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국제경기에서 남과 북을 모두 응원합니다. 가령 남북이 대결하는 축구경기라면 전반전은 북측을, 후반전은 남측을 응원하지요. 사진은 지난 7월 20일 TV조선 ‘모란봉클럽’ 녹화방송에 함께 출연한 한일월드컵영웅 이천수 축구선수와 찍은 것입니다. [사진 = 림일 작가]
    ▲ 저는 국제경기에서 남과 북을 모두 응원합니다. 가령 남북이 대결하는 축구경기라면 전반전은 북측을, 후반전은 남측을 응원하지요. 사진은 지난 7월 20일 TV조선 ‘모란봉클럽’ 녹화방송에 함께 출연한 한일월드컵영웅 이천수 축구선수와 찍은 것입니다. [사진 = 림일 작가]
    김정은 위원장! 스포츠 애호가이니 이번 브라질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을 즐겨 봤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무식하고 벌레 같은 2천만 인민에게는 잠시도 딴 생각 못하도록 뺑뺑 돌리는 ‘200일 전투’를 시켜놓고 말이죠.


    지난 6일에 개막된 이번 제31차 올림픽대회에서 최소 금메달 5개 정도 따오라고 명령한 당신이지만 31명의 공화국 선수들은 초반부터 지지부진 했지요. 물론 최선을 다한 그들이었지만 국제경기의 장벽은 정말 높았습니다. 그게 바로 당신 뜻대로 안 되는 국제사회의 질서이고 규칙임을 다소 알았으면 합니다.

    저는 12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하여 시청자들에게 북측선수단의 현황을 소개해드렸지요. 경기진행 일주일째 금메달이 없는 북측선수들이 남한 선수들에게 적극적인 대화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이 무슨 의도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아직까지 성적이 낮아 그러지 금메달만 따면 또 ‘김정은 찬사’가 쏟아 질 것” 이라고 진단했지요.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역도선수 림정심이 첫 금메달을 땄습니다. 그녀의 인터뷰 내용은 역시 ‘김정은 찬양일색’ 이었지요. 그로부터 4일 뒤 체조선수 리세광이 공화국의 두 번째 금메달을 땄을 때도 ‘김정은의 승리와 영광’이었습니다.

    김 위원장! 창피스럽지 않습니까? 당신은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달리 해외유학을 한 사람이 아닌가요? 제발 스포츠에 정치를 섞지 마시오.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공화국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하는 정치성발언은 세계적 망신거리입니다.

    지난 199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마라톤선수 정성옥이 “장군님을 그리며 달렸다”고 했고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에서 우승한 역기선수 엄윤철은 “계란에 원수님의 사상을 입히면 바위도 깰 수 있다”고 말해 웃음거리가 되었지요.

    지구촌 200여개 나라 어느 선수도 자국의 대통령을 칭송하거나 또 자기나라 체제선전을 뜻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지 않습니다. 오직 ‘DPRK’ 스티커를 달은 공화국 선수들의 입에서만 최고지도자와 체제찬양의 소리가 쏟아져 나오지요.

    김정은 위원장! 공화국 2천만 인민의 열성칭찬에 신경이 마비될 정도로 정신이 잘못되었어도 세상을 조금 의식하고 사시오. 당신도 올림픽방송을 시청하면서 외국선수들이 경기에서 우승하고 인터뷰하는 내용을 좀 들어보시오.

    그들은 하나 같이 자기를 낳아준 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먼저하고 간혹 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기도 하지요. 또한 경기에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을 지도해준 감독이나 코치, 응원해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그걸 보며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고 용기를 얻기도 하지요.

    분명히 이것만은 알았으면 합니다. 공화국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금메달을 따고 기계처럼 외치는 ‘김정은 찬사’는 당신에게 노랫소리로 들릴지 모르나 세상 사람들에게는 ‘메스꺼운 소리’ 밖에 달리 들리지 않는 다는 것을.

    참고로 저는 국제경기에서 남과 북을 모두 응원합니다. 제가 태어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그리고 현재 사는 대한민국도 꼭 같은 조국이라고 생각해서이죠.

    2016년 8월 22일 - 리우올림픽 페막식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