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지역' 전북에 의도적 공들이기라는 지적도… 西進 탄력받나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사진 가운데)와 참석자들이 23일 전주 전북도청에서 열린 새누리당 광주·전남·전북 예산정책협의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사진 가운데)와 참석자들이 23일 전주 전북도청에서 열린 새누리당 광주·전남·전북 예산정책협의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광주·전남·전북 예산정책협의회에 직접 참석한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타 권역의 예산정책협의회는 주로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주재해왔는데, 전주에서 열린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는 이례적으로 직접 참석한 것이다. 신임 대표로 선출된지 얼마되지 않아 중앙당 일정으로 바쁜 가운데에서 파격적인 행보다.

    이를 두고 해방 이후 첫 호남 출신 보수정당 대표로서 호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파격 행보로 노출해, 8·9 전당대회 당시 공언한 "내년 대선에서 호남권 20% 지지를 얻어내겠다"는 말을 실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23일 전주 전북도청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었다. 내달부터 개원할 정기국회를 앞두고 각 권역에서 필요로 하는 예산과 법안 관련 요청을 청취하고 협의하는 자리다.

    이날 새누리당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는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이낙연 전남도지사와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모두 나왔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정현 대표를 필두로 김광림 정책위의장, 국회 예결위원인 주광덕 간사와 정운천·성일종 의원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광주광역시 자동차 100만 대 생산 기반 조성 △무등산 정상 군부대 이전 △첨단산단 진입도로 개설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아시아문화전당 운영 지원 △광주공항 이전 △광주교도소 부지 무상양여 등을 요구했다.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 △무안국제공항 경유 호남선KTX 노선 조기 확정 △목포~보성간 남해안철도 착공 △광주~순천간 경전선 전철화 △여수엑스포장 지방세 감면 기간 연장 등을 요청했다.

    전북도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의 주인 격인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새만금 개발 △지리산 산악철도 도입 △서부내륙권 광역관광개발사업 △동학혁명 기념공원 조성 △정읍~남원간 국도 건설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 △수서발 KTX 전라선 증편 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정현 대표는 "많은 시장·도지사가 좋은 말씀 해주셨다"며 "쟁쟁한 새누리당의 의원들을 데리고 내려올 수 있고 본인 스스로가 예결위원인 정운천 의원이 여기 계실 정도로, 이제 호남에서 새누리당은 더 이상 소외 세력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선언한다"고 추어올렸다.

    이어 "오늘 이 자리에 나는 호남 출신 국회의원 자격으로 온 게 아니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당대표 자격으로 이 자리에 온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이제 어쩌다가 호남에 한 명 국회의원이 끼어 있는 게 아니라, 호남 지역발전의 분명한 한 축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천명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더 이상 소외 세력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과 변신과 변화를 계속할 것"이라며 "호남 정서를 대변하는 노력을 해서 호남 사람들의 사랑을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늘 다뤄지게 될 내용들에 대해서 수 년 동안, 어떤 것은 최근까지 수도 없이 보고를 받았고, 현장을 다 둘러봤다"고 자신할 정도로, 호남 지역의 각종 민원 사항에 정통한 상태에서 시장·도지사들의 요청에 대해 일일이 코멘트하는 정성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3일 전주 전북도청에서 열린 새누리당 광주·전남·전북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뒷쪽으로 이 지역 출신 정운천 의원의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3일 전주 전북도청에서 열린 새누리당 광주·전남·전북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뒷쪽으로 이 지역 출신 정운천 의원의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 사진DB

    이정현 대표는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을 향해 "오랫동안 숙원이었던 광주공항의 이전은 현 정부에서 이전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이야기했다"며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이 국토의 균형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낙연 전남도지사를 향해서는 "부산에서 광주까지 이어지는 경전선 중에서 순천에서 광주 구간을 전철화하고 직선화하게 된다면 호남선과 전라선, 경전선을 잇는 순환철도가 완성된다"며 "호남을 한 시간 반 이내에 돌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발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에게는 "내가 정치권에 84년에 들어왔고 새만금은 88년도에 당선된 노태우 대통령의 공약인데, 내일 모레면 30년이 다 되도록 공사 중인 사업이 된 것은 정치권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며 "새만금은 현 정부 들어서 새만금청을 개설하고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니 이제 더 이상 소외나 낙후라는 이야기가 정치인들 입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정현 대표가 공사다망(公私多忙)한 일정을 쪼개 전주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 직접 참석한 것은 올해 4·13 총선에서 '이정현 바람'을 타고 전북에서 20년 만에 당선된 정운천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정현 대표는 지난 2014년 7·30 보궐선거를 통해 전남 순천에서 당선됐다. 당시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생환(生還)한 이정현 의원을 업어주면서 크게 반기고,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정현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을 비롯한 호남권의 예산 챙기기에 힘을 빌려주지는 않았다. 결국 보궐선거 기간 중에 공언했던 '예산 폭탄'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이정현 의원 스스로가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직접 겪어봤기에 설움을 더욱 잘 아는 셈이다. 정운천 의원은 4·13 총선에서 '야당 의원 열 명 몫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자신이 겪은 설움을 되풀이하지 않고 보다 용이하게 호남 지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당대표로서 지역 예산 확보를 위해 든든하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북을 호남의 이른바 '약한 고리'로 보고 전략적인 배려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지난 8·9 전당대회 과정에서 호남권 합동연설회를 전북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었다. 전북에서 보수정당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가 열린 것은 3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호남의 중심은 광주·전남이라고 여겨져 왔고, 호남의 정치를 그간 광주·전남이 주도해 온 것이 현실이다. 이른바 '호남 민심'도 광주에서 시작돼 전남을 거쳐 전북으로 북상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이 과정에서 전북의 '변방 심리'는 극대화됐다. 광주·전남이 2007년 정권교체 이후 홀대받고 있다는 심리가 있다면, 전북은 그 이전인 DJ~노무현정권 10년 동안에도 별반 얻은 게 없다는 소외 인식이 있다. "금남로는 천지개벽했지만 백제대로는 20년 전 그대로"라는 말이 이러한 인식을 대변한다.

    결국 호남권 합동연설회에 이어 광주·전남·전북의 3개 시·도지사가 모두 집결하는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마저 전북 전주에서 개최한 것은 그만큼 전북에 공을 들이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북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내후년이면 전라도라는 지명이 생긴지 1000년을 맞이하는데, 본래 전라도라는 명칭은 호남의 중심 도시이며 감영이 있던 전주를 중심으로 생긴 명칭"이라며 "전주가, 그리고 나아가 전북이 호남의 중심으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되찾아와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진정성을 보인다면 전북민들도 부응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