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건국 68주년' vs. 문재인 '얼빠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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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 현대사에 대한 일부의 비하(卑下)와 폄하(貶下)를 배척하고
    '대한민국 68년사'에 대한 긍지(矜持)의 역사관을 천명했다.
    이어서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건국'이란 단어를 세 번 씩이나 언급했다.

     반면에 문재인 더불어 민주당 전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 북에,
    8월15일을 건국절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것은 역사를 왜곡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반역사적,·반헌법적 주장이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썼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싸움의 성격이 아주 환하게 드러난 셈이다.
    전선(戰線)이 명확하게 그어졌고,
    어떤 역사관과 어떤 역사관이 맞붙어 싸우고 있는지가 분명해졌다.
    8. 15를 광복절이자 또한 '건국 68주년'이라고 보는 역사관과,
    이런 시각을 '반(反)역사적'이고 '얼빠진 주장'이라고 보는 역사관 사이의
    한 판 대결인 것이다.

      여(與)니 야(野)니, 보수니 진보니, 우(右)니 좌(左)니 하는 분류법은 너무 추상적이라서,
    생생한 현실을 두루뭉수리로 흐리고 덮는 흠이 있다.
    그래서 그런 분류법 대신,
    1948/8/15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표의 정반대의 견해를 보면
    "우리가 지금 무얼 가지고 이렇게 싸우고 있으며, 싸울 수밖에 없는가?"가 아주 선명해진다.

      바로 이거다.

    오늘의 우리 내부의 싸움은
    "1948년의 8. 15가, 우리가 알고 보고 그 안에 살고 있고
    6. 25 땐 스탈린-마오쩌뚱-김일성의 침략에 맞서 피흘려 지켰고
    마침내는 OECD 국가의 하나로 일궈낸 대한민국의 실체적인 시작이었다"는 것을
    긍정하느냐 부정하느냐의 근본적인 싸움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1948/8/15=건국' 명시(明示)는 이 싸움에서
    스스로 '대한민국 폄하사관'에 맞서
    '대한민국 긍지사관'에 분명하게 설 것임을 밝힌 선언이었다.
    리더는 대한민국 68년을 우습게 보는 역사관에 대해
    단호한 표현으로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만 한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대한민국의 생일을 알쏭달쏭하게 만들어 버리는
    일부 지식인 사회의 풍조는 지적(知的) 엄밀성을 결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 말대로 대한민국 건국 시점이 만약 1919년이었다면,
    그렇다면 그 후 1948년까지 우리는 왜 독립국 아닌 일제 식민지로서
    창씨 개명을 하고 위안부로 끌려가고  징용을 가고 했다는 것인가?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건국이 완료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1948년에 '정부수립'이라고 했던 것 역시
    건국이란 일련의 과정이 최종적으로 그 단계에 와서 마무리됐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 현대사의 균열(龜裂, 갈라지고 찢어짐)은 결국,
    1948년 당시나 지금이나 그  양상이 하나도 변한 게 없는 셈이다.
    우리는 이 싸움을 더 계속해야 할 것 같다.
    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다.
    누군가가 우리의 국가적 존재론과 역사적 정통성을 없애겠다고 덤벼들면
    그걸 그냥 없애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