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 아무래도 어색" 유승민은 김영한 전 수석 애도
  • ▲ 새누리당 심재철 국회부의장이 2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검찰 출석 전 스스로 거취를 결단할 것을 권고했다. 사진은 전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 참석해 있는 심재철 부의장의 모습. 왼쪽은 정갑윤 전국위의장, 오른쪽은 이정현 대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심재철 국회부의장이 2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검찰 출석 전 스스로 거취를 결단할 것을 권고했다. 사진은 전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 참석해 있는 심재철 부의장의 모습. 왼쪽은 정갑윤 전국위의장, 오른쪽은 이정현 대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바람론' 이후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향한 당내의 개별적인 공세가 더 들끓을 조짐이 보인다.

    이정현 대표는 24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곡식과 과일을 여물게 하는 것에는 눈에 보이는 해·구름·비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도 있는 법"이라며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항상 작용을 하고 있다"고, '바람'을 자처했다.

    '우병우 사태'의 수습과 관련해 보이지 않게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러면서도 "방송에 출연해서 의견을 말하는 것에 어떠한 제약이나 제재도 없고, SNS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며 당 소속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우병우 수석의 거취 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은 막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는 당시 연석간담회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직전에 페이스북을 통해 우병우 수석의 '결단'을 촉구한 상황에서 '투톱' 간의 균열론 등 구구한 정치적 해석을 막으려는 처사였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당내 의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나 다름없어, 앞으로 종합편성채널·라디오 출연이나 SNS를 통한 개별적인 '언론 플레이'가 줄을 이을 것 같다는 전망이다.

    당장 이튿날인 25일, 라디오 인터뷰와 SNS를 통한 공세가 재개됐다.

    5선의 중진 의원으로 새누리당 몫의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심재철 국회부의장이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우병우 수석의 거취 문제에 관해 입을 열었다. 전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우병우 수석 문제에 대해 침묵했던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심재철 부의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을 지휘하는 민정수석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는 게 아무래도 어색하다"며 "본인이 결백하다는 것은 믿고 싶지만, 그럴수록 아무런 제한 조치 없이 조사받아 깨끗하게 확인되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결단'을 권했다.

    그러면서 "이정현 대표가 어제(24일) 식물이 자라는데 바람이라는 요소도 있지만, 그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고 표현하더라"며 "그런 표현들로 봐서 분명히 (이정현 대표도 청와대에) 전달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점쳤다.

  •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타계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애도하며 25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유승민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타계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애도하며 25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유승민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한편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새벽 SNS를 통해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타계에 대한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유승민 의원은 "경북고 친구인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는 너무나도 곧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는 대쪽 같은 성격"이라며 "지난해 1월에 갑자기 사표를 던졌는데, 그 다음날 언론에서 '항명 사태'라고 썼으니 공직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고 자존심 강한 성격에 많이 속상했을 것"이라고 추도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지난해 1월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이른바 '정윤회 의혹'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의 출석 요구를 받게 되자,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국회에서 운영위가 열리고 있는 도중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조차 국회의 요구에 밀려 김영한 전 수석의 운영위 출석을 양해했었던 상황이라 이는 '항명 파동'으로 칭해지기도 했다. 이후 김영한 전 수석의 후임자로 현 우병우 민정수석이 부임했다.

    유승민 의원의 글은 김영한 전 수석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담은 글이지만, 정치권에서 받아들이는 느낌은 복잡·미묘하다. 하필 김영한 전 수석의 후임자인 우병우 수석이 진경준 검사장의 인사검증 실패와 배우자·자녀에 얽힌 각종 의혹을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 22일 〈대구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병우 수석이) 이대로 버티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는 견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구름·비처럼 눈에 보이게 떠들 사람은 떠들되, 나는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눈에 띄지 않게 사태 해결에 진력하겠다'는 것이 이정현 대표의 복안이지만, 이러한 '바람론'이 언제까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여권 관계자는 "당 소속 의원들이 연일 라디오와 SNS를 통해 우병우 수석의 거취에 관해 떠들기 시작하면, 이게 서로 간의 상승 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의원들의 개별적인 '거취 결단 운동'이 당대표에게 주는 압박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야당이 이러한 틈새를 노리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 브리핑을 통해 "혹여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뭔가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현혹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바람론'을 말하려면, 지금은 우병우 수석의 사퇴를 건의함으로써 폭염에 지친 국민들에게 '청량한 가을바람'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