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 제각각… 김무성·정우택 "No" 오세훈·남경필 "Yes"
  • 이정현 대표가 공약한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 대선 후보 경선안을 받아든 새누리당 잠룡(潛龍)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여권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외에 마땅한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본인이 대권에 출마할 의지를 보이고 있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6선의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부산 중·영도)을 필두로 남경필 경기도지사(전 4선 의원), 유승민 의원(4선·대구 동을), 정우택 의원(4선·충북 청주상당), 안상수 의원(3선·인천 중동강화옹진), 홍준표 경남도지사(전 3선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전 3선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전 3선 의원),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전 초선 의원) 등이 나름 쟁쟁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자칫하면 이들이 '이정현표 슈스케' 대선 후보 경선의 주인공이 돼 "○○○ 후보님, 한 발 앞으로 나와 주십시요"의 대상이 되게 생긴 판이다. 대선이 1년 반도 남지 않았고, 본격적인 대선 후보 경선까지는 채 수 개월도 남지 않은 판국에서 '룰'이 크게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 국제광고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하고 있다. ⓒ칸(프랑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 국제광고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하고 있다. ⓒ칸(프랑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슈스케 경선안은 반기문 奉戴 위한 것?

    이 때문에 새누리당의 대권 잠룡들은 '이정현 슈스케' 안에 대해 다양한 반응들을 내놓고 있다.

    정우택 의원과 반기문 총장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원 당내 비박계로 분류되는 잠룡들이 우려하는 바는 사실 하나로 귀결된다. 슈스케 경선안이 반기문 총장을 대선 후보로 봉대(奉戴)하기 위한 룰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밝힌 바에 따르면, 당내는 물론 당외에서 영입된 대권 주자들은 내년 초부터 정책을 중심으로 무제한 토론을 벌이다가 5월 무렵부터 일주일 또는 열흘 간격으로 한 명씩 탈락하게 된다.

    열흘 간격이라 가정하고 대권 주자 10명이 레이스에 뛰어든다고 보면, 최종 대권 후보 1명이 남고 9명이 떨어질 때까지는 90일이 소요된다. 대권 후보 경선 레이스는 3개월이 소요되고, 8월을 전후해서는 대선 후보가 확정될 전망이다.

    ◆여론조사로 탈락시키면 반기문 절대 우세?

    문제는 이 열흘 간격으로 이뤄지는 탈락 과정이다. 이 탈락이 국민여론조사에 따라 이뤄진다면 현재 여론조사 선두인 반기문 총장이 유리하다.

    반기문 총장은 22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설문하고 〈매일경제〉가 보도한 여야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24.8%의 지지도를 얻어,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 대권 주자 중 단독 선두를 달렸다.

    2위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19.2%)도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이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우택 "슈스케 경선, 국민여론조사하면 역선택 우려"

    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우택 의원이 이정현 대표의 '슈스케 경선안'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도 근본적으로는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우택 의원은 '슈스케 경선안'에 대해 "정치적 흥행을 일으키는 데에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탈락시키는 심판은 누구로 하느냐"고 물었다.

    "일반 국민으로 한다면 상대 정당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역선택의 문제가 있고, 당원이 한다고 하면 계파에 따라서 움직이는 당원들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게 심판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자답(自答)한 정우택 의원은 "(슈스케 경선안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기문 총장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슈스케 경선'을 진행하기 위한 당헌·당규 수정 움직임이 있을 때, 비박계가 '불공정 경선'을 주장하며 일제히 뛰어나가 신당을 창당하는 '정치권의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섣부른 관측마저 나돌고 있다.

    반면 정작 반기문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는 "(슈스케 경선안 등) 현재 정치인들의 발언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양해해달라"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주엔 누가 탈락?'이 관심사"… 潘에 유리할 것 없다?

    반대로 '슈스케 경선안'이 당내 비박계에게 그다지 불리할 것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슈스케' 방식이라는 게 본질적으로는 누가 선두냐 보다는 이번 주에는 누가 떨어지느냐에 관심이 쏠리는 방식이 아니냐"며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지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그만그만한 수준에서 경쟁하고 있다가 '불사조' '오뚝이'처럼 매번 살아나는 후보가 뜻밖에 바람몰이를 시작하게 될 수도 있는 만큼, 오히려 현 시점에서 국민의 시야로부터 다소 벗어나 있는 후보가 시선을 받고 재평가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관측이다.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사진 왼쪽)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오른쪽)는 이정현 대표의 슈스케 경선안에 대해 대조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사진 왼쪽)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오른쪽)는 이정현 대표의 슈스케 경선안에 대해 대조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무성 "당헌·당규대로 하자" 반발

    이 때문인지 비박계로 분류되는 당내 대권 주자들도 이정현 대표의 '슈스케 경선안'에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다양한 반응들을 내놓고 있다. 당내에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원내 다선 의원들보다는, 원외에 머물고 있는 인사들이 긍정적인 방향이라는 것도 눈여겨볼만한 지점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총선 때 비례대표를 슈스케 방식으로 선출하자고 했는데, 결국 (친박) 그 사람들이 반대해 못하지 않았느냐"며 "대선 후보 선출 방식은 당헌·당규에 못박혀 있는 그대로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유승민 의원도 "아직 대선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사람이 경선 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면서도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남경필 "슈스케, 정책·비전 엄밀히 검증하기에 좋아"

    반면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이 위기인 상황에서 정책을 대강 포장해 출마하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슈스케 방식은 후보들의 철학과 정책·비전을 밝히기에 좋다"고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은 "외부에 문을 열어놓고 오픈 마인드로 인재를 구하겠다는 생각은 적절하다"는 정도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여권 관계자는 "선수는 심판이나 룰을 가리지 않는다는 게 홍준표 대표의 기본적인 스타일"이라며 "(당대표로 선출됐던) 전당대회 때도 그러지 않았었느냐"고 밝혔다.

    아직 유보적인 자세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정현 대표의 구상을 직접 들어보지 못했다"며 "아직은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에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