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 "지도만 건네주면 보안데이터 삭제..구글이 약속해"지금은 국방부에서 '블러처리' 요구, 구글은 '결사 반대'..180도 입장 바뀌어
  • ▲ 구글 지도에서 살펴본 서울시 전경.
    ▲ 구글 지도에서 살펴본 서울시 전경.


    구글이 국토해양부 국토지리정보원(구 국립지리정보원)이 제작한 '1:5000 대축척 전국지도'의 국외 반출을 공식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구글 본사를 대변하는 프로덕트 매니저가 '세금 회피 의혹'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지도서비스를 활용한 혁신 도입이 늦어지면 훗날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오만한 글을 올려 물의를 빚고 있다.

    "혁신적인 지도 서비스 위해선 '데이터 반출'이 필수"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지난 7일 구글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지도 반출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혁신적인 서비스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선 지도 데이터의 반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이 반출 허가 요청을 한 지도 데이터는 현재 국내 지도서비스 업체들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것으로, 여기에는 우려하시는 것과 같은 국가안보상 민감한 지역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해당 정보는 국토지리정보원의 기본측량성과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지도간행심사를 완료한 것입니다.


    구글은 "본사에서 요구한 대축적 지도는 이미 국내 업체들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지도"라며 "국가안보상 민감한 지역의 정보는 제외돼 있는 데이터"라고 밝혔다.

    따라서 "지도를 해외로 반출한다고 해서 국가 안보에 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 구글은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지도 데이터의 반출을 막으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사용자를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기능과 서비스에 제약이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도 데이터의 반출이 제한됨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사용자를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기능과 서비스에 제약이 따르고 있습니다. 구글의 지도서비스에는 3D 지도, 자동차 길찾기, 도보 길찾기, 자전거 길찾기, 대중교통 길찾기, 실시간 교통상황, 자동차 내비게이션, 실내지도, 교차로 탐색기 등 다양한 기능들이 제공되고 있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대중교통 길찾기 서비스만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구글은 "한국 정부가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서버 이전'만으로는 데이터 반출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구글은 데이터의 보안성과 서비스의 효율성 및 안정성을 위해 해당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반드시 지도 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구글의 모든 서비스는 전 세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구글 지도를 포함한 구글 서비스들은 클라우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공되며, 이는 구글이 사용하는 데이터가 전 세계 곳곳에 위치한 복수의 데이터센터에 저장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궁극적으로 구글이 한국 지도서비스를 한국과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하기 위해서는 지도데이터 반출 허가를 받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세금 회피' 논란에 대해선 한 마디 말도 없어"
     
    구글의 입장이 공개된지 하루 만에 이번엔 한국 정부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하는 한 시민단체의 '반박 성명'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하 녹소연)은 8일 "전날 공개된 구글의 공식 입장은 오만하기 이를데 없다"며 "구글은 '모바일 시대의 모든 길은 한국으로 통한다'고 했으나, 실제 생각은 '모바일 시대의 모든 길은 구글로 통한다'는 오만함에 기반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구글맵의 한국 서비스가 없어서 글로벌 서비스 시대를 열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국내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공한 '김기사'와 같은 벤처 사업자도 존재합니다. 구글맵 한국서비스가 한국의 스타트업을 세계 시장의 한류로 만들 수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녹소연은 "구글은 지도 데이터 반출 금지로 한류를 주도할 국내 기업들의 기회를 넓힐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오히려 구글맵의 한국서비스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의 국내시장 기반을 무너트릴 요소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녹소연은 "이미 한국의 법률에 따라 국내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MS 빙' 지도나 '애플맵' 서비스는 충분히 구글맵 한국서비스를 대체 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며 마치 '구글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식의 논조를 정면으로 배격했다.

    구글은 평창동계올림픽을 또 하나의 사유로 들지만 국내 지도서비스를 다양한 언어버전으로 탑재한 태블릿 등을 대여하는 등의 정책적 대안을 마련한다면 외국 관광객들의 불편함 없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녹소연은 "구글의 오만함은 주요 내용을 왜곡하고 외면하는 데에서도 느낄 수 있다"며 "데이터센터를 설립해 지도를 운용하라고 하는 것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제대로 밝히고 그에 버금가는 법인세나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고 일갈했다.

    지금과 같이 의무는 팽개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적 지원만 요청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구글이 밝힌 것처럼 한국은 구글앱 매출의 5위권 국가입니다. 구글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국을 홀대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구글 "지도 건네주면, 구글어스 블러 처리도 가능"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지난 2010년 '1차 지도 반출 논란'이 일던 당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1:5000 대축척 전국지도'는 일종의 '국가전략지도'로 볼 수 있다"며 "구글 본사에서 청와대나 국방부, 기무사 등 (구글어스의)주요 보안시설들을 모자이크 처리해주는 조건으로 대축척 전국지도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서버 위치가 통제 불가능한 곳에 있어 관리가 안된다는 점 때문에 거절 의사를 전달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05년 구글 어스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우리나라의 주요 보안시설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 정보 당국이 구글 본사에 이에 대한 개선책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국가전략지도'에 해당하는 전국지도를 준다면 우리 측에서 요구한 국가주요시설물의 위장처리를 해주겠다고 구글에서 약속했던 게 사실입니다.


    당시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지도 반출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구글에서 구글어스에 올라온 보안시설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할테니, 1:5000 지도를 달라는 수정안을 제시했고,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결국 2007년 중반 지도를 제공할 수 없다는 우리 측의 최종 입장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방부는 "구글이 대한민국 국토의 '실측정 데이터' 서비스를 원한다면 먼저 구글어스에 노출된 주요 안보시설을 필터링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고, 구글은 "사용자들에게 가능한 한 완전한 정보를 드리기 원하기 때문에 삭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불과 8~9년 전만해도 구글은 '대축적 지도'를 건네 받기 위해 "구글어스의 모자이크 처리도 가능하다"는 전혀 상반된 태도를 취했었다는 게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의 주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정반대로 바뀐 연유는 알 수 없으나, 구글이 위성사진에 손을 댈 생각까지 할 정도로 국토부의 '대축적 지도'를 원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구글은 지금껏 네티즌의 정보 공유와 알권리를 내세워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각국 보안시설의 '모자이크 처리' 요청을 수락한 적이 거의 없다. 러시아, 호주, 인도 등 군사시설에 민감한 각국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 '모든 정보를 공개·공유한다'는 대원칙을 지키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단, 정서적으로 맞닿아 있는 이스라엘 만큼은 예외다. 이스라엘은 1997년 전자정부를 보호하는 테힐라(TEHILA)를 설립한 뒤 미국 내 유대 인맥을 총동원, 이스라엘 내 군사요충지를 찍은 구글 위성사진을 서비스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제정을 유도한 바 있다.