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대표 "선명성 경쟁하다니, 당대표 후보들 얼마나 궁색한지 알겠다" 응수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뉴시스


    임기 종료를 10여 일 앞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당내 주류인 친문(親文·친문재인) 세력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친문 세력은 최근 지도부가 당의 정체성과 방향 등을 제시하는 강령에서 '노동자'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과 관련, 강하게 반발하며 김 대표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당 정체성을 흔드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김 대표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사드 배치 찬성'의 김 대표를 비난하며 강경발언 경쟁을 벌였던 후보들이 이번엔 강령 개정 문제를 제기하며 김 대표에게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추미애 후보는 "6 ·15 남북정상회담과 10 ·4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이 훼손된 점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강하게 반발했고, 김상곤 후보도 "강령 첫 문장을 바꾸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김영주 의원 등도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 문제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아니다. 노동이란 용어가 헌법에 들어가듯 강령에도 노동이란 용어는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19대 국회에서 각종 막말 논란을 야기한 뒤 4.13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정청래 전 의원 등도 '김종인 비난'에 가세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당의 강령은 헌법 전문과 같은 당의 정신이고 깃발이다. 깃발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반대한다. 노동자 함부로 차지마라"고 했다.

    취임 일성으로 '친노 운동권 척결'을 외쳤던 김종인 대표에게 불만을 품어온 친노친문 세력이 떠나는 김 대표에게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신을 향한 비난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자 김종인 대표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날 당대표 후보들을 향해 "다른 특별한 얘기를 할 게 없으니 그런 걸 갖고 마치 선명성 경쟁하듯 이야기한다"며 "우리 당 대표에 출마한 사람들이 얼마나 궁색한지를 알겠다"고 응수했다.

    논란이 커지자 우상호 원내대표는 새 강령에 '노동자' 단어를 포함시키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전당대회 및 김종인 대표 퇴임 일정이 다가올수록 친문 구애(求愛)에 나선 후보들이 김 대표 비난 발언을 쏟아내면서 더민주의 정체성 논란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