 것인데 (이명박 당시 시장이) 비용절감을 위해 공공부문 세출을 10% 줄여 안전비용을 줄였던 것이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단장은 “공공부문 경영 효율화의 목적은 비용절감이었다”면서 “비용절감은 인력 감축과 외주화였고 안전업무를 비핵심 업무로 밀어내 안전 사각지대로 만들었다”며 전임 서울시장들을 비판했다.

    권영국 단장은 “(스크린도어) 입찰 평가기준 또한 없어 자의적 계약을 맺었다는 의심을 하게 됐다”면서 “기술 표준도 없고 장비성능과 품질에 대한 부분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단장은 “오세훈 前시장의 경우 2010년 말로 예정됐던 스크린 도어 준공일을 2009년으로 앞당기며 시운전 마지막 단계인 현차 시험도 하지 않았다”며 오세훈 前서울시장에게도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의 책임을 뒤집어 씌웠다.

    하지만 이날 구의역 시민대책위 측은 이명박·오세훈 전임 시장 시절에는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임을 시작한 2011년 이래 5년 사이에 수리기사 3명, 2014년 9월 4호선 이수역, 2016년 2월 서울역 등에서 승객들마저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상한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다.

    심지어 서울시가 '구의역 진상조사규명위원회'와 '구의역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며 부산을 떨었던 시점인 지난 6월 30일에도 승객이 스크린도어에 끼는 사고가 일어난 점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권영국 단장은 오히려 “(박원순) 서울 시장님은 노동이 존중받는 것을 강조하며 현장을 자주 방문하고 계신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서울시와 산하기관 곳곳에는) 매우 관료주의적인 풍토가 남았고 수직적인 업무 지시가 남아 있어 현장의 목소리가 수용되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박원순 시장은 잘 하고 있는데, 나머지 공무원과 산하기관들이 문제점을 숨겨 각종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으로 풀이할 수 있었다. 

    구의역 시민대책위의 발표 이후 질의응답 때 시민대책위와 서울시 측은 "시민들에게 질의 기회를 드린다"며 마이크를 넘겼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문은 "박원순 시장께서 '스크린도어 사고 대책'으로 외부용역직의 정규직화를 천명하셨는데, 왜 다른 용역직은 정규직으로 만들어주지 않느냐"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 관계자에게 “스크린도어 수리 중 사망사고 3번 모두 박원순 시장 재임 기간에 있었는데, 박 시장이 왜 아무런 개선책을 내놓지 않았느냐?”라고 묻자 “사고가 날 때마다 서울시가 자신들의 잘못된 부분을 드러내놓고 싶지 않아했고 사고 원인을 작업자에게 돌리기만 했다”고 답했다.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원인의 깊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고, (사고를) 빙산의 일각인 개인의 문제로만 집중하다보니까 그랬다”면서 “서울시 도시교통본부로 전달이 됐지만 작업기준 강화해라, 거기서 끝났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즉 서울메트로는 사고가 일어나면 작업자 개인의 실수로 사건을 축소했고 서울시 도시교통본부도 이에 침묵했다는 뜻이었다. 

    다시 “서울메트로와 서울시가 사건을 축소시킨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지만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아마 부실시공의 책임을 질까봐 회피하려다 보니”라며 “당시는 여전히 오세훈 패밀리도 남아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본지가 “성수역 사고 이후 유가족들이 개인의 문제로만 돌리는 것이 억울하다며 소송을 하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박원순 시장님은 전혀 모르고 계셨냐”고 묻자 진상조사단 관계자는“(관련 내용이) 시장에게까지 전달됐는지는 잘 모르겠다”라면서 “(아마 밑에서) 보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즉 "스크린도어 수리 중 사망사고는 모두 오세훈 前시장과 그가 심어놓은 '패밀리'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DB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DB


    서울시에 문의한 결과 시 관계자들은 2015년 8월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알고 있었고, 서울메트로의 재발 방지대책까지 직접 발표했다.

    당시 재발방지대책에는 유지보수 업무의 직영화 혹은 자회사 검토, 센서 등 주요부품 교체, 안전관리교육 강화 및 2인 1조 작업 점검 시행 등 현재 서울시가 내놓은 ‘사고 방지 대책’과 비슷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었다.

    본지가 “구의역 사고 전까지 서울시는 메트로 측의 조사만 믿고 있었나. 왜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가”라고 묻자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는 사고의 원인이 작업자 개인에게 돌아갔었다”라며 진상조사단과 똑같은 말을 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5월 말 구의역 사고 이후 신용목 도시교통본부장에 책임을 물어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고, 해당 자리에 은평구 윤준병 부구청장을 임명했다.

    확인 결과 윤준병 現도시교통본부장은 2012년부터 2013년 12월까지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을 지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1월 19일 성수역 스크린 도어 사고 당시의 책임자였다.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이나 서울시 관계자의 답변대로라면 윤준병 본부장은 '오세훈 패밀리'로 박원순 시장에 "성수역 사고는 ‘개인 과실’일 뿐"이라고, 정직하게 보고를 하지 않은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은 왜 그런 사람을 다시 도시교통본부장으로 불러들인 걸까. 몰라서? '패자부활전'인가?
     

  • 2016년 4월 28일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2016'을 발표했다. ⓒtbs 보도화면 캡쳐
    ▲ 2016년 4월 28일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2016'을 발표했다. ⓒtbs 보도화면 캡쳐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와 민간인으로 구성돼 있다는, '구의역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親민노총, 親박원순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를 필두로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 민변 소속인 윤지영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 변호사, 유성권 '청년 전태일' 회원, 김종민 '청년 전태일' 대표,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최명선 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조성애 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 나상필 서울지하철노조 진상조사단 조사팀장, 오재현 서울도시철도노조 부위원장 등의 이름이 보인다.

    소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많다. 

    오선근 공공교통네트워크 운영위원장, 한인임 일과 건강 사무처장, 이승우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현재순 노동건강환경연구소, 조경옥 공공교통네트워크 운영위원, 장해종 안전사회시민연대 회원,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문애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실장,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 등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시에서는 이대현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교통기획관, 민광만 서울메트로 안전관리처장, 강승호 도시철도공사 안전총괄실장, 이밖에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 기술책임자 2명이 포함돼 있었다.

    구의역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 중간조사 결과발표가 끝난 후 박원순 시장은 “기억의 힘을 믿는다”면서 “시민대책위의 조사결과를 저희들이 검토하고, 끔찍한 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세월의 경과가 기억들을 망각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도시철도 공사 또 서울시 산하 여러 기관들도 이번 사고 통해서 많은 것을 혁신 개선해서,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좀 더 안전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 관계자, 구의역 민간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이처럼 '스크린도어 사고'의 원인을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스크린도어'에 국제안전기준을 적용하겠다거나 시설 자체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보인다.

    왜? 박원순 시장의 숙원사업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 뒤를 이은 '근로자 이사제' 추진을 통해 특정 세력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싶은 것일까. 지난 5월 광주광역시에 내려가 '5.18정신'을 운운하며 '대권행보'를 보이는 듯했던 박원순 시장에게 중요한 것은 '시민의 안전'이 아니라, '2017년 대권 도전'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