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자살 3건, 7월에는 31명의 군 장성급 인사…장쩌민 생일축하 금지까지
  • 2015년 9월 '짝퉁 전승절'에서 장쩌민 前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게 설명하는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 이들의 권력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5년 9월 '짝퉁 전승절'에서 장쩌민 前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게 설명하는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 이들의 권력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3일 ‘조선일보’는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를 인용, “中인민해방군 장성과 고위 장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8월 들어서만 육군 소장, 해군 대교(한국군 대령과 준장 사이 계급), 전구(戰區) 선전 담당자가 며칠 간격으로 자살했다는 소식이었다.

    ‘조선일보’는 “이들의 자살은 군 수뇌부를 숙청한 시진핑의 반부패 바람이 그 아래급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에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군 고위급 인사’의 연이은 자살 소식은 이미 한 달 전부터 국내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단지 포털 사이트와 공중파 등의 눈길을 끌지 못했을 뿐이다.

    ‘조선일보’가 전한, 자살한 中인민해방군 고위급 장교는 지난 8월 5일 숙소에서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숨진채 발견된 제42집단군 정치위원 천제 소장(한국군 준장에 해당)과 8월 10일 아내와 함께 차에 탄 채로 강물로 뛰어든 남부전구 선전 담당자, 8월 12일 中베이징의 해군본부에서 투신자살한 리푸원 대교를 가리킨다.

    홍콩 SCMP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들이 자살하기 전에 인민해방군 공군 정치위원 및 공산당 중앙정치국원이었던 텐슈쓰 前상장(한국군 중장에 해당), 랴오시룽 前공산당 중앙군사위원 겸 총후근부장(후방지원 총책임자), 리지나이 前인민해방군 총정치부 고위급 인사담당 주임이 ‘부패’ 혐의로 체포됐다면서, 자살한 고위급 장교들이 횡령, 뇌물수뢰 등의 부패 혐의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과연 그럴까. 해외 중화권 매체 일부와 英BBC 등은 이들의 ‘자살’이 中공산당 내의 권력투쟁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모든 권력을 장악하려는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쩌민의 군권(軍權)’을 본격적으로 손보기 시작했다는 풀이다.

    시진핑은 ‘호랑이 사냥’을 내세워 보시라이, 저우융캉을 숙청한 데 이어 쉬차이허우 前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궈보슝 前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날려 보냈다. 이들은 장쩌민이 후진타오에게 ‘국가주석’직과 공산당 총서기 자리를 준 뒤에도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를 차지하면서 ‘상왕’ 행세를 할 때 손발이 됐던 인물들이다.

    이후 한국 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후진타오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국가원수였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말을 깊이 새긴 中공산당원들은 ‘군권(軍權)’을 가진 자에게 복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장쩌민이 中인민해방군을 비롯해 국가안전부(MSS), 무장경찰, 공안을 지배하다시피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텐슈쓰, 랴우시룽, 리지나이 등도 이런 장쩌민을 등에 업고 中인민해방군 최고위직을 차지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후진타오가 中국가주석일 때에 그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가 장쩌민의 ‘손발’을 잘라내면서 자신의 권력을 더욱 강화하려 한다는 움직임도 보인다. 중화권 매체 ‘NTD TV’가 中공산당 매체를 인용해 보도한, 中인민해방군 인사 관련 보도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NTD TV’는 “지난 7월 2일부터 20일사이 中공산당은 소장 1명, 중장 1명, 대령 11명 등 최소한 31명의 장성급 인사를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NTD TV’에 따르면, 승진한 인사들은 서부전구 부사령관 겸 서부전구 육군사령관이 된 허웨이둥 소장, 창딩추 남부전구 부사령관을 비롯해 제41집단군(한국군 군단에 해당), 제26집단군, 제1집단군 사령관 등이라고 한다.

    ‘NTD TV’는 시사 평론가를 인용, “시진핑의 이 같은 군 고위급 인사는 궈보슝, 쉬차이허우 추종세력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풀이했다.

    ‘NTD TV’는 이와 함께 지난 5월 25일 中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에 나왔던 평론(논설)을 소개했다.

    “공산당 고급 간부의 높은 신분과 권력으로 빚어지는 문제는 작은 문제가 아니며, 궈보슝과 쉬차이허우의 부패 문제에 사람들이 놀라지만, 이것은 그들 문제의 핵심이 아니고, 그들이 ‘정치적 제한선’을 건드린 것이 핵심”이라는 내용이었다.

    ‘NTD TV’는 “지금까지 50여 명의 군단 사령관급 이상 고관들이 반부패 운동 중에 체포됐으며, 7월 초에 체포된 텐슈쓰는 궈보슝, 쉬차이허우에 이어 세 번째로 조사를 받은 상장”이라고 덧붙였다.

    反공산당 성향이 강한 ‘NTD TV’의 분석이 주목을 끄는 것은 中공산당의 영향을 받는 대다수 서방 언론들, 특히 한국, 일본 언론들이 보도하지 못하는 내용을 자주 알려왔기 때문이다.

    ‘NTD TV’의 보도를 뒷받침하는 작은 증거도 최근에 나타났다. 지난 8월 16일 국내외 언론들은 “시진핑이 장쩌민의 90세 생일축하 행사를 ‘반국가세력 준동’ 등을 이유로 금지시켰다”고 보도했다. 이후 “살아 있는 권력 시진핑이 이미 죽은 권력 장쩌민을 두려워하는 것이냐”는 비난이 중국 내에서도 빗발쳤다.

    이 같은 여론에 영향을 받았는지,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가 지난 8월 11일 폐막한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장쩌민의 생일 축하파티를 직접 주최했다는 보도가 지난 23일 중화권 매체를 통해 흘러 나왔다.

    하지만 ‘총을 앞세운 권력’이 지배하는 中공산당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장쩌민은 이미 뒤로 물러앉았지만, 그로부터 권력과 부, 명예를 얻은 추종세력들은 여전히 ‘황제’를 향해 달려가는 시진핑을 낙마시키려는 공작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中공산당의 내부 권력투쟁 과정에서 장쩌민을 지지하는 상해방-태자당 세력과 시진핑의 실질적인 후원세력인 '공청단' 사이에 자칫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까지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